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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감사원이 권력의 칼이 됐다"

강산21 2008. 10. 23. 21:14

노 전 대통령 "감사원이 권력의 칼이 됐다"

2008년 10월 23일 (목) 13:06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황방열 기자]
쌀직불금 문제로 김황식 감사원장이 감사원의 감사 방식에 대한 기조변화를 시사하는 등 참여정부가 강조한 '정책감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민주주의 2.0'사이트에 올린 '정책감사와 감사원의 독립'이라는 글에서 "정책감사가 감사원의 독립을 훼손한 것 아닌가 하는 논란에 대하여 한마디를 보탠다"며 "정말 정책감사로 인하여 감사원의 독립성이 훼손된 일이 있는가? 누구보다 감사원 공무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국정에 관한 통제업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정책감사를 통하여 협력하는 것이 독립성의 훼손이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유치한 형식논리"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들녘에서 오리농법으로 재배한 벼를 수확하기 위해 콤바인을 직접 운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봉규


"정책감사 때문에 감사원 독립 훼손된 일 있나"

노 전 대통령은 "감사요청은 국회도 할 수 있고, 일반 시민도 할 수 있다"며 "감사원은 대통령에 속한 국가 기관인데, 대통령은 감사요청도 할 수 없다는 논리가 과연 말이 되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그 동안 많은 정책감사에 관하여 국회도, 언론도, 어떤 학자도 문제를 제기한 일이 없었고, 모두들 그 자료들을 활용했다"며 "이번에 직불금 소용돌이에 휩쓸려 그 작용을 없애버린다면 이명박 대통령도, 국회도, 국민도 앞으로 많이 불편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와대와 감사원의 인사교류' 문제에 대해서는 "비위를 감사하는 사정 업무에 관한한 철저한 독립이 필요하지만, 정책과 집행의 적절성에 관한 감사는 그 자체가 대통령의 국정통제 업무에 연관된 것"이라며 "저는 정책 감사에 관한 원활한 업무 협조를 위하여 인사교류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현재의 감사원에 대해 "감사원이 임기 중에 있는 공직자를 쫓아내기 위하여 전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쑥밭을 만들더니 마침내는 언론사 사장까지 쫓아냈다"며 "권력의 칼이 됐다"고 맹공했다.

"감사원이 언론사 사장까지 쫓아내는 '권력의 칼'이 되었다"

이어 "(전윤철) 감사원장이 임기 중에 물러났다"며 "참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언론도 여론도 무덤덤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계속해서 "다른 사정기관들도 칼을 들고 나서기 시작했다"며 "저와 가까운 사람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 많은 사람들이 겁을 먹고 있는 눈치"라고 말해,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 방문자가 올린 '감사원의 독립과 문민통제 문제'라는 글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 글을 썼다.

그의 한 참모는 "노 대통령은 감사원이 회계감사, 비리감사에만 집중하니까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게 된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에 취임초부터 사건 터지고 나서 징계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점검하는 정책감사, 예방감사를 강조했다"며 "청와대가 정책감사를 요청한 것만 갖고 독립성 훼손됐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글"이라고 설명했다.


"증인선정 운운 자체가 정치공세...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선례"
한편, 노 전 대통령의 김경수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쌀직불금 국정조사 증인선정 논란에 대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참여정부를 끌어들여서 피해보려는 나쁜 습관"이라며 "증인선정 운운 자체가 정치적 공세"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장관들이나 비서관 선에서 진실규명이 가능한 사안"이라며 증인선정 필요성 자체를 일축했다.

그러나 다른 참여정부 고위관계자는 "이 문제가 (5공청문회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증인으로 나와야 할 사안인가"라고 반문하며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선정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쌀직불금 문제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전날 봉하마을 방문객들과 인사하는 과정에서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생트집이다. 국정조사도 있고 하니 적절한 과정을 통해 자료를 갖고 증명해 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