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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건국절'인가?

강산21 2008. 8. 13. 11:15

누구를 위한 '건국절'인가?

발의의원 대다수 '친일 진상규명법' 반대 이력…국민 3명 중 2명 "개칭반대"

[ 2008-08-13 08:34:22 ]

CBS사회부 강인영 기자

'광복 63주년'이 '건국 60주년'으로 슬그머니 바뀌고 이른바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해야 한다는 움직임과 함께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의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CBS는 8.15 광복절을 즈음해 우리 사회에 일고 있는 '광복절·건국절 논란'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갈 대한민국 60년의 방향을 나흘에 걸쳐 모색해 본다. 13일은 그 첫 번째 순서로 건국절 개정 논란을 파헤쳐 본다.


▣ '광복절→건국절' 찬반논란


 

 

지난 2003년 건국절로의 개칭법안을 발의했던 당시 한나라당 의원 13명 가운데 9명이 정작 친일진상규명법 발의에는 반대했었다는 사실이 CBS 취재결과 드러났다.

지난해 9월 28일에는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 등 10명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꿔야 한다는 법안을 냈었다. 또 지난달 3일에는 역시 정갑윤 의원 등 13명의 의원이 ‘광복절’의 명칭을 ‘건국절’로 개칭하자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정 의원 등의 건국절 개정안과 관련해 당시 행정자치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이 개정안에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이 과거 청산이 아직 먼 시점에서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할 경우 광복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교육적 효과가 상당 부분 반감될 우려가 있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김구 선생을 비롯한 민족지도자 일부가 단독 정부 수립에 반발해 남북 단일 정부 수립 노력을 전개했다는 점을 볼 때 과연 1948년 8월 15일이 우리 민족의 완전한 건국기념일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개정안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시민단체·학계 반발 잇따라

지난 2006년 8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광복절을 건국절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천20명 가운데 반대가 61.7%로 나타났다며 건국절 변경에 대한 더 다양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지적이 17대 국회 차원에서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정갑윤 의원 등이 18대 국회 들어 다시 건국절 개정안을 발의한 데 대해 일각에선 ‘건국 60년 기념사업’을 벌이고 있는 정부 차원에서 개정안 발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갑윤 의원 측은 “개정안 발의는 정부 측 건국 60주년 사업과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독립운동가 후손들로 이루어진 8.15 광복회 등은 광복절을 '건국기념일'로 바꾸고 이를 위해 예산을 지출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하는 등 각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의 건국절 개정에 대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 "건국절 변경은 역사 왜곡"

건국절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정갑윤 의원이 처음이 아니다.

CBS 취재 결과 지난 2003년 당시 한나라당 김용학 의원 등 13명의 의원들이 건국절 개칭을 제안하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중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 발의는 김용학 전 의원을 비롯해, 김동욱, 박시균, 박재욱, 엄호성, 이방호, 이연숙, 임인배, 주진우 전 의원이 했다.

이에 대해 단국대 한시준 교수(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소장)는 “8.15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주장을 제기하는 쪽은 일제가 한국을 식민지 지배한 것이 한국이 근대화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보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뉴라이트계열 측이 주최가 되고 있다”며 “건국의 역사를 왜곡시키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보면 대단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Kangi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