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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도평가 신뢰도 애초부터 '기대난'

강산21 2009. 2. 20. 15:58

성취도평가 신뢰도 애초부터 '기대난'

기사입력 2009-02-20 13:48 |최종수정2009-02-20 13:53
 
채점서 전산입력까지 최소 열흘..교사 업무과중

"프로그램.평가 시스템 개선해야"

(전주=연합뉴스) 홍인철.김계연 기자 =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0월 치른 학업성취도 평가의 시스템이 시험지에 답안을 써넣는 수동적인 방법을 채택, 이를 다시 전산에 직접 입력하기까지 통상 열흘 정도가 걸려 정확성과 신뢰성이 의문시된다.

20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초등교 학업성취도 평가는 국어, 영어, 수학 등 5개 과목에 걸쳐 과목당 40문항씩이 출제됐으며 학생이 시험지에 답을 직접 써넣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담임교사는 교과부가 제시한 답지에 따라 직접 시험지를 놓고 일일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채점한 뒤 검토과정을 거쳐 다시 시험지 문항에 표시된 답을 보고 수작업으로 전산에 직접 입력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담임교사(학생 50명 기준)는 시험 후 채점에서 전산입력까지 무려 10일가량을 이 평가에만 얽매여야 하는 고강도의 업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 '실수'를 배제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계산해보면 먼저, 교사가 시험 후 수거된 A 학생의 국어 과목의 시험지와 답지를 대조하면서 40문항(38-43문항) 안팎을 채점하는 데는 통상 5분이 걸린다.

물론 여기에는 명확하지 않아 애매한 주관식 답도 있기 때문에 실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목소리다.

이런 방식에 따르면 A 학생 전체 과목을 채점할 때 25분(5과목×5분)이 소요되며, 한 시간에 겨우 2명 정도의 채점을 마칠 수 있다.

한 학급 50명을 시험지를 채점하는 데만 산술적으로 25시간이 걸린 셈이다.

특히 이 학업성취도 평가(10월14-15일)는 방학이 아닌 일상적인 수업기간에 시행됐기 때문에 교사는 수업이 끝난 오후에 4시간 정도를 이 평가작업에 할애, 수업을 하면서 엿새 이상(25시간)을 여기에 매달려야 했다.

전산 입력도 마찬가지다.

답을 적어 자동처리하는 OMR 카드가 아닌 탓에 교사는 다시 시험지를 보며 문항마다 표시된 답을 컴퓨터 전자문서(엑셀파일)에 직접 입력했다.

이 역시 한 과목을 입력하는데 5분가량이 소요돼 전반적으로 모든 입력을 마치는 데는 채점과 비슷한 25시간가량이 필요했다.

한 교사가 전자문서에 입력해햐하는 숫자만 해도 1만개(5과목×40문항×50명)에 달한다.

여기에 과목당 통상 4-8개씩인 주관식 문제는 맞으면 3점, 틀리면 0점 등으로 점수(숫자)로 처리하는 과정을 거쳐서 이를 다시 전자문서에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의 시간이 필요했다.

실제 임실군내 B 초등교의 한 교사는 주관식 답을 점수로 환산하지 않은 채 서술형, 단답형 답안을 그대로 전자문서에 써 놓는 바람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린 것은 물론 모두 오답 처리되는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학교의 기초학력자 수가 20여 명이 뒤바뀌는 소동을 빚는 등 평가 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해 드러냈다.

이를 종합하면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에 걸린 시간은 채점 25시간, 입력 25시간을 합해 총 50시간이 걸리며 이를 수업 후 잔여시간에 처리할 때 하루 4시간씩 총 12일 이상이 걸린 셈이다.

이런 탓에 올바르게 채점하고 입력했는지 등의 여부를 재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애초부터 정확도나 신뢰도를 담보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학교에서 채점과 입력을 학생들에게 맡겼다는 등의 소문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꼬리를 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 교사는 "시험지를 채점하고 그 결과를 입력한 뒤 확인하는데 보름가량이 걸려 다른 일은 아예 손을 댈 수가 없었다"면서 "시험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의 변화, 인력 충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