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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없는 연예대상 받아야 뭐하나”…강호동 대상 논란에 감춰진 이면

강산21 2008. 12. 31. 00:46

“권위 없는 연예대상 받아야 뭐하나”…강호동 대상 논란에 감춰진 이면

2008년 12월 30일 (화) 15:57   쿠키뉴스

[쿠키 연예] MBC 방송연예대상이 방송된 뒤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강호동이 KBS 연예대상에 이어 MBC까지 지상파 연예대상 2관왕을 차지, 2007년 SBS 예능대상 대상 수상까지 합치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기쁨을 만끽했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황금어장-무릎팍도사’ MC로 맹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무한도전’과 ‘놀러와’를 책임진 유재석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헌도가 낮다는 것이 이유에서다. 유재석의 팬들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대상 반환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김구라와 윤종신이 쇼·버라이어티 부문 인기상에 그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두 사람은 올해 ‘황금어장-라디오스타’와 ‘명랑히어로’, ‘음악여행 라라라’의 MC로 활약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구라가 최우수상 아닌가’, ‘KBS 출신 유세윤이 윤종신을 이기다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MBC에는 3연패가 없다=강호동이 MBC 방송연예대상을 수상한 것은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을 완벽하게 소화했기 때문이다.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은 기존 토크쇼 형식의 버라이어티에서 자주 볼 수 없는 희소성 있는 초대 손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촌철살인의 질문으로 초대 손님을 코너로 몰아넣었다. 강호동은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완벽한 맞춤MC로 변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예능국에 대한 공헌도는 여전히 유재석이 앞선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무한도전’은 국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중 독보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고, 소위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도입해 예능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우뚝 섰다.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했을 때도 ‘무한도전’은 시청률 15% 내외를 꾸준히 기록할 정도로 MBC 예능국의 최후의 보루다. 여기에 유재석은 ‘놀러와’ MC로 장기집권하고 있다. 국민MC 유재석의 힘은 ‘놀러와’의 수명 연장과 평균 이상의 시청률을 올리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2008 MBC 방송연예대상의 선택은 유재석이 아니고 강호동이었다. 유재석은 2006년 단독으로 대상을 수상했고, 2007년엔 이순재와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대상의 영광을 누렸다. MBC 방송연예대상 2연패를 했지만, 3연패엔 실패한 셈이다.

MBC 방송연예대상은 KBS 연예대상과 달리 나름대로 파격이 있다. KBS가 2연패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에 비해 MBC는 이경규에게 지난 1991년과 1992년, 2004년과 2005년 2년 연속으로 대상을 선사했다. 김용만도 2002년과 2003년 대상 2연패를 했다. 그러나 3연패는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MBC 입장에서도 비록 유재석이 MBC 예능국에 대한 공헌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3년 연속 대상을 수여하기엔 나름의 고충이 있다. MBC에게 유재석은 3년 동안 ‘무한도전’을 지키는 국민MC이기도 하지만, KBS ‘해피투게더 시즌 3’와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의 좌장으로 MBC 예능 프로그램을 위협하는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유재석 ‘1인 천하’를 외쳐주는 것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강호동은 ‘강호동의 천생연분’, ‘황금어장-무릎팍도사’로 대박을 터뜨렸지만 상대적으로 MBC에선 상복이 없기로 유명했다. 최근 몇 년동안 ‘무한도전’의 인기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무한도전’은 지난해만 못했다는 평가가 대세다. 반면 강호동은 꾸준히 수요일 밤 시청률을 책임진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강호동이 대상을 받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김구라와 윤종신의 한계=올해 MBC에서 ‘황금어장-라디오스타’와 ‘명랑히어로’, ‘음악여행 라라라’의 MC로 맹활약한 김구라와 윤종신이 인기상에 그친 것은 아직 두 사람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구라는 촌철살인의 독설로 일약 집단 버라이어티의 황태자로 등극했지만, 아직 MBC에서 단독 MC 경험이 없다. SBS의 ‘절친노트’를 통해 차츰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MBC 방송연예대상이 이휘재에 최우수상을 준 것은 그의 단독 MC 능력을 높이 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올해 ‘예능 늦둥이’란 별명을 얻으며 승승장구한 윤종신이 신인상을 실패한 것도 김구라와 비슷하다. 집단 버라이어티의 신성으로 떠올랐지만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건방진 도사’를 맡고 있는 유세윤만큼 임팩트 있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데뷔 18년차인 가수에게 신인상을 수여하는 어색함도 고려됐을 법하다.

△권위 없는 상은 못 받아도 그만=하지만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가장 생산적으로 논의가 진행되야 할 것은 지상파 시상식이 어떠한 권위와 기준도 없다는 점이다. 유재석과 강호동 중 누가 대상을 받고, 김구라가 최우수상을 놓친 것이 이슈가 되어선 곤란하다.

지상파 시상식은 애초부터 방송사의 논공행상을 위해 만들어졌다. 1년 동안 자사 방송에 얼굴을 자주 비친 연예인에게 주는 ‘개근상’ 성격이 짙다. 수상 부문은 한정되어 있고 상을 줄 사람을 많기 때문에 공동수상도 ‘나눠 먹기’식으로 남발된다. 엄격한 자격 기준과 심사를 거쳐 수여하는 상과는 거리가 멀다.

2008 MBC 방송연예대상도 마찬가지였다. 무려 14명의 가수가 방송인이란 애매모호한 직업으로 둔갑해 수상했고, 우수상은 어김없이 공동수상으로 채워졌다. 그나마 대상을 제외하곤 시상식의 긴장감도 없었다. 1년간 MBC를 위해 고생한 다양한 직업의 방송인들이 모여 자화자찬을 하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지상파 연말 시상식을 하는 이유와 목적, 상의 권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