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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을 욕보이는 기사 - 이건 아닌데...

강산21 2008. 10. 2. 15:40

[오마이뉴스 김영균 기자]


▲ '최진실 사망사건'을 보도한 <중앙일보> 2일자 인터넷판 기사.
ⓒ 오마이뉴스 김영균

2일 '최진실 사망사건'이 알려지면서 언론이 앞다퉈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은 고인의 명예나 일반 국민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정적인 기사를 내보내는 중이다. 이른바 특종 터뜨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앙일보>는 2일자 인터넷판 기사(최진실 사용한 압박붕대는 무엇?)에서 "자택 욕실 샤워부스에서 압박붕대로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됨"이라고 구체적인 자살 사망 방법을 묘사했다. <중앙일보>는 한 발 더 나가 "압박 붕대는 일반 시중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며 "3m 짜리가 4만~7만원 정도"라고 '자살 도구'의 구입 방법까지 친절하게 안내했다.

지난해부터 언론의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마련해 자살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희주(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국장은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정말 잘못된 보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언론이 자살 사망의 방법을 세밀히 알려줌으로써 제2, 제3의 자살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짧은 인터뷰 내내 언론이 '금도'를 지킬 것을 주문했다.

'지하철 자살 사망' 줄인 오스트리아 배워야

김 사무국장은 "사망한 최진실씨가 목을 매 숨졌다거나, 압박붕대를 사용했다거나 하는 얘기는 보도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분명히 유사 사례가 또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한 번에 사망하는 방법을 택하게 돼 있다"면서 "언론을 통해 유명 연예인들이 자살한 방법이 보도되면 대부분 따라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9월 8일 탤런트 고 안재환씨가 연탄가스로 자살 사망한 사건이 언론에 자세히 보도된 뒤 유사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 9월 13일 부산 온천동 한 호텔 객실에서 고교생 이아무개(18) 군이 고 안재환씨를 모방해 자살 사망한 뒤 지금까지 모두 5건의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 2004년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이 반포대교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이후 많은 한강다리 중 유독 반포대교에서만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충분하지 않은 정황을 근거로 자살 사망을 판단해 보도하면 안 된다"며 "유명인 자살 사망을 묘사한다든지 유족 인터뷰, 장례식 영정 사진 등도 사실은 보도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정부와 언론의 노력으로 '자살 예방' 효과를 거둔 오스트리아의 예를 들며 한국 언론이 반성해야 할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지하철 자살 사망 사건이 굉장히 심했다"면서 "하지만 WHO(세계보건기구) 자살보도 권고 기준을 따른 정부와 기자협회의 노력으로 보도를 자제하면서 유사 사례가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자살예방 권고기준을 마련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방송통신위원회나 방통심의위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언론시민단체와 기자협회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도 덧붙였다.

한편 누리꾼들의 '선정적 보도'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압박붕대는 무엇?" 기사에서 한 누리꾼은 "사람이 죽었는데 하찮은 붕대가 뭐냐"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