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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덩어리’ 운동장서 노는 아이들

강산21 2008. 12. 25. 14:50

‘납덩어리’ 운동장서 노는 아이들
경기 천천초교 인조잔디 기준치 대비 최고 49배
한겨레  홍용덕 기자 
지난 24일 찾은 경기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천천초등학교 운동장은 오는 31일 준공을 앞두고 인조잔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인조잔디 운동장에서는 이제 막 설치된 우레탄 트랙에서 스며나오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실제로 1천여명의 학생이 사용할 인조잔디 운동장에는 다량의 납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천천초등학교 학부모 모임’과 ‘수원시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천천초교 운동장 인조잔디 파일(잔디잎 부분)에 대해 지난 11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해 보니, 각각 4000㎎/㎏, 4400㎎/㎏의 납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인조잔디 사이에 충진재(충격 완화 소재)로 넣는 검은 알갱이 형태의 고무분말 납 기준치가 90㎎/㎏이므로 납 성분이 기준치보다 40∼49배가 더 많이 들어있는 것이다.

학부모 박종아씨는 “잔디 파일을 만드는 과정에서 녹색안료를 사용하는데 이 안료에 납성분이 들어 있다”며 “아이들이 밟으면서 파일이 깨지기라도 하면 여기에 함유된 납이 미세하게 부서져 결국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의 코와 입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인조잔디 파일의 납 기준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여서 학부모들은 학교쪽에 대책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냈다.

경기도 교육청 체육보건급식과 담당 장학사는 “고무분말과 달리 인조잔디 파일은 안전기준이 없지만 해당 학교 운영위와 잔디운동장 선정위가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할 때 학생들의 신체에 줄 유해성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해당 학교의 상황에 대해 경위 파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