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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가을의 노크 소리 "웰컴 투 헤이리"

강산21 2008. 9. 6. 11:00

똑똑똑! 가을의 노크 소리 "웰컴 투 헤이리"

기사입력 2008-09-06 02:36 |최종수정2008-09-06 04:45 


모든 것에는 입구와 출구가 있듯이, 계절이 들고 나는 출입구도 분명 존재합니다. 지겨웠던 여름이 나가고, 그 틈으로 가을이 비집고 들어오는 출입구. 다름아닌 서울의 서북부 지역입니다.

아마도 서울 인근에선 가장 먼저 매미의 역할을 귀뚜라미가 이어받고, 접어올렸던 소매를 서둘러 끌어내리게 만드는 곳이 바로 파주와 문산 지역이 아닐까요. 망향의동산, 제3땅굴의 뉘앙스가 그토록 짙었던 이곳이 언제부터인가 수도권 주민의 문화쉼터, 혹은 놀이마당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습니다.

2003년 모습을 드러낸 헤이리가 씨앗이 되어 퍼진 문화공간들은 파주출판단지, 임진각 주변에 이르러 어느새 성숙 단계에 들어섰죠. 헤이리에선 마침 20일부터 10월 4일까지 '2008 헤이리 판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가을축제가 열립니다. 다시 보는 헤이리, 그리고 '서북부'의 매력적인 장소들로 떠나봅니다.

■ 여전히 …ing, 헤이리를 다시 보다

헤이리를 다시 보려면, 헤이리에 대한 오해를 먼저 풀어야겠다. 헤이리는 절대 '놀이동산'이 아니다. 걸어가다 노점상을 만날 수 없을뿐더러, 칭얼대는 아이의 손에 쥐어줄 풍선 파는 할아버지를 마주칠 가능성도 없다. 그저 140세대의 주민이 사는, 크지 않은(15만평) 공동 주거집합체가 헤이리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테마공간(딸기가 좋아, 한립토이뮤지엄 등)들이 놀이공원의 성향을 띠지만 이는 헤이리를 이루는 요소 중 아주 작은 부분을 담당할 뿐이다.

대신 헤이리는 가을과 닮은 마을이다. 문 열린 갤러리나 조그마한 박물관, 카페들이 인사를 건네며 어서 들어와 가벼운 주머니로 문화의 질감을 느껴보라고 속삭이는 곳이다.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어른들의 공간, 여흥보다는 사색과 사교가 어울려서 헤이리는 가을과 닮았다고 말한다.

헤이리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시간이 멈춘 죽어있는 공간이 아니다. 망치질 소리가 그치지 않고 육중한 공사 장비를 실은 트럭이 방문객 사이를 오간다. 종종 헤이리를 찾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건물에 놀라는 이유다.

가장 활발하게 건물이 들어서던 2003, 2004년에는 1년 동안 30여 개의 건축물이 올라가기도 했다. 요즘은 경제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해서 성장속도가 좀 줄어 올해 들어 지어진 건물은 10여 개에 그쳤다.

약 1년 후에 오픈할 한국근대사박물관 정도가 또다른 기대감을 갖게 하는 헤이리의 '새 식구'다. 헤이리의 용량은 언제쯤 포화상태에 이를까. 아직 적정 건축물 수의 절반에 도달했을 뿐이란다. 용적률 100%, 건폐율 40%라는 친환경적인 건축 가이드 라인이 있다.

헤이리는 건물 뿐 아니라 녹음도 가지고 있다. 많은 방문객들이 입구의 레스토랑이나 엔터테인먼트 시설에 집중하느라 시야를 넓게 돌리지 못해서 모를 뿐, 카페들 뒷마당이나 갤러리의 사이 사이엔 숲이 의외로 짙다. 헤이리의 모든 상업시설은 20%의 문화공간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한향림갤러리 뒷편의 오솔길 등 매력적인 공간이 풍성하게 숨어있다.

올해 안에 헤이리는 문화지구의 자격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흥시설의 잠식으로부터 제도적으로 보호받으며 지자체 등의 지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마을버스 노선과 맞바꾼 광역버스 노선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헤이리 주민인 화가 한상구씨는 "헤이리는 배타적이지 않아요. 문이 열려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들어가 문화와 어울릴 수 있는 곳이죠. 사람들이 몰리는 곳만 가지 말고 집집마다 차분히 감상하세요. 자잘한 흔적을 만나는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주민과 방문객 모두 헤이리가 변질되지 않도록 지켜주는데 힘을 합쳐야 합니다"고 말한다.

듣고… 보고… 하루가 쏜살같이



▲ 세계민속악기박물관

헤이리 7번 게이트로 들어와 사거리를 지난 후 왼편에 보인다. 사업가인 박물관장이 자기 돈으로 사 모은 70여개 국의 악기 500여 점이 눈을 잡는다. 지하 전시관 구석에 놓여있는 기다란 통 모양의 악기는 들었다 놓으면 빗소리가 난다. 속에 선인장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꽤나 운치 있다. 미리 신청하면 악기 연주방법도 배울 수 있다.

▲ 카메라타 음악감상실

악기박물관과 이웃한 건물. 방송인 황인용의 집이며 카페이기도 하다. 가을을 연상시키는 나무빛의 인테리어와 고풍스럽고 높은 지붕이 웨스턴 일렉트릭의 스피커와 잘 어울린다. 클래식 LP가 가득한 DJ룸으로 음악을 신청하면 쏟아지는 비를 맞듯이 스테레오에 푹 젖는다. 앙증맞은 연필깎이와 몽당연필이 놓인 테이블이 아날로그 그 자체.

▲ 씨네팰리스

헤이리 3번 출입구로 들어와 만나는 사거리에서 좌회전, 그리고 우회전하면 왼쪽에 보인다. 국내에 단 1장 남은 영화 '로마의 휴일' 포스터, 어른들에?동심을 되돌려주는 세계 명작들의 흔적, 아이들을 흥분시키는 캐릭터 피겨들이 그득하다.

▲ 타임캡슐

4번 출입구로 들어오면 첫번째로 눈에 띈다. 낡은 나무책상과 1970년대의 추억을 박제해 놓은 듯한 소품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양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