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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박이 등 촛불을 빛나게 한 풍자 …해학…

강산21 2008. 6. 13. 11:51

쥐박이 등 촛불을 빛나게 한 풍자 …해학…

기사입력 2008-06-12 23:42 경향신문
 
촛불시위에서 소와 쥐 복장을 한 아버지와 아들이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아고라 제공
ㆍ쥐박이·옹알승수· 울먹운천 … 촌철살인

ㆍ물대포 맞고도 “온수” “세탁비” 등 재치

40일 넘게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기발한 해학과 풍자가 넘쳐나고 있다. 재기발랄한 문구나 구호는 촛불시위를 축제로 승화시킨 주동력이다. 10대들의 ‘인터넷 언어’도 대중화되는 흐름이다.

지난 10일 밤 사직터널 앞. 대치 중인 경찰의 채증용 카메라 플래시가 반짝이자 시민들은 “얼짱 각도 보장하라”고 외쳤다. 차가운 물대포를 맞을 때는 “온수” “세탁비” 구호가 등장했다. ‘즐거운 시위’는 대치와 긴장을 평화와 웃음으로 바꿔 경찰의 물리력을 무력화시켰다.

피켓에 적힌 문구도 기발하다. ‘물대포가 안전하다고? 그럼 청와대 비데로 써라’ ‘불법주차 전경버스 차빼라’는 팻말은 촛불집회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6·10일 대행진때 광화문 사거리를 막았던 5m 높이의 컨테이너 장벽은 ‘명박산성’ ‘먹통의 벽’으로 불렸다. 집회에 낮이나 밤이나 배치되는 전·의경은 “주경야경”이라는 말로 꼬집는다.

네티즌들은 보수언론 광고주들에게 매일 전화하는 것을 ‘오늘의 숙제’라고 말한다. 쇠고기 청문회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울먹운천’, 한승수 국무총리는 ‘옹알승수’라는 별칭을 얻었다. 대학생 이서영씨(23·여)는 “그들만의 정해진 구호를 외치던 이전 집회와 달리 촛불집회는 즉흥적이고 창의적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나서는 시민들의 옷차림은 월드컵 축구 응원전만큼이나 다채롭다. ‘촛불소녀’ ‘쥐박이(이명박 대통령을 형상화한 그림)’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색색의 스티커를 붙인다. 6·10때는 컴퓨터 마우스를 끌고 다니는 고양이 복장의 참여자가 등장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가족 단위 시민들은 얼굴이나 팔뚝에 ‘쥐 잡는 고양이’와 ‘촛불’ 모양을 그려넣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모씨(40·여)는 “촛불소녀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아이들에게 입혀 나왔다”며 “역사의 현장을 가르쳐주면서 가족 나들이도 겸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씨는 “촛불집회가 과거 시위장의 풍자를 뛰어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예전에는 무력한 이들이 언어를 통해 권력을 비틀면서 해소하는 차원이었다면 촛불시위대는 국민 다수를 대변한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여유와 유머, 낙천성이 넘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정인·오동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