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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구제금융 투입 美은행들, 국유화가 유일한 정답"

강산21 2009. 2. 10. 00:18

스티글리츠 "구제금융 투입 美은행들, 국유화가 유일한 정답"

[인터뷰]"美보호무역주의 조짐 크게 우려돼"

기사입력 2009-02-09 오후 3:05:40

 

다음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가 독일의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 인터뷰한 주요내용(원문보기)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클린턴 행정부 때 대통령의 경제학 교사로 불리는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의장을 지낸 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을 역임하는 등 관변학자의 경력을 가졌으면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정책에 날카로운 비판을 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학자다.

그는 지난해말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엔이 구성한 특별 태스크포스팀의 책임자이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경제자문을 해주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로이터=뉴시스

이번 인터뷰에서 스티글리츠 교수는 금융위기로 구제금융이 투입된 미국의 주요은행들은 국유화를 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해 주목된다. <편집자>

-많은 전문가들이 아직 최악의 위기가 오지 않았으며, 미국이 대공황에 필적할 만한 장기침체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런 판단에 동의하나.

"대공황 때와 지금의 세계는 매우 다르다. 당시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였지만, 지금은 서비스산업 중심의 경제다. 많은 미국인들이 정규직을 구할 수 없어 이미 시간제 근로에 종사하고 있다. 대대적인 실업대책이 논의되고 있는데, 15%라는 아주 높은 수준의 실업률을 상정하고 있다. 정말 심각한 경기침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대공황 때와는 달리 지금은 실업 보장제도가 있다는 점이 큰 차이다."

"미 주요은행들, 사실상 파산상태"

-글로벌 경기침체를 예견한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와 나심 탈레브는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은행들을 국유화할 것을 촉구했다. 동의하나.

"은행들의 건전성이 매추 취약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정부가 수천억 달러를 구제금융으로 투입했지만 효과는 거의 없다. 은행들의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것은 매우 확실하다. 이미 미국 국민은 주요은행 상당수의 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경영에 개입할 권리는 없다. 소유와 통제가 분리된 체제는 재앙으로 가는 처방이다. 국유화가 유일한 정답이다.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은 사실상 파산한 상태다."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으로 유입되는 민간자본 규모가 3분의 2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개도국 상당수가 파산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개도국 정부들 중 미국보다 훨씬 우수한 중앙은행 시스템을 갖고 있는 곳이 많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차입이나 과도한 부동산 대출이 초래할 위험을 인식하고 보다 신중한 규제를 해왔다. 또한 대규모의 외환보유고를 쌓는 등 10여년 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은 조건을 구축했다. 하지만 일부 개도국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며, 파산 가능성도 있다. 미국식 금융을 지나치게 추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개도국들을 지원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가.

"물론이다. 그들을 지원한다는 것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거나 인도적 관점에서 해야 한다는 것뿐 아니라, 글로벌체제의 안정이라는 관점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다. 많은 나라들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으면서도 안정된 글로벌 경제는 가능하지 않다. 세계은행이 자국산업에 대한 구제금융과 보조금 지원을 하는 선진산업국들에게 그 자금의 일부를 개도국 지원금으로 할당해줄 것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산 위기에 처한 금융업체들의 경영진이 막대한 보너스를 챙긴 행태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들의 행태가 '부끄럽고, 무책임한 짓'이었다는 오바마의 지적에 동의하나.

"수치스럽고 무책임한 짓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놀랍지는 않다. 미국 금융업체들의 경영진은 터무니없는 보상체제를 옹호해왔다.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꼭 필요하다는 논리다. 도대체 기록적인 손실을 내고도 엄청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회사가 어디에 있는가? 실패에 보상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보너스를 받기는커녕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보조금 지원은 관세보다 더 불공정 초래"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비판했다. 미국이 보호무역적 수단에 의존할 위험이 있다고 보는가.

"분명히 그렇다. 보후무역은 두 가지 형태를 취해왔다. 관세과 보조금이다. 보조금 지원은 관세와 마찬가지로 경쟁 시장을 왜곡한다. 보조금은 관세보다 더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한다. 선진국은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들은 그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국제금융감독기구를 설립하자고 촉구했다. 국제기구에 각국 정부과 업체들이 자신들의 주권을 맡겨야 하는 이런 구상이 실현 가능하다고 보는가.

메르켈 총리의 구상은 매우 중요하며, 나는 오래전부터 이런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글로벌 경제정책 조율을 위해서는 이미 실패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대체할 기구가 필요하다. 글로벌 규제체제 없이 국경을 초월한 개방시장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없다.

지금처럼 부적절한 규제가 이뤄지는 나라에서 만들어진 금융상품들이 다른 나라로 흘러들어가도록 내버려두는 체제가 계속될 수는 없다. 세계화를 선도한 국제적 기업들은 국제적 규제를 촉구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승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