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현안

'가스통-폭력' 묵인하는 백색 카르텔

강산21 2008. 7. 3. 14:40
'가스통-폭력' 묵인하는 백색 카르텔
[주장] 조중동-청와대-검·경... 비겁자인가, 동업자인가
김갑수 (kim gabsoo)
  
1일 밤 진보신당 사무실 괴한 난입으로 깨진 간판.
ⓒ 성상원
진보신당

 

1일 밤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이 촛불집회 생중계를 하고 있는 진보신당 당사에 난입, 당직자를 폭행하고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이 출동했어도 그들은 폭언과 난동을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괴한 두 명이 더 합류하기도 했다. 그들은 "빨갱이 새끼들 다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여성당원은 아랫배를 가격 당했고 화급히 달려온 남성당원은 머리채를 끌어 잡힌 채 무릎으로 얼굴을 얻어맞았다. 연행되어 가는 도중에도 경찰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그들 중의 하나는 다시 뛰쳐나와 난폭한 폭행을 자행했다.

 

누가 봐도 노골적인 테러 행위다. 그리고 정당에 가해진 테러이니 정치테러이며, 우익세력에 의해 저질러졌으니 말 그대로 '백색테러'인 셈이다. 이런 일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공당의 당사에서 이루어졌으니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사태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공권력과 보수 세력은 하나 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 대통령이 "불법과 폭력은 엄격 대처하겠다"고 말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았다. 검찰총장이 "불법과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하고 나서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게다가 조중동은 그동안 혈안이 되어 폭력 행위를 저주해 오지 않았나?

 

불법과 폭력은 의병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한 이문열은 뭐 하고 있는가? 불법 시위대에게는 최루탄은 물론 총까지 사용할 수도 있는 법이라고 훈수한 조갑제는 또 어디 있는가? 왜 그들은 하나 같이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보수 세력들은 일찍이 고엽제전우회원들이 백주에 대로에서 가스통과 라이터를 가지고 나댈 때에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누가 보아도 그것은 험상궂은 일이었다. 그것은 보수 세력의 위신을 실추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아무리 같은 우파라 하더라도 한 마디쯤은 했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끝내 입을 다물었다. 왜 그랬을까?

 

폭력 행위 묵인하는 백색 카르텔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북파공작원 위령제를 지내던 대한민국특수임무행자회 회원들이 6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한 뒤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 권우성
대한민국특수임무행자회

 

알고 보니 진보신당에 난입을 주도한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사무총장 오복섭씨는 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의 안보특위 공동위원장 출신이다. 또한 그들은 지난 6월 6일 현충일에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던 서울시청 앞 광장을 선점하고 난데없이 합동위령제를 지내기도 한 사람들이다.

 

그때 그들은 위령제 하루 전에 갑자기 장소를 경기도 판교 충혼탑에서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옮겼다고 한다. 특히 그들이 행사 장소를 바꾼 날 이 단체 소속 간부 15명이 청와대 행사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촛불 정국에서 보수단체와 촛불 시민을 차별하는 경찰과 검찰의 이중 잣대와 편파 수사는 벌써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경찰과 검찰은 전경이나 보수 단체의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임하거나 무작정 지연해 온 반면 촛불 시민의 폭력 유사 행위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 사실이다.

 

경찰은 서울 세종로에서 전경 버스 유리창을 망치로 깨려고 한 유아무개(24)씨를 채증된 사진을 이용하여 보름 동안 집요하게 추적한 끝에 6월 23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한 전경들에게 새총을 쏜 시민의 사진을 언론에 수배하듯이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26일 발생한 시민 조아무개(53)씨의 손가락절단사건의 경우에는 "해당 전경을 찾을 수가 없고 손가락이 이빨로 물어 절단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하며 사실상 수사를 포기해 버렸다. 또한 경찰은 고엽제전우회가 문화방송 앞에서 가스통으로 협박한 사건의 수사는 지금껏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검경은 지난 6월 6일 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의 코뼈를 부러뜨리는 등 두 명에게 중상을 입힌 특수임무수행자회원을 불구속 입건으로 처리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진보신당 테러 사건은 같은 단체인 특수임무수행자회원이 저지른 것이다. 만약 그때 봐주기 수사가 없었더라면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일주일 후인 6월 13일에는 고엽제전우회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역 집회를 마친 후 130대의 구급차로 사이렌을 울리며 시내를 주행했다. 그들은 청계광장에 가서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민들을 밀어내고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13일 저녁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LPG가스통을 묶은 승합차를 앞세우고 간간히 가스를 틀어대며 여의도 KBS본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권우성
고엽제전우회

 

같은 날 밤 고엽제전우회회원들은 자동차에 가스통을 매달고 KBS 정문으로 돌진했다. 그들은 MBC에도 몰려가 가스통으로 만든 화염방사기로 방송국 건물을 향해 불길을 분사하기도 했다. 또한 일주인 후인 6월 23일에는 KBS 앞에서 공영방송지키기 1인시위를 벌이던 시민을 각목으로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시민까지 집단 폭행하여 부상을 입혔다.

