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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경찰' 알고보니 '부패 베스트'

강산21 2008. 10. 20. 11:13

'베스트 경찰' 알고보니 '부패 베스트'

거액 뇌물수수, 로비청탁, 압수 오락기 훔쳐 판매 시도

[ 2008-10-20 09:02:44 ]

경남CBS 이상현 기자

우수한 성인오락실 단속 실적으로 '베스트경찰'로 뽑혔던 한 경찰이 오락실 업주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는 것은 물론, 자신이 압수한 오락기를 훔쳐 오락기 업자에게 되팔려던 혐의까지 들통나 결국 구속됐다.

오락실 단속 유공을 인정받아 경남경찰청에서 선정하는 지난해 1/4분기 '베스트 경찰'에 선발됐던 김해경찰서 소속 김모(37) 경사.


하지만, 알고보니 자신이 압수했던 오락기를 다시 훔쳐 되팔려고 하는 등 심각한 부패 경찰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경사는 김해지역 사행성 오락실을 단속하는 업무를 하면서 압수된 오락기가 허술하게 보관된다는 점을 악용했다.

당시 워낙 많은 게임기가 압수되다 보니 경찰서 내에 죄다 보관하기가 어려워 김해시청에 위탁보관을 의뢰했지만, 사실은 그마저도 자원재생공사나 하수종말처리장 등 외진 곳에 거의 방치되다 시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 오락기를 빼돌리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김 경사는 직접 자신이 압수했던 게임기 98대가 김해 하수종말처리장에 보관되자, 이를 실행에 옮겼다.

오락기 업자 허모 씨와 오락기를 훔쳐 다른 오락실 업주들에게 팔아 넘기고 돈을 나누기로 공모한 뒤, 지난 2007년 12월 화물차 기사 등 공범들을 모아 두 차례에 걸쳐 게임기 98대를 트럭에 싣고 가는 수법으로 훔쳤다.

뿐만 아니라, 김 경사는 공범들을 위해 사건을 무마하려고 동료 경찰관들에게 로비를 시도하려 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화물차 기사 등 공범들이 김해경찰서 형사과에 붙잡히자 사건이 잘 무마되도록 다른 경찰들에게 로비를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허 씨로부터 2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경사는 또, 허 씨에게 단속정보를 흘려주는 대가로 상습적으로 뇌물을 건네받으면서 모두 6천3백만 원을 챙겼다.

김 경사는 이 같은 혐의로 19일 결국 구속됐다. 창원지법 허미숙 판사는 오락기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창원지검으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경사에 대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김 경사의 다른 혐의에 대해서 집중 추궁하는 한편, 다른 경찰들에게도 실제로 돈이 전달됐는 지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 김 경사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돌연 잠적했다가 지난 16일 검찰에 붙잡혔다.


hirosh@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