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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이비어천가’ 인터넷에선 ‘러시아 푸대접’ 논란

강산21 2008. 9. 30. 13:59

방송은 ‘이비어천가’ 인터넷에선 ‘러시아 푸대접’ 논란
푸틴이 늦자 비난은 MB에게...“구걸외교면 어떠냐” 옹호론도
입력 :2008-09-30 10:31:00  
[데일리서프 민일성 기자] 러시아 외교부차관이 이명박 대통령을 공항에서 영접한 데 이어 총리 면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40분 늦게 도착해 ‘외교적 결례’ 논란이 30일 또다시 일었다. 청와대는 푸틴 총리 측이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했지만 누리꾼들은 차관이 공항에 나오고 총리가 대통령을 장시간 기다리게 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의 녹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하는 등 10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정부 영빈관에서 푸틴 총리를 만나 에너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푸틴 총리가 약속시간에 비해 40분 늦게 도착한 것.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푸틴 측이 ‘미국발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한 500억 달러 긴급 지원 발표를 TV 생중계로 하게 됐기 때문에 면담을 좀 늦춰달라’며 사전에 양해를 구해왔다”면서 “이 대통령은 크렘린궁 영빈관에서 다른 일정을 소화하다 푸틴의 도착 시간에 맞춰 총리 영빈관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도 푸틴 총리 측이 1주일 전쯤에 면담이 늦어질 수 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또한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50분이 아니라 40분이라고 청와대는 해명했다.

그러나 언론은 ‘50분 늦은 푸틴 총리’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푸틴, 방송 일정 이유로 이대통령 면담 50분 늦춰”란 제목으로 보도했고 한겨레신문도 “50분 늦은 푸틴 총리…외교적 결례 논란”란 제목으로 예정보다 늦은 면담 상황을 전했다.

청와대가 50분이 아니라 40분이라고 해명하자 일부 언론들이 40분으로 수정하는 등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창피하다”, “일국의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푸대접이다”, “과거 민주정부때는 이런 결례가 없었다”는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포털사이트의 누리꾼 ‘유령’은 “이쯤 되면 푸틴은 이 대통령을 아주 우습게 여기는 거다”며 “부시 골프카트 운전하고 일본 왕한테 머리나 조아리고 중국 가서도 홀대받았는데 푸틴이 이 대통령을 허접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누리꾼 ‘ak40’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푸틴이 직접 마중 나와 영접하고 아주 깍듯한 예우를 했다”며 “이 대통령은 어디가도 대접을 못 받는다”고 한탄했다.

조선닷컴의 누리꾼 맹모씨도 “일개 총리가 자국을 방문하는 대통령을 기다리게 하는 결례가 어디 있냐”며 “그냥 돌아와라, 이런 망신이 있나”라고 성토했다.

이모씨는 “차관급 의전은 간소화된 러시아 관행이었고 우리나라도 그런다고 (청와대가) 했는데, 미국, 중국 대통령들 올 때 (러시아에서) 장관이 나갔었다”며 “어떻게 이 정권은 무슨 말 만하면 항상 다 거짓말이냐”며 청와대 해명을 반박했다.

공항에서 차관이 이 대통령을 마중 나온 것에 대해 외교부가 이례적으로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에 글을 올려 “푸틴 전 대통령 시절부터 간소화된 러시아의 의전관행에 따라 이뤄진 것일 뿐 결례 지적은 오해”라고 해명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 “‘구걸외교’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선닷컴의 문모씨는 “결례인건 맞다. 하지만 늦장 부리는 건 그들의 몸에 밴 습관이다”면서 “실리외교를 표방한 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홍모씨도 “국익을 위해서는 구걸외교라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한편 29일 저녁 한·러 정상회담에 대해 공중파 방송 3사가 일제히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생중계를 해 논란이 일었다. KBS, MBC, SBS는 오후 7시대에 ‘뉴스특보’ 형식으로 일제히 같은 시간에 비슷한 내용을 생중계했다.

더 나아가 SBS는 특보로 늦춰진 ‘8시 뉴스’에서 정상회담을 헤드라인 뉴스로 다시 다뤘다. KBS, MBC가 9시 뉴스에서 멜라민 파문과 종부세 개편안, 환율 급등 등을 주요 뉴스로 다룬 것과는 대비되는 보도편성이다.

이날 양국이 협의한 것은 2015년부터 러시아 천연가스를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사업을 추진하고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하는 등 이전 정부에서부터 추진해온 내용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9월 21일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과 ‘포괄적 동반자 공동선언’을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않은 정상회담을 방송 3사가 일제히 생중계 한 것은 전파낭비로 ‘과잉 충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