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정의

용산 참사의 배후는 토지 불로소득

강산21 2009. 2. 4. 10:59

용산 참사의 배후는 토지 불로소득 / 김윤상

» 김윤상/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용산 참사를 계기로 재개발과 재건축(이하 ‘재개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잘못이 경찰에 있는지, 농성 세입자에게 있는지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세입자 보상제도가 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처벌과 보상은 근본 대책이 아니다. 모든 개발 갈등의 배후에는 불로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이 결정되면 경축 현수막이 곳곳에 나붙는다. 사업지구 재산권자에게는 막대한 불로소득이, 건설업자에게는 사업이익과 불로소득이 함께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과 대립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용산 참사의 갈등 당사자는 개발 주체와 세입자였다. 개발 주체가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는 가운데 세입자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작 개발 주체의 불로소득을 줄여서 세입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했다면 이번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보상을 통해 당사자의 불만을 무마한다면 재개발을 해도 좋은 것인가? 재개발의 목적은 좀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 좀더 정의롭고 효율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이런 목적과 무관하게 소수의 사욕만 채워주는 재개발이라면 갈등이 있건 없건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동네마다 재개발 열풍이 부는 이유는 불로소득 파티에 한몫 끼려는 집단이 많기 때문이다.

재개발로 인한 땅값 상승분을 개발 주체가 차지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땅값 상승이 개발 주체의 남다른 노력과 창의의 결과라면 그런 생각도 일리가 있겠지만, 재개발의 노하우는 특정인이나 특정 업체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재개발 지구로 지정되기만 하면 개발에 착수하기도 전에 그리고 개발의 세부적 내용을 불문하고 땅값이 상승한다. 노력이나 창의는 문제가 안 된다는 증거다.

단지 재개발 지구로 지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당연히 환수하여야 한다. 그런 가운데, 공익적인 관점에서 필요한 재개발이라면 공공기관이 나서면 된다. 또 사업 자체의 경제적 타당성을 가진 재개발이라면 불로소득이 없어도 민간이 추진할 것이므로, 정상적인 재개발이 위축될 염려는 없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주로 토지에서 발생한다. 건물은 원가가 있고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낡고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건물 불로소득은 없다. 그러므로 토지 불로소득이 핵심이다. 불로소득은 재개발 지구만이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발생하며 재개발이 한 곳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또 불로소득이 재개발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토지가치에 영향을 주는 원인은 자연환경의 변화, 정부의 조치, 사회경제적 변화 등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토지 불로소득은 전 국토에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특정 사업이나 특정 지구에 국한하여 환수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 국토를 대상으로 그리고 상시적으로 환수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토지에 고율의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임은 너무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나마 있던 불로소득 환수 장치를 대폭 완화하고 각종 규제를 풀고 있다. 참사의 배후인 토지 불로소득을 방치하면 온갖 불필요한 재개발과 토목사업이 늘어나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계층간 위화감이 더 커져서 용산에 비할 수 없는 커다란 참사가 터질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가 무슨 수로 ‘법치’를 해나갈지, 걱정이다.

김윤상/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출처: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SERIES/60/3364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