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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을 활약기

강산21 2005. 3. 22. 01:36

아랫마을 활약기

 

얼마 전에 우리 교회에 다니는 한 분이어디선가 300-400벌에 이르는 상의를 기증받았다고 가져온 일이 있었다.그 분은 홈쇼핑을 통해서 의류를 판매를 하는 사업자이셨던 분인데 하던사업에서보다 이제 뭔가 심오한 세계를 경험하고픈 그런 마음이 있으셨던분이다. 이제 절에 들어가서 스님이 되겠다고 하며 그간 해오던 사업을정리하면서 지인인 우리 교인에게 '교회에서 그런걸 좋은 데 잘쓴다'고하니 쓰라며 보냈다는 것이다.

 

작은 교회에 한가득 차지한 수백벌의옷을 보며 처음엔 난감했었던 기억이 있다. 기증하려면 어딘가 참 많은곳이 있음을 알기에 며칠 돌아다니며 나눠주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는데교인 한 명이 그걸 팔아서 좋은데 쓰면 더 좋겠다는 제안을 해왔다.나로선 난감한 제안이었는데 의지가 좋아서 가만 두었더니 아랫마을(우리교회는여전도회를 아랫마을이라 부른다) 가족들이 모두 나가서 길에서 노점을연 것이다. 비가 자주오는 궂은 날씨여서 힘들었을텐데 결국 모두 팔아서오늘은 거금을 가져온 것이다. 뜻있는데 사용하라며 말이다.

 

그간 노점을 임시로 열면서 기존의 노점상들에게잔소리도 듣고 험악한 분위기도 당한 것을 아는터라 참 대견하고 고마운마음이 든 것이 사실이다. 나에게 맡겼으면 절대로 못했을 엄청난 일을한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장사를 하던 사람이 아닌 입장에서 길거리에노점을 열고 뭔가를 판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 가족들은누군가를 위해서 사용하려는 소중한 뜻을 가진 이들이었고 몸소 실천하는이들이었던 것이다. 참 대단하다. 난 아주 조금 팔고 아직 수금도 못한상태였는데 이들의 모습에 부끄러움이 밀려 왔다. 이들의 마음은 바로누군가 필요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음을 위한 노력이라는것이다. 그것에 대한 신앙고백이 있었던 것이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구체적 결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껏 해오지 않은 영역이라 하더라도말이다. 그래서 존경스러운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회는 교회에서 말하는명절인 부활절과 추수감사절, 성탄절 즈음에는 각 마을별로 돈을 모아서그 즈음 절실한 필요를 느끼는 어떤 곳에 보내는 일을 해왔었다. 사진찍고전시하는 그런 행태를 아주 싫어하기에 전혀 표도 나지 않게 말이다.그런 이들의 모습에 또 감동 받는다.

 

어설프지만 목사로 살면서 느끼는 기쁨가운데 하나는 내 공동체에서 소중한 일들을 너무도 당연히 태연히 하는것을 볼 때이다. '교회'라는 집단이 이기적이고 못된 일도 많이 하는집단임을 알기에 아니라고 강변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조용히 몫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서로 공유하는 입장인 우리 교인들의 행동에참 고마움을 느낀다.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주장한 것들이 받아들여졌다는기쁨도 있다.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는 이들은 행복하다.비록 힘이 들고 고달파도 생각(또는 고백)하는만큼 해내는 이들이 있기에이 사회의 어느 한 구석이라도 밝혀지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교인도얼마 되지 않는 작은 공동체에 속한 나로서는 이런 날 참 힘을 얻는다.고마운 마음이 가슴 깊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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