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기독교대책회의 기자회견문
“재판은 하나님께 속한 것인즉 너희는 재판할 때에 외모를 보지 말고 귀천을 차별 없이 듣고 사람의 낯을 두려워하지 말 것이며”(신명기 1장 17절)
검찰은 철거민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씌우는 듯한 수사태도를 중단하고,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엄정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수사하라.
지난 1월 20일 서울 도심한복판에서 도저히 믿기 힘든 참혹한 사건이 일어났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가세입자 철거민들이 극력 저항하는 가운데 유혈사태에 대한 대비 없이 벌어진 강경한 진압은 결국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관 등 6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두 주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확한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서도 검찰은 이번 사건으로 부상당한 철거민 관계자들은 잇달아 구속수사하면서도, 과잉진압의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지연시키고 있다. 우리는 아직 완료되지 않은 수사를 미리 예단하거나, 어느 한편을 일방적으로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근본발생 원인 가운데 억울한 사연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호소할 길 없었던 도시빈민들의 절망적 상황이 있었음을 주목한다. 무엇보다 극도로 흥분돼 있는 농성자들을 철저한 안전대책도 없이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무리하게 진압하려한 점은 이미 충분히 확인된 바 있다. 경찰의 진압작전 중에는 무허가 용역들과도 협력한 정황이 드러나며, 유족 측의 동의나 입회도 없이 서둘러 시신을 부검함으로써 사건은폐의 의도도 매우 의심되고 있다.
그러나 한 쪽 당사자인 경찰의 발뺌 속에 검찰은 처음부터 철거민들의 과격시위 행위만을 표적 삼아 편파적이고 의심스러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철거민들의 과격한 의사표현을 두둔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찰의 공권력 집행 명분을 내세운다 해도 철거민들과 진압경찰 자신의 안전도 대비하지 못할 만큼 위험한 진압을 정당화할 명분은 결코 없다.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두려워하는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이 사태를 매우 중대하게 생각한다. 사정과 내용을 살피기도 전에 창백한 절차만 따져가며 도시빈민을 몰아가는 행정편의주의와, 진압을 위해서라면 어떤 극단적 작전도 서슴지 않는 과잉한 공권력과, 권력 편에 기울어 엄정할 수사를 망설이는 사법기관이 있는 한 고귀한 생명을 허망하게 잃는 제2, 제3의 용산참사는 충분히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철거민들의 과격한 대응 뿐 아니라, 상식적 진압원칙마저 무시한 채 무리하게 진행된 경찰의 대응책임도 분명히 규명하여 더 이상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는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 점 의혹 없는 공정하고 책임 있는 수사를 간곡히 호소하며 촉구한다.
- 우리의 주장 -
1. 검찰은 엄정한 사법기관으로서 권력기관이나 정치권 등 그 어떤 외풍도 의식하지 말고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드러내는데 본연의 사명을 다하라.
1. 검찰은 피해자들만 두 번 죽이는 일방적 표적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위험사태조차 대비하지 않은 채 무리한 진압을 지시했던 경찰수뇌의 책임도 한 점 의혹 없이 명백하게 수사하라.
1. 검찰은 특별히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의 사정을 깊이 살펴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2009년 2월 2일
용산참사기독교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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