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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내용보다 현장이 중요하다” - 대통령이 방문객과 대화하는 이유

강산21 2008. 11. 24. 12:27

“말의 내용보다 현장이 중요하다” - 대통령이 방문객과 대화하는 이유

 

 

▲ "말의 내용보다 현장이 중요하다" - 대통령이 방문객과 대화하는 이유 [2008. 11월 22일 봉하마을 방문객 인사中]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남녘’ 봉하마을의 기온도 뚝 떨어졌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은 아닌데, 바람이 매섭다고 합니다. 며칠 찬바람이 불면서 방문객 숫자가 줄어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후 3시만 되면 ‘만남의 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주말에는 여전히 1천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대통령을 보기 위해 광장을 꽉 채웁니다. 요즘엔 하루 1번이지만, 예전에 3~4회, 많을 때는 11번까지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은 “사람의 도리로서 손님이 오면 만나서 인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11월 22일 토요일. 날씨가 좀 풀려서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방문객들로 북적였습니다. 대통령은 연근캐기 자원봉사자 격려가 끝나자마자 만남의 광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부리나케 움직였는데도 10여분 늦었습니다.

 

환호성이 터지는 가운데 대통령은 ‘미안하다’는 인사부터 건넵니다. 이렇게 늦은 적이 없었는데 오늘 그만 지각을 했습니다. 특히 토요학교 어린이들도 왔는데, 미안해요~~라며 앞줄 어린이들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대통령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목청껏 화답합니다.

 

“뒷날 아이들이 지금의 현장을 기억한다면”

▲ 11월22일 생가마당에서 노무현 前대통령의 인사를 듣고 있는 어린이들

인솔 교사가 아이들한테 뭔가 한 말씀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대통령은 똘망똘망한 어린이들을 바라보다가 어떨 때는 2시간이 넘도록 정성 들여 많은 말을 하지만, 그 말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현장입니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권력자가 아니지만 시민과 가까이 있는 이 모습이 보통의 (권력자) 모습이라는 걸 사람들이 기억하는 게 특히 아이들이 기억하면, 뒷날 이 아이들이 자라서 민주주의를 할 때, 물론 많은 학습이 필요하겠지만 민주주의와 지도자에 대한 느낌을 다르게 갖습니다.

 

대통령은 권력, 카리스마, 거리, 신비, 특별함 등 지도자에 대한 인식의 ‘벽’을 허물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권력자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할수록 민주주의가 실생활과 멀어진다고 여기기 때문이지요. 인사만 하고 들어가도 되지만, 대통령이 굳이 ‘정성 들여 많은 말을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 제 모습을 보고 ‘대통령 별거 아니더라, 우리 부모와 악수도 하고 보통 사람들처럼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느껴야 나중에 커서 대통령 하고 맞장도 뜨고 할 것 아닙니까? 여기 초·중·고등학생들 많이 오는데 이론으로서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는 것도 있지만 정서와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있거든요.”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지도자가 돼야”

▲ 11월22일 생가마당에서 봉하마을 방문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는 노무현 前대통령과 방문객들의 모습

전직 대통령과 친근하게 만나는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 교육이 되도록 하자는 뜻이지요. 그래서 “너희들이 지도자가 됐을 땐 높은 자리에서 홀로 있는, 그리고 특별한 권력을 갖고, 특별한 재주를 갖고 특별한 대우를 받는 그런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고 당부하고 싶은 것입니다.

 

대통령은 지금보다도 더 일반 시민들, 아이들과 가깝게 만나길 바랍니다. ‘팔 같은 걸 빼가려 해서’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는 거리조차 없애고 방문객들이 서 있는 그 자리로 가서 대화하고 싶어 합니다.

 

“대표자든, 지도자든, 권력자든 국민들과 높이를 맞춰놓고, 눈높이도 맞춰놓고, 권리의 높이도 맞춰놓고, 인간의 고귀함 그 가치의 높이도 맞춰놓고.” 대통령이 생각하는 미래 지도자의 모습이자 요건입니다.

 

2002년 대통령 후보 시절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며 스스로를 낮췄던 ‘낮은 사람 노무현’. 2008년 11월, 퇴임 대통령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봉하마을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그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