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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분노, 한국인의 민족적 자존심 때문'

강산21 2008. 6. 13. 11:59

'촛불 분노, 한국인의 민족적 자존심 때문'

기사입력 2008-06-13 06:31 


뉴욕타임스(NYT)...이틀 연속 대대적으로 보도, 상세한 분석기사 실어

[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수많은 한국인들은 왜 미국인들조차 문제삼지 않는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항의하며 촛불집회에 나서는가' (Why would thousands of South Koreans join protests about mad cow disease but not ask why Americans are not protesting American beef?)

한국 사람들에게 최근의 쇠고기 사태는 "건강에 대한 위험성과 광우병을 둘러싼 과학적 논쟁,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경제적 우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대통령이 강대국의 압력에 어떻게 저항하는가'(whether their leader can resist pressure from superpowers)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미국의 대표적 일간신문인 뉴욕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쇠고기 차원을 넘어선 한국의 분노'(An Anger in Korea Over More Than Beef)라는 제하의 자세한 분석기사를 통해 '한국인들의 민족적 자존심이 촛불시위의 발로'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부시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전격적으로 쇠고기 수입전면 재개방에 합의하는 '정치적 선물'(a political gift)을 안겨주며 양국관계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즉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쇠고기 협상'을 마치 과거 조선시대 왕들이 중국 황제에 조공을 바친 것과 같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예전에 한국은 중국에 조공(朝貢)을 바치고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모국어까지 사용하지 못하는등 강대국의 침탈을 당했고, 또 강대국의 냉전논리로 남북이 분단된 역사적 배경을 덧붙였다.

한국인들의 이같은 정서는 지난 12일 이른바 '명박산성'으로 불리는 대형 컨테이너가 광화문에 등장했을 때 "한국의 새로운 국경, 여기서부터 미국의 '한국주'가 시작된다"(This is a new border for our country. From here starts the U.S. state of South Korea)라는 항의문구가 내걸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촛불시위에서 '이명박은 이완용'이라는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완용은 한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매국노'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지난해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이처럼 거센 비난을 받게 된 것은 바로 '미국에 아첨하는 지도자'(a Korean leader kowtowing to the Americans)로 비춰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의 최 진 소장은 '李 대통령이 실용 리더십을 내세우면서 정작 한국인의 민족적 자부심을 간과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민족주의 성향이 너무 강한 것이 문제였다면 李 대통령는 그것이 너무 결여된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타임스는 한국의 지도자들은 이같은 '민족주의 정서'를 적절하게 활용해 왔다면서 6년 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미선양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 힘입어 당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이상주의적 정치성향과 경색된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한국민들은 실용주의를 내건 이명박 후보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李 대통령이 과신했다'(Lee was overconfident)면서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거부했기 때문에 반대로만 나가면 될 것으로 생각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들 사이에는 민족주의(nationalism)와 반미감정(anti-Americanism)이 존재하고 있는데 최근의 촛불 시위는 반미감정이라기 보다는 민족주의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타임스는 '한국인들은 과학을 더 공부해야 한다'는 한국 모독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요즘 한국에는 두 명의 반미주의자가 있는데 한 사람은 李 대통령이고 다른 한사람은 버시바우로, 그들의 행동과 말이 반미감정을 쌓이게 하고 있다'는 전상일 서강대 교수의 말을 소개했다.

nowher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