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과 시론모음

[사설] 국정원 동원한 현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

강산21 2008. 10. 30. 12:39

[사설] 국정원 동원한 현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 독재정권의 특징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정보기관 등이 제 할 일은 제켜두고 언론대책회의 참석 등 불·탈법 행위를 일삼게 된다.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고민해야 할 공권력이 탄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는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가 비민주적 성격이 심화되면서 국민적 분노는 더 커질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사장을 해임한 지난 8월11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른바 '방송통신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국정원 제2차장이 참석한 사실이 국감장에서 밝혀졌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나경원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언론관계 조찬 '대책회의'에 김회선 국정원 2차장이 동석한 것은 충격적이다. 국정원 2차장의 동참은 직무범위를 벗어난 것이고, 방송통신위원장은 정치관여 금지를 어긴 것이다.

방통위와 청와대, 한나라당, 국정원이 언론문제로 속닥이를 했다면 이명박 정권이 시도하고 있는 방송, 언론장악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명박 정권은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독재정치를 답습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는 KBS 사장 불법 교체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YTN에서 제동이 걸려있는 상태다. 방송장악 음모와 저지의 전선이 YTN에 형성되어 있다. YTN의 민주언론전선이 밀릴 경우 KBS2, MBC 민영화 추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진보진영과 시민사회가 우려하고 총력을 전개하는 이유다.

YTN 사원들의 사장출근 저지투쟁에 대해 집권층은 지난 8월의 국정원 2차장 등이 동석한 은밀한 모임과 같은 방식을 통해 대책을 숙의하고 전방위적인 공세작전을 펴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YTN 노조원의 치밀하고 효율적인 투쟁과 언론유관단체, 시민들의 지지가 집권층이 취하는 부당한 총공세를 저지하고 있다. 지난 24일 전국 전 현직 언론인 7천여 명이 언론자유수호 투쟁을 선언하면서 YTN 사수를 다짐했고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전면파업에 대한 조합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보한 상태다. YTN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국적 연대감은 철옹성이 되어 권력층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살인적 금융위기 속에 경제를 안다는 대통령, 경제관료의 부적절한 상황진단과 말 바꾸기 속에서 경제는 멍들어 가고 빈털터리가 된 보통 사람들은 절망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지고있다. 이런 판에 정부는 국정원을 동원해 방송장악 등에 정신을 팔고 있다. 현 정권은 언론을 손아귀에 넣어야 정권이 안정된다는 듯, 방송장악과 언론시장 개악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의 통치 스타일은 4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너무 낯익은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독재방식을 빼닮았기 때문이다. 지난 60년대부터 30년 가까이 이 땅을 생지옥으로 만들었던 군사독재는 국가안보를 단골 메뉴로 앞세워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았다. 국가보안법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경찰, 정보부 등을 동원해 민중을 탄압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피와 땀이 어린 6월 항쟁으로 민주화가 쟁취되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면서 선진국 수준인 민주주의를 까부수는 반역사적 통치방식을 휘두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 10년 간 진화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기 위해 신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 공권력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몽둥이로 둔갑하면서 촛불 시위에 나섰던 유모차 어머니까지 잡아 족치는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시민들의 의사통로인 인터넷에 모욕죄 등의 장애물을 설치하려 한다. 공영 방송을 관영방송으로 만들면서 통일운동을 저지하는 탄압방식이 동시적으로 등장했다.

청와대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외면하면서 정부 비판세력을 친북, 좌파로 몰아 때려잡는 방식도 겸하고 있다. 시체가 된 줄 알았던 국가보안법이 무덤에서 기어 나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보법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물론 언론 자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국정원이 언론과 통일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국보법보다 훨씬 더 심각한 독기로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