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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왜 더 비싸?” 멀티플렉스 음료수값 ‘아사리판’

강산21 2008. 12. 16. 16:00

“여기는 왜 더 비싸?” 멀티플렉스 음료수값 ‘아사리판’

기사입력 2008-12-16 13:53 


회사원 김춘일씨(38)는 며칠 전 강남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았다가 아르바이트 종업원과 언쟁을 벌였다. 탄산음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김씨는 생수를 주문했고 다른 극장을 찾을 때처럼 1000원 냈다. 하지만 종업원은 1200원을 요구했다. 생수 값이 왜 다른 극장과 다르냐며 따져 물었지만 종업원은 “잘 모른다”고만 대답했다. 평소 멀티플렉스 극장의 콜라와 스낵 값이 비싸다고는 생각했지만 500ml 생수도 편의점보다 비싼 값을 받는 것을 알고 황당했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음료수와 스낵 등을 판매하면서 과도한 마진을 챙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구나 이들 제품은 극장 바로 옆의 편의점이나 대형 할인마트보다 약 2배에서 4배 가까이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네티즌들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음료수와 스낵 값이 비싸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극장 측은 “수요와 연동한 것일 뿐”이라며 내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매점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정모씨(21)는 “극장 측에서는 영화 관람료를 올리는 것보다 음료수와 팝콘 등 매점메뉴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 더 이득”이라며 “극장에서는 팝콘과 콜라를 더 큰 사이즈로 권하는 ‘권유판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자율경쟁에 따라 요금이 결정될 뿐” -

음료수를 비롯한 스낵바 매출은 멀티플렉스 극장에 따라 총 매출의 10~20%에 달할 정도로 알짜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 15일 서울지역 멀티플렉스 극장과 편의점,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음료수 완제품의 가격을 각각 비교해 본 결과, 동일한 제품의 가격 편차가 최고 1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780원에 판매되는 레몬에이드(350ml)의 경우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2000원을 받아, 무려 150%가 넘는 가격차를 보였다. 각각 1000원과 1200원에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에서 파는 롯데 아이리스 500ml 생수는 편의점에서는 600원에 판매하고 있다. CGV와 프리머스 피카디리, 서울극장 등에서 파는 순수 500ml 생수는 대형마트에서는 300원, 편의점에서는 600원을 받는다.

이마트에서 680원에 판매되는 옥수수 수염차(345ml)는 편의점에서는 1200원, 극장에서는 2000원을 받는다. 비슷한 음료수인 17茶는 서울극장에서는 2000원을 받았지만, Cinus 단성사에서는 1500원을 받았다. 오징어버터구이의 경우 대부분의 멀티플렉스 극장이 2500원을 받았지만, 프리머스 피카디리는 2000원을 받는다. 나쵸칩도 대부분 3500원을 받았지만, 서울극장과 프리머스 피카디리는 3000원을 받는다.

CGV를 비롯한 3대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의 경우 매점메뉴 가격대가 비슷하게 조사됐다. 최근까지 CGV와 메가박스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했던 롯데시네마는 원자재 상승에 따른 압박 때문에 가격을 올렸다고 밝혔다. 롯데시네마의 매점을 관리하는 유원실업의 백현용 차장은 “가격 담합이라든지 이런 것은 있을 수 없고, 시장조사를 해보면 원가구조와 완제품 납품 시스템이 엇비슷하다”며 “전체적인 운영의 손익분기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올 초 CGV는 일부 극장에서 생수 가격을 1500원 받았던 적이 있었다. CGV는 지역적 경계, 상품의 구색, 적정 마진, 인건비 등을 연동해서 가격을 책정한 것이라고 했지만 고객의 항의가 이어졌고, 결국 1000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이후 서울지역은 표준화되어 지금까지 1000원을 고수하고 있다.

CGV 이상규 홍보팀장은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지는 않는다”면서 “인건비, 시설투자비, 기회비용 등을 책정하다보면 편의점보다 더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은 항상 고정된 것은 아니며 납품업체가 바뀌거나 성수기, 비수기에 따라 (가격을) 내리는 등 차별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멀티플렉스의 가격 결정은 마땅히 규제할 근거가 없지만 동시적인 가격 인상이나 동일한 가격에 대한 담합조사를 진행할 수는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적발한 실적은 없다.

- 음료수와 스낵은 외부에서 사면 이득 -

올 8월까지만 해도 관객이 극장 안에 생수 외에 다른 음료수 및 스낵류를 들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에 대해 “관객들이 극장 안 매점에서 팔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음식물을 자유롭게 들고 입장할 수 있도록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극장에서 팔고 있는 음료수와 스낵을 외부에서 사서 극장 안으로 들어가도 무방하게 됐다. 그동안 멀티플렉스들은 관객의 영화 관람 편의와 안전 등을 이유로 외부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면서 사실상 스낵바만 이용 가능하도록 제한해왔다.

극장 측은 매점 수익이 전체 극장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관객들은 극장에서 팝콘과 음료수를 살 때 매번 두 배가 넘는 가격을 받아 기분이 나쁘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젠 극장 측에서도 이를 새겨 들어볼 필요가 있다.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