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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성전(性戰)' 돌연 중단

강산21 2008. 10. 29. 10:58

서울경찰청, '성전(性戰)' 돌연 중단

 

[서울신문]서울지방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의 불법 유흥업소 단속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김석기 서울청장이 8년 만에 야심차게 꾸린 성매매업소 등 불법 업소 단속 부대인 '스텔스'도 과거처럼 생색만 내다 용도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단속 내용 언론에 흘리지 말라"
일선 단속 경찰들은 28일 "서울청에서 유흥업소 단속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다.G경찰서 관계자는 "불황이 길어져 경제가 좋지 않은데 유흥업소 단속으로 지역 경제마저 죽고 있다는 항의를 받았는지는 몰라도 서울청에서 유흥업소 단속을 자제하고, 단속 내용도 일절 언론에 흘리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왔다."면서 "서울청에서 단속 내용이 언론에 나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보도가 될 경우 일선 형사들이 혼쭐난다."고 토로했다.K·S경찰서 등의 관계자들도 "신고가 들어올 경우에만 단속하되 너무 압박하지 말고, 업소들이 살아나게 하라는 지시가 '윗선'에서 내려왔다."고 귀띔했다.

이달 들어 단속도 뜸해졌다. 강서·광진·송파구 등지의 H살롱·D클럽·L호텔룸 등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스텔스' 띄워 집중 단속한다고 호들갑 떨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실제 흐지부지되면서 안마방이나 성매매업소들이 죄다 장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 L살롱 최모 실장은 "지난달 중순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졌을 때 사장이 선이 닿는 곳에 연락해 '이런 식으로 할 거냐.'고 따졌는데, 그 항의가 어느 선까지 올라갔는지는 몰라도 이달 들어 단속이 뜸해졌다."고 말했다.

성매매업소·불법게임장 단속을 위해 지난달 17일 출범한 '스텔스' 부대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서울청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휴게텔, 스포츠마사지 등 성매매업소 2곳을 들이친 이후 단속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 이유는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경찰청·S경찰서 등 복수의 관계자들은 "스텔스의 전신인 테제베와 허리케인도 실적 없이 흐지부지 끝났다."면서 "서울청장도 과거 경험에서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스텔스'를 잠재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지대 사회학과 홍성태 교수는 "성매매를 일삼는 유흥업소에 대한 단속 회피는 인권 문제에 눈을 감는 것이자 범죄에 대한 법집행을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성매매업소와 유착된 경찰의 비리를 서울청에서 덮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단속부대 스텔스 용도폐기 위기
김 청장은 서울청 방범지도과장 재직 시절 불법 유흥업소를 뿌리뽑겠다며 특별기동단속반인 '테제베'와 '허리케인'을 1999년과 이듬해 잇따라 창설한 뒤 영등포·용산 일대 집창촌과 북창동·강남 등지의 유흥업소를 집중 단속했다. 하지만 이 부대들은 2001년 사실상 유야무야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