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계와지표

검거율 87%의 진실

강산21 2009. 1. 2. 11:19

검거율 87%의 진실

한국일보 | 기사입력 2009.01.02 02:40

 

檢警, 공범 4명 중 1명만 잡아도 검거로 통계 '뻥튀기'
범행도구 통계 항목도 달랑 14개
46년前 방법… 신종범죄 못 반영

경찰은 최근 충북의 한 건축자재 야적장에서 쇠파이프를 훔치는 등 7차례 1억8,000만원 어치의 건축자재를 턴 A(46)씨를 붙잡았다. 공범 3명은 놓쳤지만, 범죄 기록부 성격인 통계원표에는 '검거'로 기록했다. 공범 중 일부라도 붙잡으면 통계원표에 '검거'로 기재할 수 있도록 한 대검찰청 예규 덕분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1,000억원을 챙긴 B(36)씨 등 일당이 붙잡혔으나, 경찰이 통계원표에 기재한 범행도구는 '컴퓨터'가 유일했다.

원표에는 총기 칼 도끼 낫 컴퓨터 등 14개 항목만 표기 대상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악성코드 배포, 해킹 등 범행도구를 좀 구체화 할 필요가 있지만 보기 항목 자체에 빠져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주먹구구식 범죄통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범 중 단 한 명만 잡혀도 검거로 처리돼 검거율이 부풀려지기 일쑤인데다, 통계원표 기재 항목 또한 수십 년간 거의 바뀌지 않아 사이버 범죄 등 신종 범죄 관련 내용은 쏙 빠져 있다.

대검찰청이 내놓은 '2008 범죄분석에 따르면 2007년 한해 발생한 사건은 총 196만5,977건으로, 이 중 172만건이 검거로 기록돼 검거율은 무려 87.5%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뻥튀기한 결과다.

경찰이 피의자 검거시 주범이 잡히지 않아도 사건을 검거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강도 3명이 상해를 입히고 금품을 탈취했을 경우 망을 보던 종범만 잡혀도 검거로 처리하는 식이다.

통계원표 기록 항목 또한 급변하고 있는 시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통계원표는 46년전인 1963년 만들어졌으나, 그 이후 입력 항목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강ㆍ절도 등 전통적인 범죄 관련 항목이 전부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최근 급증하고 있는 사이버 범죄나 교통.환경.위생 사건 수법 등은 통계원표 사각지대다. 특히 세관 분야 등 특별사법경찰이 처리하는 범죄는 특별법 적용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상당수 원표의 항목이 빈칸으로 남아 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입력항목은 통계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수사 자료 활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가령 절도 장소 기입시 한국은 '금융기관'으로만 돼 있지만 일본은 '전당포, 대금업, 은행, 우체국, 신용금고조합'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피해품목 중 차량을 적는 항목에서도 우리나라는 '오토바이 자전거'와 '자동차' 등 2가지가 전부인 반면 일본은 '승용자동차', '화물자동차', '특수자동차(건설용)', '특수자동차(기타)' '자동이륜(50㏄ 이상)' 등 15가지나 된다.

탁종연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경은 범죄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에서부터 분석단위를 다양화하고 통계항목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며 "범죄 통계원표는 단순한 기술통계가 아닌 사건중심 자료를 주로 싣는 쪽으로 변경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