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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관악구 구의원의 사죄 - 미국산 쇠고기 사용금지 결의 철회에 대하여

강산21 2008. 8. 5. 10:41

관악구 의원 서윤기입니다.

 

관악구 의회는 지난 7월 18일 "관악구 공공급식 식재료 사용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사용금지 결의"라는 다소 제목이 긴 결의안을 재석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이는 연합뉴스의 보도로 각종 일간지에 실리면서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결의안이 통과 되었을 때 구의원으로서 매우 자랑스러웠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제 딸에게 떳떳할 수 있게 되었고, 관악구 주민들의 건강권과 식품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일조했다는 자부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8월 4일 저의 이 같은 자부심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수치심과 분노와 허탈함만 남게 되었습니다.  관악구의회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님 13명은 불과 17일전에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결의안을 번복하고 취소결의안을 통과시킨 웃지못할 코메디 같은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불과 17일만에 결의안이 취소되버린 것입니다.  저는 어느 의회에서도 자신들 스스로 결의한 결의안을 17일만에 전격 취소한 사건은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한나라당 구의원들은 결의안이 언론에 보도되고 당으로부터 압박을 받으니 이에 부담을 느끼고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최초에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던 자신들의 의도가 관악구 주민들에게 보다 더 안전한 식자재를 공급하자는 순수한 의도였다면서도, 언론이 왜곡보도하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고 항변하면서 말입니다.

 

사실, 결의안을 철회하기보다  먼저 해야할 일은 자신들을 곡해하는 한나라당 중앙당과 시당 그리고 지구당에 진의를 설명하고 설득을 하는 것이 우선 아니었겠습니까?  그렇게 하는것이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구의원의 책무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으로부터 돌아올 불이익이 무서워 주민의 건강권을 나몰라라 팽개친 것입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당으로부터 나오는 모양이죠?)

 

한나라당은 반성해야합니다.

주민들의 편에 서서 주민들만 생각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풍부하게 만들어가는 지역일꾼들의 주체적 판단 마저 당론이라는, 향후 공천배제, 혹은 징계라는 전가의 보도와 같은 무시무시한 무기로 짓눌러 버린 행태를 반성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기화로 누군가 한나라당에는 풀뿌리는 없다고 주장한다면 뭐라고 답하겠습니까?  오로지 상명하복만 존재한다고 하면 뭐라고 답하겠습니까?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만큼 대화와 타협이 중요합니다.  무슨일이든 다수의 힘을 믿고 밀어붙이면 그만이라는 행태를 보여준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소속 관악구 의원들은 이러한 폭거를 또다시 자행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찬반 토론을 통해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결의안이 철회 안되도록 노력했지만 막지못했습니다.

소수당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번 결의안 취소 사태를 막아내지 못해서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친 모든 국민과 관악구 주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관악구 의원  서윤기(봉천2,3,5,6동)

출처 : 구의원 서윤기
글쓴이 : 서윤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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