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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경제〉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휴먼앤북스

강산21 2008. 10. 11. 11:50

‘미국의 실패’ 수입하는 한국경제

기사입력

2008-10-10 19:37 

 

[한겨레] 〈위기의 한국 경제〉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휴먼앤북스·1만3000원

지난해 7월부터 매주 국내외 경제동향 및 현안들에 관한 보고서 <경제시평>을 펴내고 있는 김광수경제연구소의 두 번째 경제시평 모음 <위기의 한국 경제>(휴먼앤북스 펴냄)가 진단하는 한국 경제 위기는 결국 정책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위기다.

예컨대 2007년 후반부터 이미 고유가와 원자재가격·곡물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치솟기 시작했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오히려 고환율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인플레를 부채질했다. 또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필요한 금리인상을 외면했을 뿐 아니라 대선공약부터 대운하사업·뉴타운사업 등을 들고 나와 오히려 부동산투기를 부추기는 쪽으로 나아갔다. 생산성을 압도적으로 초과하는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한국 경제 전체의 가격경쟁력을 죽이고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미 붕괴 초기단계)을 걷어내야 그나마 1차 생산품 가격 인상, 환율상승으로 가속화한 인플레 요인을 상쇄시킬 수 있다. 그런데도 종부세의 사실상 폐지를 기정사실화한 최근 행보에서도 확인되듯 정부의 자세는 초지일관 변함이 없다.

소수 부유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정책을 고집하면서 ‘노동 유연성’이란 미명 아래 저임금과 비정규직 양산, 고용불안은 방치하거나 부추김으로써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국내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기초를 부실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30~40년 전 개발독재 시대에나 통했던 대기업 위주의 친기업 성장정책을 국내외 상황이 급변한 21세기에 적용하려는 복고적·퇴행적 경제관념과 계급적·종파적 정치이념이 결합한 결과라는 게 연구소의 시각이다. 그리하여 이명박 정부는 “현실 경제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지로 인해 정책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끝나버린 이전 정부의 유령과 싸우는 데 정신이 팔려 자기 무덤을 파는” 우행까지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미국 부동산 거품 붕괴가 기정사실이 되고 그 파급효과가 국제 금융시장 신용경색을 부를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부동산에서 빠져나온 투기자본이 1차산품 가격을 더욱 밀어올리고 연쇄부도 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이 달러수요를 부채질하지만 공급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미국한테서 시장의 실패까지 모방하며 부동산투기에 골몰하던 한국에선 은행들이 예대비율이 130%를 넘도록 돈 되는 가계대출을 늘리고 모자라는 자금을 양도성예금증서와 은행채를 대량 발행하고 엄청난 외환 단기차입으로 메웠다. 미국 부동산 거품 붕괴 여파가 이런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화에 대한 우려를 부추겨 국내 투자 달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실물경제도 뒤흔들 기세다. 나라 안팎 경제사정을 거스르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 추락은 당연하다. 이는 외국 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이탈, 불안해진 기업들의 달러 보유 확대와 방출 기피를 초래해 환율 상승을 한층 더 부추긴다.

연구소는 경제발전의 궁극적 목적은 기업이 아니라 가계를 살리는 것이라고 본다. 그것 없이는 지속 가능한 경제도 없다. 한쪽에서는 일자리 몇십만 개를 창출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그 이상으로 해고하고 있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연구소는 묻는다.

한승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