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계와지표

“10억 생긴다면 가족·양심도 버리겠다”‘

강산21 2009. 1. 9. 10:04

“10억 생긴다면 가족·양심도 버리겠다”‘

기사입력 2009-01-08 22:01 


ㆍ돈이란 무엇’ 설문조사 50% 이상 응답
ㆍ“20억 이상 있어야 만족” 가장 많아
ㆍ‘그것이 알고 싶다’ 700회 특집 방송

‘돈 앞에서는 가족도, 친구도, 양심도 없다.’

당신은 과연 돈 앞에서 친구와 가족도 버릴 수 있고, 양심도 속일 수 있을까…. 세계적인 경제불황의 쓰나미에 휩쓸려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는 요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돈은 무엇일까?

삶이 어려워질수록 돈은 사람에 앞서 행세하려 하는 속성이 있다고 한다. 국민이 힘겨운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요즘 특히 그렇다는 지적이 많다. “젊은 사람은 돈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더 나이를 먹게 되면 돈이 전부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어록이 실감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SBS방송이 700회를 맞은 ‘그것이 알고 싶다’의 특집 2부작 ‘돈 나라 사람 나라’(10일, 17일 방송) 제작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들이 주저하지 않고 ‘행복의 제1조건’으로 꼽는 돈의 의미와 철학이 잘 드러나 있다.

전국 30~50대 성인남녀 744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돈의 빛과 그림자’에 관한 최근 설문조사라는 점에서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선 돈은 ‘배반의 장미’를 꽃피운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들 절반(50.7%)은 10억원 이상이면 양심을 충분히 저버릴 수 있다고 응답했다. 1000만원 미만이라도 기꺼이 양심을 속이겠다는 사람 또한 4.3%나 됐다.

‘얼마면 가족·친구와 절연할 수 있을까’를 물었더니 10억원 이상 50.8%, 5억~10억언 미만 7%, 1억~5억원 미만 3.6% 등 억원이 넘어가면 부모형제 친구 연인도 버릴 결심이 있음을 내비쳤다. 100명 중 1~2명은 1000만원 미만이라도 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답변을 했다.

그럼 돈은 어떻게 벌 수 있을까? 확실한 부자가 되는 방법을 묻는 항목에서는 로또 등 복권(32.3%), 부모의 유산(27.7%), 부동산 투자(22.3%)들을 꼽았다. 돈 버는 방법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났다. 월 300만원 이하의 소득자는 로또, 유산, 부동산 순으로 생각한 반면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는 유산, 부동산, 로또 순이라고 밝혔다. 평생 직장을 다니며 알뜰하게 저축해도 집 한칸 장만할 수 없는 현실이 일확천금을 꿈꾸는 세태를 낳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얼마의 돈이 있어야 만족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돈 걱정 없이 살려면 20억원(32.7%), 30억원(28.6%), 10억원(17.7%) 등이라고 말했으며 소득이 높을수록 액수도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53%의 사람들이 그 금액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로또 1등 대박이 나도 아파트 1채값밖에 안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답변이다.

살아가면서 스타일을 구기지 않을 정도의 월 최저생계비는 200만원(42%) 정도라는 응답이 제일 많았다. 그러나 행복한 삶을 만드는 데 필요한 조건으로는 건강(42.1%), 가족(33.7%), 돈(21.5%)의 순으로 꼽았다.

한편 돈과 관련해 자녀에게 자주 하는 말로는 돈을 함부로 쓰지 마라(54.9%),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어라(19%), 정직하게 돈 벌어라(18%) 등이었다. 응답자의 68.1%는 가정에 부채가 있었으며, 52.7%가 3000만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효순기자 anyto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