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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한겨레> 손배소에 국정원 직원 개입했다 ‘들통’

강산21 2008. 7. 4. 12:45
이명박 대통령의 <한겨레> 손배소에 국정원 직원 개입했다 ‘들통’
기자 시칭에 판사에게 재판상황 알려달라 요구도
입력 :2008-07-04 07:48:00  
[데일리서프 민일성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한겨레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소을 맡은 판사에게 국가정보원의 요원이 전화를 걸어 재판상황을 확인하려 하는가 하면, 기자를 사칭해 재판을 참관하려다 판사에게 적발돼 경고를 받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국정원이 대통령의 개인적 소송에 개입해 법원을 사찰하다 적발된 것이어서 파문이 일 전망이다.

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김균태 판사는 국정원 직원 김 모씨를 법대 앞으로 불러 "국정원 연락관이라고 했는데, (대통령) 개인 사건에 국정원이 전화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김씨는 지난 5월 말 첫 변론기일 이후 김 판사에게 전화해 진행 상황을 물었고, 김 판사가 난색을 표하며 전화번호를 묻자 전화를 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날 재판 시작 10여분 뒤 법정에 들어왔다가 김 판사가 "어떻게 오셨냐"고 묻자 머뭇거리다 "기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김 판사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해 국정원 직원임이 드러났다. 김씨는 "끝나고 얘기하자"고 했으나, 김 판사는 "따로 만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원고 쪽 조경구 변호사에게도 "불필요한 일로 재판부가 전화를 받는 일이 없도록 신경 쓰라"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신문은 3일자 신문에서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의 언급을 인용해 "국정원 직원이 판사에게 전화해 사건에 대해 물어봤다는 얘기는 상상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며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우리 직원이 판사에게 전화한 사실은 맞지만, 재판에 관여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경구 변호사는 이날 "한겨레신문 보도와 관련해 제기한 2개의 손해배상 소송은 유지하는 것으로 (청와대로부터) 연락받았다"며 "원고가 조정을 원하고 있으니 적극 조정에 나서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김 판사는 "양쪽이 합의를 해오지 않는 이상 재판부가 조정을 권고하는 것은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민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