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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해임권 인정 여부가 절차상 적법성 논란 '핵심'

강산21 2008. 8. 9. 12:59

대통령 해임권 인정 여부가 절차상 적법성 논란 '핵심'

기사입력 2008-08-09 04:03 


[정연주 사장 해임안 의결] 법조계가 보는 쟁점은

감사원 해임 요구 적법한가 "감찰기관 요구 가능" "해임권 전제돼야"

경영과오가 '현저한 비위' 해당되나 "배임·횡령 있어야" "방만 경영도 해당"

KBS 이사회가 8일 감사원의 정연주 사장 해임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해임 절차를 둘러싼 적법성 논란이 한층 더 가열되고 있다. 정 사장 측은 감사원을 대상으로 해임요구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낸데 이어 이사회의 해임 결정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 이 문제는 결국 법원이 가리게 됐다. 법조계가 보는 관련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 감사원의 해임 요구는 적법한가

우선 감사원이 KBS 사장 해임 요구 권한을 갖고 있느냐는 부분이다. 서울행정법원 판사를 지낸 김관중 변호사는 "공공기관의 장에 대한 감사원의 해임 요구, 이사회의 제청과 대통령의 결정은 절차상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근동 변호사도 "감사원은 회계감사권이 있고, 직무감찰을 통해 미적격자에 대한 해임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대한변협 법제이사를 지낸 김갑배 변호사는 "감사원법상의 해임 요구는 임명권자가 해임권도 갖고 있을 때 하라는 취지"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의 해임 요구는 법률적으로 자진사퇴 권유 정도의 의미"라고 해석했다.

정 사장 측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백승헌 회장도 "해임권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해임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 행위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 임명권에 해임권도 포함되나

결국 핵심은 '사장은 이사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방송법 50조 2항의 해석 문제로 귀결된다. 2000년 방송법 개정 시 '임면권'이 '임명권'으로 바뀌었을 때 사장 임기 보장 차원에서 해임 관련 조항은 따로 두지 않았다.

이 헌 변호사는 "임명권을 광의로 해석하면 해임권도 포함되며, 임기 중 경영상 능력 등 잘못된 점이 드러나면 해임하는 것이 임명권자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승환 전북대 법대 교수는 "KBS와 KBS 사장의 임무영역은 대통령의 권력이 침투할 수 없는 공간이고, 이는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해임권을 인정하는 것은 '관영방송'과 '공영방송'의 차이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재경 법원의 한 판사는 "임명권과 임면권에 대한 양측 주장 모두 어느 정도의 설득력이 있다"며 "결국 대통령의 해임권 인정 여부에 따라 절차상의 위법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방만한 경영이 '현저한 비위'인가

방만한 경영 등이 과연 감사원법상 해임 사유인 '현저한 비위'에 해당하느냐도 논란거리다. 정 사장의 해임 절차가 위법하다고 보는 쪽에서는 문헌에 충실한 법리 해석을 주장하고 있다.

김갑배 변호사는 "경영상 과오가 현저한 비위에 해당하려면 배임, 횡령 등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며 "타인의 권리를 제한할 경우 법은 엄격히 적용해야지, 폭 넓게 해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재량권 남용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근동 변호사는 "소송의 주된 쟁점은 해임의 실체적 정당성이 될 것"이라며 "사장은 회사 재산을 보전하거나 성실히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방만 경영이나 적자 누적도 비위 행위나 배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