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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경북대 강의 400여명 몰려 대박…‘청강 자제’ 당부

강산21 2008. 9. 2. 14:46

유시민, 경북대 강의 400여명 몰려 대박…‘청강 자제’ 당부
“강연동영상 시민광장 홈피와 블로그에 걸어두겠다” 약속
입력 :2008-09-02 09:01:00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자료사진). ⓒ 시민광장 제공 
[데일리서프 민일성 기자] 유시민 전 장관이 오는 9월 경북대 강연 시작을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청강 자제를 당부했다.

유 전 장관이 오는 5일부터 경북대 자율전공부 인문사회자율전공 ‘생활과 경제’ 강연을 시작한다. 대운하와 의료보험 민영화, 정부의 환율정책, 공기업 민영화, 조세정책 등 부동산 정책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다룰 예정이어서 관심이 높다.

당초 300여명을 정원으로 했으나 수강신청자가 몰려 400명으로 정원을 늘렸다. 경북대 2학기에 개설된 모든 교과목 중 가장 많은 인원이다. 정원을 늘렸지만 경북대 홈페이지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경북대 갤러리 등 관련 사이트에는 청강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지자들이 첫날 강연 청강을 위해 휴가를 내고 경북대에 전화를 하는 등 대규모 참여 움직임이 일자, 급기야 유 전 장관이 1일 오후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자제를 당부했다.

유 전 장관은 “수강신청을 한 학생만 400 명으로 웬만해서는 학생들을 집중하게 하기 어렵다”며 “저는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익히고 깨닫는 즐거움을 나누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원들이 저를 만날 목적으로 이 강의에 오실 경우 다른 분들의 청강을 막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며 “그렇게 된다면 수강하는 학생들이 정당한 불만을 가지게 될 것이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회원님들이 여기 오시는 일만큼은 반드시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7년 만에 경제학 강의를 재개하는 것이고 수강생이 너무 많은데다가 강의 주제 또한 만만치 않아서 이 강의는 저에게도 힘겨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제가 이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신 유 전 장관은 강연 동영상을 팬클럽인 시민광장 홈페이지와 자신의 블로그에 링크를 걸어두겠다고 밝혔다.

또한 강연 내용에 정치현안이 많은 것과 관련해 유 전 장관은 “경북대 강의실에서 저는 그저 시간강사일 뿐으로 정치를 했다는 것, 장관을 지냈다는 것, 이런 것들은 참고할만한 강사의 경력에 불과하다”며 “학생들에게 경제학에 대한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그들의 지적 정신적 성장을 돕는 것이 저의 임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강의를 다른 어떤 목적에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고 그렇게 한다는 오해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국민과 대학과 학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민일성 기자

다음은 유시민 전 장관이 경북대 강의와 관련 시민광장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경북대 강의 관련 부탁 말씀 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유시민입니다.

지난 주말 봉하마을 숲가꾸기와 생태연못 가꾸기 자원봉사에 땀흘리신 모든 회원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마음만 함께 하신 분들께도 똑같은 인사를 드립니다.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잘 돌아가셨겠죠?

다음 주부터 경북대 강의가 시작됩니다.

몇 가지 걱정되는 일이 있어 여러분께 미리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대학 당국에 청강할 수 없느냐는 문의를 하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중에는 우리 회원도 섞여 있을 것입니다. 아쉽지만 청강을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생활과 경제' 강의는 3학점짜리 정식 강좌입니다.

수강신청을 한 학생만 4백 명입니다. 웬만해서는 학생들을 집중하게 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익히고 깨닫는 즐거움을 나누려고 합니다. 어떤 분들은 나름의 이유 때문에 강의실에 들어오려 하겠지만, 잘못하면 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에 청강을 삼가달라는 부탁을 첫 강의에서 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 회원들이 저를 만날 목적으로 이 강의에 오실 경우 다른 분들의 청강을 막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그렇게 된다면 수강하는 학생들이 정당한 불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회원님들이 여기 오시는 일만큼은 반드시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경북대 강의실에서 저는 그저 시간강사일 뿐입니다.

정치를 했다는 것, 장관을 지냈다는 것, 이런 것들은 참고할만한 강사의 경력에 불과합니다. 학생들에게 경제학에 대한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그들의 지적 정신적 성장을 돕는 것이 저의 임무입니다. 그 댓가로 저는 세금에서 나오는 강사료를 받습니다. 이 강의를 다른 어떤 목적에 활용해서는 안될 것이고 그렇게 한다는 오해도 받아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민과 대학과 학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7년만에 경제학 강의를 재개하는 것이고 수강생이 너무 많은 데다가 강의 주제 또한 만만치 않아서 이 강의는 저에게도 힘겨운 도전이 될 것입니다. 제가 이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강의를 철두철미 공부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재미가 없을지 모르는 강의인데, 그래도 꼭 보고싶은 분들은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해 주십시오.

동영상을 시민광장에 링크하겠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블로그에는 수강하는 학생들이 강의내용에 대한 의견이나 질문을 올리고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수강생 전용 게시판을 개설합니다. 이 게시판은 학생들에게 주시고 여러분은 이곳 시민광장을 이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식소매상으로 살아가는 일에 다시 적응하느라 나름 애를 먹는 중입니다.

운전감각이 많이 둔해졌습니다. 전화받는 일이 생각보다 버겁습니다. 내년 초 출간을 목표로 삼아 에세이를 쓰고 있는데 이것도 아직 감각이 옛날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국사를 핑계삼아 슬그머니 손을 뗐던 가사일도 이제는 다시 익혀야 합니다.

자주 글 남기지 못해 미안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여러 곳에서 작은 규모의 강연이나 이런 저런 행사 참석 요청이 있는데 특별히 시간적 비용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인간관계는 지성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지어낸 말입니다.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자 갖가지 함께 해야 마땅할 공식 비공식 행사에 다니다 보면 책을 읽을 시간도 글을 쓸 시간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일은 전화로 때우고, 또 전화를 잘 받지도 않습니다. 서운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오.

2008년 9월 첫날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