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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강산21 2008. 8. 23. 19:04

촛불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기사입력

2008-08-22 20:24 

 

촛불이 민주주의다/박원석 외 지음/해피스토리/1만1000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남구현 외지음/메이데이/1만원
촛불, 그 65일의 기록/편집부 엮음/경향신문사/9800원
촛불이 민주주의다/박원석 외 지음/해피스토리/1만1000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남구현 외지음/메이데이/1만원

촛불, 그 65일의 기록/편집부 엮음/경향신문사/9800원

2002년의 화두가 ‘붉은악마’였다면, 2008년은 단연 ‘촛불’이다. 촛불집회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상관없다. 명칭도 촛불집회든 촛불시위든 촛불문화제든 관계없다. 미국산 소고기를 사 먹든 안 먹든 그것도 문제가 아니다. 촛불은 엄연히 2008년 여름 대한민국을 지배했다. 5월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가녀린 소녀들이 들어올린 촛불이 20대, 30대, 40대를 넘어 결혼 후 가정에만 머물던 중년 여성까지도 불러모았고, 급기야 노동계·재야세력은 물론 종교인·야당의원들까지 그러모았다. 종이컵에 촛불 하나 달랑 든 각계각층은 서울시청 앞으로, 청계천으로, 광화문으로 몰려왔다. 지방에서도 고속버스를 타고,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촛불은 대통령의 졸속협상 사과와 재협상에 준하는 미국과의 소고기 수입 추가협상을 이끌어냈고, ‘촛불 민주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무엇이 그토록 절실했기에 국민은 스스로의 손으로 국회의원, 대통령을 뽑은 지 100일도 안 돼 직접민주주의를 꿈꾸며 너도나도 촛불집회에 참석했을까. 점화 100일이 지난 8월 말 현재까지도 꺼지지 않고 있는 촛불집회. 그 사회적 의미와 정치적 함의, 쟁점, 10대와 여성 등 촛불집회를 통한 새로운 시민운동 주체의 등장과 정치의 확장 등을 점검하는 책들이 나란히 출판돼 시선을 끌고 있다.

‘촛불이 민주주의다’는 촛불집회의 성격 분석, 진행 과정상의 논쟁, 그 미래까지를 심층 진단한 책이다.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직접민주주의 실현태인지, 정당과 제도정치·대의민주주의의 위기와 한계를 드러낸 불안정한 모습인지, ‘촛불집회를 멈춰야 하며, 그 성과가 제도권 대의정치로 수렴돼야 한다’는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 등이 던진 논쟁을 소개하고 있다.

김상곤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는 “촛불 항쟁의 성격은 무엇보다도 먼저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민생민주주의적 축제문화운동이자 열린 민주주의의 교육 학습장이다. 이 항쟁은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시장화와 일방적인 시장 중심의 정책기조에 대항하는 국민의 진보적 민생민주주의 확보를 추구하는 항쟁”이라고 그 역사적 성격을 규정했다.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촛불집회를 점화시킨 것은 미국산 소고기 전면 수입이 가져올 광우병 위험이다. 이는 그 자체로서 위험사회, 위험의 세계화 시대 시민의 건강과 안전, 생명을 지키려는 새로운 생활 정치, 또는 생태 정치”라고 더욱 본질적인 문명비판적 시각을 보여준다.

오창은 대안지식연구회 연구위원은 “촛불집회는 ‘정치적 저항’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한 ‘시민 연대’이다. 이 고귀한 실천 행위가 단지 이성적 질서로 귀환하지 않는, ‘감성의 교감과 연대’로 이어질 때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민주적 질서가 창출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진화하는 촛불집회를 놓고, 지식인 사회는 ‘덜 진화한 학습노트’를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촛불집회의 이념과 쟁점을 좌파·여성·교사·노동자의 관점에서 분석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촛불집회 기간 가장 많이 불린 노래이자 구호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서 제목을 따왔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이기도 한 이 구호는 ‘과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를 역설적으로 환기시키며, 촛불집회 내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외면한 행정부를 괴롭게 했다.

남구현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촛불집회의 가장 큰 특징은 해체되고 흩어져서 탈주하는 자발성이 아니라 모여서 방향성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대중의 자발적 직접행동”이라며 “대중은 직접행동을 통해 대리주의를 거부하였고, 현장에서 움직이는 대중의 집합적 이성이 오히려 이제까지의 어떠한 이론가, 운동단체, 정당보다 우위에서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배후가 누구냐’는 대통령의 물음에 ‘내가 배후다’고 너도나도 나선 상황이 촛불집회의 동력이라는 것이다.

목수정 문화정책연구자는 “촛불의 중심에는 ‘애국심’ 대신 ‘주권’이 있고, ‘국익’ 대신 ‘생명’이 들어앉았다. ‘애국심과 국익’이 테마이던 시절, 여전히 주된 에너지 투사의 대상은 ‘국가’인 데 반해, ‘주권과 생명’이 주제가 되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비로소 국민의 한 사람인 ‘나’를 주체로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촛불, 그 65일의 기록’은 제목 그대로 촛불문화제 시작부터 7월 5일 국민승리의 날 선언까지 65일간의 역사적 현장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것이다. 책은 촛불이 무엇을 밝히려고 제 몸을 불태웠는지, 무더위도 장맛비도 끌 수 없었던 그 촛불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촛불의 미래는 어떠한지를 현장감 있게 살폈다.

또한 촛불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인터넷 토론방에서 화제가 됐던 게시물과 다양한 논쟁은 물론, 집회기간 내내 현장을 지켰던 기자들의 생생한 취재기와 인터넷상의 촛불 민심, 전문가 칼럼, 촌철살인의 만평이 더해졌다.

책은 촛불에 대해 특별한 정의나 평가를 내리진 않지만 학생과 시민들이 촛불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촛불이 활활 타오르게 된 계기, 촛불이 꺼질 수 없는 이유 등을 담담히 보여주는 촛불집회 백서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