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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절단 여성’관련 사과…50대 남성 “절단 맞아”

강산21 2008. 6. 30. 20:06

‘손가락 절단 여성’관련 사과…50대 남성 “절단 맞아”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6.30 18:07 | 최종수정 2008.06.30 19:30


지난 26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있었던 '20대 여성 손가락 절단' 기사와 관련, 네티즌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당시 기사는 경찰의 강경진압과 시위참가자들의 강력한 저항속에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복수의 제보자와 일부 언론의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뒤 확인 결과 피해 여성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실제 확인작업을 거치지 못한채 기사화함으로써 그동안 경향닷컴에 신뢰를 보내주신 수많은 네티즌과 독자여러분에게 결과적으로 큰 누를 끼쳤습니다. 그러나 20대 여성의 손가락 절단 사실은 여전히 논란의 상태입니다. '50대 남성 손가락 절단사건'은 조선일보의 오보 주장과 달리 분명 '절단 사건'임을 조선일보가 인터뷰했던 바로 그 의사로부터 재확인했음을 동영상을 통해 알려드립니다.

기사화한 당시의 정황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0대 여성 손가락 절단 기사화 과정

=26일 당시 시청과 세종로 사이에서 1만여명의 시민들은 새벽까지 남아 집회를 계속하고 있었다. 경찰이 이날 새벽 1시께부터 강경진압에 나서자 여기저기서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그리고 이날 새벽 3시께 '시위 도중 20대로 보이는 여성의 손가락이 절단됐다'는 급한 제보전화가 왔다.

제보한 시민은 "20대 여성이 구급차에 실려갔으니 어느 병원인지 확인해 줄 것"을 부탁했다. 또한 인터넷 실시간 방송과 모 언론사에서도 손가락이 절단된 20대 여성이 서울대병원으로 후송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손가락이 절단돼 부상을 당한 한 여성이 구급차에 실려갔다' 라는 제보가 다시금 왔다.

제보자의 구체적인 당시 정황 설명과 현장의 인터넷방송의 '잘린 손가락을 찾는다'는 긴급보도로 볼 때 사실일 가능성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보다 훨씬 높다고 판단됐다.

피해자를 확인한 뒤 기사화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기사화할 만한 아주 중요하고 긴급한 사안이라고 판단, 기사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경향닷컴이 기사화했던 '20대 여성 손가락 절단'과 관련, 현재 피해 당사자를 확인 중에 있으나 아직 피해자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30일자 신문에 '시위대 선동하는 경향닷컴', '50대男-20대女 시위중 손가락 절단…일부 언론-인터넷 매체 보도 진위논란'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고 오보라고 지적했다.

50대 남성 '손가락 절단' 용어 사용

=한편 조선일보는 30일자 '시위대 선동하는 경향닷컴'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50대 남성 손가락 절단'도 오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30일 국립의료원 황정연 응급의학과 과장의 말을 인용 "살점 일부만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손가락 절단이 아니고 '수지 첨부 손상' 즉 '손가락 끝 손상'이라고 부르는게 정확하다"며 경향신문의 기사를 오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발언 당사자인 국립의료원 황 과장은 조선일보 기사내용에 대해 "(조선일보 기자에게)손가락 절단도 포함되며 의학용어가 '수지첨부 손상(手指尖部損傷・fingertip injury)'일 뿐이라고 말했다"면서 "조선일보가 '손가락 절단'이 아니고 '손가락 끝 손상'이다고 주장한 것은 의학 자체를 뒤집어 버린 것이고, 의학적으로 무식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과장은 또 자신의 말이 조선일보에 인용된 과정에 대해 "(조선일보 기자가)손가락 어디가 나갔느냐(다쳤느냐)고 하길래 '성형외과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모른다'고 얘기했다. 환자상태는 담당의사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조선일보가)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를 썼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황 과장은 조선일보의 기사에 대해 "내가 말한 부분과 다르게 사실이 많이 왜곡됐다"며 "다시 말하지만 (조선일보)담당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지적하든가, 안 되면 정식 항의 절차라도 밟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30일자 보도에서 '조씨(조원일·54)를 치료한 국립의료원의 황정연 응급의학과 과장은 "조씨의 경우 손가락 끝부분 살점 일부(1㎝)만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손가락 절단'이 아니고 '수지첨부 손상', 즉 '손가락 끝 손상'이라고 부르는게 정확하다"라고 설명했다' 라면서 경향신문이 사건을 확대보도한 것처럼 보도했다.

이에 대해 황 과장은 "손가락을 다친 환자(조 씨)의 경우 '손가락이 절단'됐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다친 손가락은 특수한 조직이므로 뼈가 나가든 어떻든 간에 의학적인 용어는 '손가락 끝 손상'이라고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조선일보)기자에게 의학적 용어를 설명한 것 뿐인데, 그 기자는 본질을 모르고 자기 맘대로 '절단이 아니다'라고 표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황 과장은 특히 "(조선일보가)사실과 다른 왜곡 기사를 쓰는것이 한 두번이었냐"면서 "이런 엉터리 기사를 보고 그러려니 했는데 이건 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과장보도)이럴 줄 알고 조선일보 같은 언론사와는 처음부터 인터뷰를 하지 않으려 했다"며 "그 기자가 '정치적이 아니니 괜찮다'고 말해 간신히 대답했는데 이런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환자(조원일씨)가 다친 손가락에 뼈골절도 포함됐다"면서 "치료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손가락이 제 모습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고 설명했다.

< 서상준기자 온라인뉴스센터 ssjun@kha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