 

이런 일련의 일들로 보건대 고엽제전우회나 특수임무수행자회 등 극우단체의 일탈 행동들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만약 이들의 행동을 뒤에서 충동질하며 지원한 보수 세력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보수'라는 말도 차라리 아까운 정도다. 정확히 말해 그들이야말로 국기를 문란케 하는 세력이며, 이명박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라면 '국가정체성'을 해치는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와 검찰과 경찰, 그리고 조중동은 극우단체들의 테러 행위에 더 이상 눈감아서는 안 된다. 만약 여태까지 해 온 것처럼 촛불에는 가차 없으면서 극우단체들의 폭력 행위는 비호하거나 방관한다면 그들은 모두가 동업자라는 혐의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나아가 조중동은 쇠고기 정국과 촛불시위를 왜곡해서 보도하는 행위를 멈추어야 한다. 7월 2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촛불집회에 참여한 종교인들을 비판하고 있다. 이 신문의 사설은 종교인들의 참여로 촛불시위가 일단 비폭력을 찾았지만 다수 군중의 참여는 필경 폭력화될 것이라고 지레 걱정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가스통 난동이나 경찰의 집단 폭력에는 철저히 함구해 왔다. 반면 그들은 광화문을 가리켜 '폭력의 해방구'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일찍이 5·18 당시 쿠데타 군부의 폭력과 학살은 일절 거론하지 않으면서 광주시민을 폭도 또는 난동자라고 매도한 이 신문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만큼은 그 속 보이는 '폭력의 레퍼토리'를 제발 거두어주기 바란다.

 

조선은 물론 중앙과 동아도 더 이상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정육점 나온 미국산 쇠고기 5시간 만에 200㎏ 다 팔렸다" 같은 유치한 내용을 주요하게 보도한 <중앙일보>,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 거리의 상점들이 촛불시위 이후 많게는 80%까지 매출이 떨어졌다"는 거짓 사실을 인용했다가 대학생의 추적 조사로 창피를 당한 <동아일보>의 속내를 국민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역사의 아픈 피해자들, 그러나...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KBS 편파보도 정연주 사장 퇴진' '불법 폭력 촛불시위 중단'을 주장하며 화형식을 진행하자 경찰관이 소화기로 불을 끄고 있다.
ⓒ 유성호
고엽제

사실 베트남 파병이 없었던들 고엽제전우회 같은 단체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유와 경위가 어떠했든지간에 그들은 대한민국 '조국 근대화'의 희생자들이다. 또한 그들은 미국이 뿌린 고엽제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특수임무수행자들은 또 어떠한가? 그들이야말로 분단의 희생자들이고 대한민국의 순수한 애국자들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분들에게 응분의 보상을 하지는 못할지언정 그들을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하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죄악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박정희 독재시대에 시국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나타나곤 했던 상이용사들의 기억을 슬프게 간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요즘 고엽제전우회원이나 특수임무수행자회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다음 발언은  고엽제전우회원들이나 특수임무수행자회원들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정부는 북파공작원의 실체를 90년대까지 공식적으로 부인해 왔다. 이들의 실체를 세상에 드러낸 사람은 북파공작원수행자회에서 그토록 미워하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김승훈 신부님이다. 김승훈 신부는 북파되었다가 사망한 분들의 위패를 정보사령부에서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정보사령관에게 시인 받았다. 그러고는 민변 변호사들과 힘을 합쳐 특별법을 만들어 북파공작원들이 보상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고엽제 피해자 문제를 세상에 알린 사람은 MBC와 KBS등의 언론이었다."(진보신당 이덕우 공동대표 발언)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폭력 사건이 용서될 수 있는 성질은 아니다. 이런 방약무인한 불법과 탈법 행위들을 공권력과 보수 세력이 비호 또는 방관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청와대는 물론 검찰과 경찰 그리고 조중동은 이번 사건의 직간접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말리지 못한 이른바 입바른 보수논객들, 이를테면 이문열이나 조갑제 등도 마땅히 이번 사건에 대해 반성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유감 표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번 테러가 진보신당의 촛불집회 인터넷 생중계에 대한 불만 때문에 빚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을 싫어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탄핵 서명이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일 터이며 또한 촛불집회가 인터넷에 의해 확산되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인터넷에 대한 부당한 선입견을 더 이상 가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네티즌은 곧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네티즌을 백안시하니까 덩달아서 법무장관도 조중동 광고운동을 하는 네티즌을 단속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연쇄적으로 극우단체도 인터넷을 표적으로 삼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대통령을 위시한 검경, 그리고 조중동이 촛불집회나 인터넷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러한 테러사건은 또 발행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필자 김갑수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식민지 항일소설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2008.07.03 12:08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