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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불교 서울광장 시국법회

강산21 2008. 7. 5. 10:26
[한겨레] 불교 서울광장 시국법회

청하 스님 “이대통령, 한눈 감아 국민눈물 못봐”


스님들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조계사에서 행진을 시작한 1천여명의 스님들이 합장을 하고 서울 시청 앞 광장으로 들어서자 시민들은 숨을 죽였다.

4일 오후 6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에는 2만여명이 참가해 연등을 밝혔다. 개량 한복을 입은 불교 신자, 아고라 깃발을 든 누리꾼, 20년 동안 교회만 다녔다는 50대 여성, ‘붉은 악마’ 뿔 머리띠를 꼽은 10대 소녀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시민들은 이날 오후 5시께부터 시청 앞 광장에서 종이컵에 연꽃잎 모양의 종이를 붙여 ‘종이컵 연등’을 만들었다. 꽃잎이 들쑥날쑥한 종이컵 연등을 만든 허아무개(45)씨는 “어제 나온 사람들은 다 하나님, 오늘 나온 사람들은 다 부처님”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법회 전에 진행된 연꽃 노래잔치에서 1등을 한 김윤성(6)군의 노래를 들으며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은 아직 불을 붙이지 않은 종이컵 연등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스님들의 행렬은 오후 6시반께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출발했다. 스님 1천명이 연등을 든 촛불소녀 모형을 앞세운 채 시청 앞 광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스님 1천여명과 시민 3천여명은 침묵 행진을 마치고 장엄한 법고 소리와 함께 광장에 들어섰다. 경북 김천 청암사, 수원 봉령사, 전남 순천 송광사, 충남 예산 수덕사 등 전국 곳곳의 이름난 사찰에서 올라온 스님 400여명도 법회에 함께했다.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은 무대에서 “촛불과 물대포, 이 둘의 관계는 지금 한반도의 우리가 처한 실상을 비극적으로 상징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은 한 눈을 감았거나, 대통령이라는 콩깍지가 씌어 한쪽 눈을 실명한 모양”이라며 “미국산 쇠고기를 보면서 광우병은 보지 못하고, 부시의 웃음은 보면서 국민의 눈물을 보지 못하고, 촛불의 허물을 보지만 자신의 잘못은 못 본다”고 설법했다.

시국법회 집행위원장 성묵 스님은 이날 낭독한 결의문에서 “쇠고기 협상은 국가 자존심 버린 무능한 협상의 표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 정부는 이제라도 지난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재협상에 나서라”고 말했다. 스님들은 ‘촛불을 위한 생명과 평화의 108 참회문’을 외며 108배를 마쳤다. 스님들은 시민들과 거리로 나서 제등행진을 마친 뒤, 광장 위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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