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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연행자 1,057명 역대 최대규모

강산21 2008. 8. 4. 19:10

촛불시위 연행자 1,057명 역대 최대규모

900명 넘게 사법처리 강행, 단순시위에서 항쟁으로 가나

김태일, info@humanpos.kr

등록일: 2008-08-04 오전 2:11:36

 
ⓒ 커널뉴스 박정원 기자
촛불시위 90일만에 무려 1,057명의 연행자가 발생했다. 단일시위사건으로는 역대 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촛불시위는 지난 5월 2일 첫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8월 2일 연행자 13명을 포함하여 연행자는 천 명을 훌쩍 넘겼고 구속, 불구속 및 벌금형 사법처리 대상자 역시 900명을 뛰어넘는 최대규모의 시국사건으로 커져가고 있다.

과거 시국사건과는 달리 국민건강문제로 시작된 이번 촛불시위는 연행자의 직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국민적인 사건이다. 연행된 사람중에는 대학생과 청소년인 중,고등학생 그리고 국회의원과 기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일반시민들이다. 이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고 주부인 생활인들이다.

정부가 그렇게 목청을 높여 주장하던 전문시위꾼이나 조직적인 배후는 연행자 천 명을 넘기고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시민들은 이를 조롱하듯이 '나를 잡아가라'며 연일 경찰청과 검찰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릴 정도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이대로라면 연행자 2천, 3천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제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모범으로 일컬어 지는 한국사회가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큰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며 씻을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시민들은 거리에서 현장에서 서서히 자각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시위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 스스로 왜 시위를 하는지 되묻기를 거듭할 수록 저항의 강도는 세어지고 강철처럼 단련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물러설 의사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빡세게" "질긴 놈이 이긴다"를 외치며 폭염과 장대비에도 촛불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취재를 위해 90일 동안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었다. 지난 7월 말부터 누구라고 말하지 않아도 이곳 저곳에서 들리는 말이 있다. "이건 항쟁이야. 항쟁"이라는 말이 서스럼없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들려오는 이같은 말을 듣는 순간, 80년대를 경험한 기자마저 온몸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시대의 무거움이 서글퍼진다.

정부는 태도를 바꿔야한다. 이대로 가면 안된다.

요즘 현장을 취재하며 느끼는 거리의 공권력은 마치 항쟁의 서곡을 연주하는 관현악단 같다. 80년대, 90년대에 비하면 시위 축에도 끼지 않을 정도인 지금의 촛불시위를 대한민국이 난리라도 난듯이 힘으로 제압했고, 금기야 천 명이 넘는 기동대를 창설하여 '백골단' 부활의 전주곡까지 연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넘어 방송장악 저지, 대운하반대, 소비자주권운동으로 점차 인식을 넓혀가고 있다. "몰랐는데 알고 보니 큰일이다"라는 공감대가 엄청난 속도로 번진것이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시민들의 부지런함보다 정부와 관변단체의 맞불작전과 강공작전이 오히려 확산을 촉진한 셈이 되었다.

과거보다 빠른 정보통신능력을 가진 현대시민들을 더욱 자극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대화를 원했고 지금도 소통과 대화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단절되었고 돌아온 메아리는 공권력을 동원한 연행, 검거, 압수수색, 출국금지, 벌금형, 구속이었고 인터넷은 사회악의 온상이라며 시민사회 전체를 불온시하는 서슬 퍼런 공안적 분위기였다.

정부가 처음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있다. 그래서 아마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지 모른다. 정부는 아마 이번 촛불집회의 주된 세력이 자신들의 정치적 반대세력이라고 단정짓고 그것을 기초로 모든 대응을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다. 이것이 잘못된 것이다. 보고라인 문제다. 보고라인이 잘못된 것이다.

촛불집회 현장에 나와 시민들의 시위를 보면서 상부에 보고하는 라인이 전부 잘못된 것이다. 그들은 아마 몇 명이 모였고, 누가 좀 더 강성이고, 누가 앞에서 주도하는가만 보고 할 것이다. 그러나 관제데모처럼 조직적인 동원이나 금품을 주고 사람을 모아서 시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서 집회에 나온다는 것을 가장 눈여겨 봐야 한다.

보고하는 사람들이 공안적 관점이 아니라 같은 시민적 관점에서 집회에 나온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하고 느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을 매번 반대로 보고하기 때문에 정부는 계속 시민들이 바라는 반대방향으로 달리는 것이다.

정부는 알아야 한다. 어제까지 정치와 시사에는 전혀 관심없이 살아가던 일반시민들이 대다수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어제까지 옆집 아주머니들과 수다 떨며 아이들 공부시키는 것에 매달리던 주부들이 거리에 나오고, 오늘은 남편까지 데리고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스스로 시민들을 정부의 반대세력으로 만들고 있다는 거리의 외침을 다시 한 번 새겨들어야 한다.

8월 5일 부시 미대통령의 방한이 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밀물처럼 서서히 항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외국의 대통령을 위해 자국의 국민을 어떻게 대하는지 시민들은 지켜보고 판단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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