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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순채권 바닥..채무국 전환 `코 앞`

강산21 2008. 8. 29. 10:20

우리나라 순채권 바닥..채무국 전환 `코 앞`


기사입력
2008-08-28 12:01

- 순채권 27억불 불과..반년새 300억불 이상 급감
- 1년내 갚아야 하는 유동외채 비율 `쑥쑥`..작년말 대비 10%p 높아져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이 사실상 바닥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채가 빠르게 늘어난 반면 대외채권 보유액이 줄어들면서 순채무국으로의 전환을 코 앞에 두게 된 것이다. 해외에 가지고 있는 채권보다 짊어지고 있는 빚이 더 많아질 상황을 앞두고 있다는 의미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채권은 4224억8000만달러로, 지난 3월말에 비해 44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반면 대외채무는 4197억6000만달러로, 전분기말에 비해 59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채권은 줄고 채무는 늘면서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 규모가 3월말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6월말 순대외채권은 27억1000만달러로, 3월말 131억6000만달러에서 100억달러 이상 축소됐다. 작년말에 비해서는 300억달러 이상 급감한 규모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순채무국을 면치 못하다가 지난 2000년 순채권국으로 돌아섰고, 이후 순대외채권이 꾸준히 늘어나 2005년말 1207억달러로 역대 치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작년말부터 대외채권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순채권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 순채권(백만불), 유동외채(%)


















◇ 내국인은 채권 팔고, 외국인은 채권 사고

이처럼 순대외채권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은 국내 투자자들이 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반면, 외국인들은 국내 채권 위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 2분기중 외국인은 39억달러어치 국내 주식을 내다판 반면 119억달러에 달하는 국내 채권을 사들였다.

이에 반해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 26억달러 매수, 해외 채권 19억달러 매도 등 정반대의 투자패턴을 보였다.

여기에 조선업체와 해외펀드의 대규모 선물환 매도가 지속되면서 이를 상쇄하기 위한 은행들의 단기 외화차입이 지속되면서 외채 규모를 키웠다. 전체 대외채무 가운데 단기외채는 1756억5000만달러로 41.8%를 차지했다.

◇ 유동외채 갚고 나면 외환보유액 360억불 남아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장기외채와 단기외채를 합한 유동외채도 날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6월말 유동외채는 2220억달러로, 작년말에 비해 233억달러 급증했다. 이는 만기 1년내 외채를 갚고 나면 외환보유액이 360억달러밖에 남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외환보유액에서 유동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층 더 높아졌다. 6월말 유동외채 비중은 86%로, 3월말 82%에 비해서는 4%포인트 상승했고, 작년말 76%에 비해서는 반년새 10%포인트나 올랐다.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8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채권이 줄고 채무가 늘어나는 것은 내국인과 외국인의 투자 패턴이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환위기 때 단기외채를 들여 와 장기로 운용하며 발생했던 만기불일치상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 내국인도 외국인도, 주식도 채권도 `평가손`

한편 국내 주가와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는, 이른바 트리플(triple) 약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과 채권 모두에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2분기중 주식에서만 127억달러에 달하는 평가손을 기록했으며 채권에서도 12억달러 가량 손실을 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 모두에서 쓴 맛을 봤다. 2분기중 국내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123억달러, 채권에서 13억달러 가량의 평가손을 입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와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모두 감소했지만, 외국인 투자가 더 크게 줄어들면서 순국제투자가 개선됐다. 6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순국제투자잔액은 마이너스 1953억달러로, 3월말 마이너스 2020억3000만달러에 비해 70억달러 마이너스폭이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