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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널뛰기 뒤엔 ‘강만수 입’ 있었다

강산21 2008. 7. 9. 11:45
환율 널뛰기 뒤엔 ‘강만수 입’ 있었다
“환율정책 정부가” 뒤 수직상승
“말 몇마디로…난 애국자” 자랑
물가 급등 내리막 때도 맨앞에
관료들 “실무자만 문책 말되나”
한겨레  정남구 기자 김경락 기자
» 강만수 장관 환율 관련 주요발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환율정책 실패 책임론 가열 ■
 

청와대가 환율정책의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유임시키고 최중경 차관만 경질한 뒤, 환율정책 실패 책임은 강 장관에게 있다는 지적이 관가와 금융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때맞춰 환율 관련 발언을 함으로써 시장 흐름을 좌우해온 사람이 강 장관인 까닭이다.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 역할론부터가 강 장관에게서 나왔다. 그는 3월4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 입장에선 (물가상승을 억제하려면) 원화 강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환율 정책과 상치되는 측면이 있으며, 정부가 환율정책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무렵 940원대에 있던 환율은 이 발언 뒤 3월17일 1029.2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강 장관은 그 뒤 사석에서 “돈 들이지 않고 말 몇 마디로 환율이 이렇게 올랐으니 나는 애국자”라고 자랑섞인 우스갯소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흐름을 잠시 뒤집어놓은 것도 강 장관이었다. 3월18일 청와대 회의에서 그는 “최근 환율 상승 속도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날 환율은 15.2원 급락했고, 4월4일 973.8원까지 떨어졌다. 그 뒤 정부가 환율을 상승 쪽으로 확실히 돌려놓았다가, 물가가 급등하자 최근 방향을 뒤집을 때도 언제나 맨 앞에 강 장관이 있었다.

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환율을 하향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한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5원, 8일에는 10원 넘게 떨어졌다. 이는 외환시장에 미치는 정부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보여준다. 요즘 정부의 뜻을 시장에 전하는 입은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지만, 시장이 이렇게 확실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최 국장의 발표가 곧 장관의 뜻임을 알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지난 6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을 만나 환율정책을 논의했고, 그 뒤 환율을 붙잡겠다는 정부의 강한 뜻이 시장에 전해졌다.

 

청와대가 환율정책 실패 책임을 물어 경질한 최중경 전 차관도 강 장관의 말을 거드는 발언을 많이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가 환율정책을 결정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정부조직법은 차관의 직무를 “그 기관의 장을 보좌하여 소관사무를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정부 관리들은 정책결정의 최고 책임자인 장관 대신 차관에게 책임을 지운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 간부는 “정부가 환율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최 전 차관의 이른바 ‘환율 주권론’도 애초 강 장관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최고책임자의 지시로 한 일을 두고 실무자를 문책하면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냐”며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좋지 않은 선례라는 것이다.

 

한편, 강 장관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최 차관이 홀로 경질된 데 대해 “공적, 사적으로 가슴아프게 생각한다”며 “대통령께서 계속 (내게) 일하도록 하신 것은 현재 위기관리가 중요한 때이니 더 잘하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