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추부길 비서관, 공직 그만두시라”

강산21 2008. 6. 13. 09:16

“추부길 비서관, 공직 그만두시라”

 

 
김포 용화사 지관스님, 블로그서 강력 비판
종교평화위원회, 9일 논평 통해 사퇴 촉구
기사등록일 [2008년 06월 12일 목요일]
 

“추부길 목사님 어울리지 않는 공직생활 중단하시고 목사 본업으로 돌아가십시오.”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을 ‘사탄 무리’로 발언해 물의를 빚고 있는 청와대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에 대해 한 스님이 따끔하고 진정어린 충고를 보냈다.

 

경기도 김포시 용화사 주지 지관<사진> 스님은 11일 스님의 블로그에 올린 편지에서 “국민들이 자신들의 생명활동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조금 쓴 소리를 한다고 그것을 사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목사님은 공무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상식도 갖추지 못”했다며 “어울리지 않는 공직생활을 중단하시고 본업으로 돌아가시라”고 추 비서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스님은 “(생명의 강을 모시면서) 103일을 걸은 기독교 목사님들은 생명과 인간윤리를 중요시 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몸소 보였으며 저는 이 분들을 도반으로 생각하게 됐다”며 “(그러나 추 목사님은)목사로서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가르침에 준하여 옳은 길로 인도하여야 할 어린 양들을 너무 쉽게 사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스스로의 천박한 신앙을 깊이 돌아보시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밖에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손안식)는 9일 논평을 내고 “추 비서관은 ‘사탄 무리’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며 “청와대는 청와대 주요인사와 중앙부처의 기관장들이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와 종교중립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무지하게 종교편향적 발언과 행동들에 대하여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다음은 김포 용화사 주지 지관 스님의 편지 전문.

 

추부길 목사님께 용화사 주지가 드리는 편지

 

안녕하십니까? 추부길 목사님.
저는 김포용화사 주지 지관이라고 합니다.

거두절미하고 먼저 용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공직을 사퇴하십시오. 그리고 목사 본업으로 돌아가십시오. 국민들이 자신들의 생명활동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조금 쓴 소리를 한다고 그것을 사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목사님은 공무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상식도 갖추지 못한 분입니다.

그러니 어울리지 않는 공직생활을 중단하시고 본업으로 돌아가시라는 말씀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이 말은 이제 초등학교 아니 유아원을 다니는 아이들까지 아는 내용입니다.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들이 본인들이 선택한 정부를 상대로 한마디 했습니다. 공무원들이 한 협상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재협상을 하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권력의 원천인 국민들의 말을 성실하게 이행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공무원의 옳은 자세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목사님께서는 권력의 원천인 국민을 향하여 사탄이라고 말씀 하십니다.

이러니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목사님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목사님께 본업으로 돌아가라고 말씀드리고 나니 이 말씀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올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 2월 12일 기독교의 목사님들, 천주교의 신부님들, 원불교의 교무님들 그리고 불교의 스님들이 함께 추부길 목사님께서 전도사를 자처하시는 "이명박표 대운하"를 비판하기에 앞서서, 왜 이런 무지한 공약이 국민들에 의하여 허용될 수 있었는지 돌아보기 위한 자기성찰의 기도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종교가 우월하며 최고의 진리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종교인들이 함께 한 이불을 덮고, 한 솥밥을 먹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면서 함께 103일간 약 1,250km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모든 종교가 생명을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공통적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함께 한 분들이 이 가치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의 입장에서만 서로를 볼 때 상대가 사탄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가 되어 생명의 원천인 강을 함께 걸으면서 공동의 가치인 생명과 평화에 대한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함께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목사님들은 다른 사람을 쉽게 사탄이라고 하는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기를 돌아보는 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추부길 목사님께서는 성직자, 종교인으로서도 깊이 반성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타인을 상대로 사탄이라고, 쉽게 그것도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제가 아는 목사님들을 생각할 때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니 추부길 목사님이 정말 목사님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본업인 목사직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본인이 성직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다시 한 번 깊은 고민 있으시기 바랍니다. 함께 103일을 걸으면서 저는 기독교의 목사님들을 도반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가르침은 항상 생명과 인간윤리를 중요시 했습니다. 그리고 생명과 평화를 소중하게 모시라고 말씀하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추부길 목사님의 말씀을 전해 들으면서 도대체 추부길 목사님이 믿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이 제가 아는 목사님들이 믿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이 어떻게 다른지 정말 궁금해지더군요.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제 이 글을 마쳐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추부길 목사님,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 자신들의 생존권에 대하여 자신들이 뽑은 정치세력과 공무원을 향하여 따끔하게 말하는 것을 사탄의 소리라고 말 할 수 있는 당신은 공무원으로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내려오십시오.

 

그리고 목사로서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가르침에 준하여 옳은 길로 인도하여야 할 어린 양들을 너무 쉽게 사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스스로의 천박한 신앙을 깊이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부디 성경의 창조질서와 생명과 평화를 말씀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셔서 먼저 자신을 돌아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목사님들은 그런 분들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면 스스로 전도사임을 자처하신 "이명박표 대운하"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돌아보면서 성찰해 보십시오.


필요하시다면 함께 한강, 낙동강, 영산강 그리고 금강을 다시 한 번 더 걸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함께 생명을 이야기할 용의도 있습니다.


어차피 이승에서는 길어야 80년의 삶입니다. 권력이 무슨 대수라고 사탄 운운까지 합니까? 아무리 잘 살아도 10끼, 20끼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곳에서 자도 잠자리를 100평까지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째째하게 살지 말고 그 어울리지 않는 권력을 툴툴 털어버리고 하나님이 부처님이 가르치는 생명과 평화를 화두로 함께 고민해 봅시다.

 

다음은 종교평화위원회 논평 전문.

 청와대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의 발언에 대한 논평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에서“국민을 섬기겠습니다.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라며  취임인사를 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한 것이 현실이다.
그 동안  우리의 최대 무역국가이며 안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미국·중국·일본 등을 순방하였고, 한편으로 경제와 국가적 이익을 위하여 진력하였다.
그러나, 인수위로부터 시작된 이명박 정부의 섬김의 철학과 실용의 정치는 청와대와 내각의 주요 인선에서부터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기대를 하나씩 져 버리고 있다.
이 가운데 청와대와 중앙부처의 기관장들 중에 거의 대부분이 기독교 인사들로 채워졌으며,  본 위원회를 비롯한 사회 각계 각처에서 현 상황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

  옛 속담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민심은 천심이다”라는 말을 요즘 새삼 되새기게 된다. 가정에서 귀여움을 받으며, 학업에 열중해야 할 10대 청소년들을 시작으로 촛불이 점화되었다.
이젠 20~30대, 직장인들과 유모차를 탄 유아와 엄마, 어르신들에게까지 동참하며, 시청 앞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한달 여 넘게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서울 뿐 만아니라, 전국각지의 주요도시와 외국의 대도시에서도 유학생과 재미국민을 중심으로 촛불이 밝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촛불괴담으로 폄하하고, 재협상 불가 입장을 밝히는 등 국민의 요지를 묵살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고 국민들을 위한 섬김과 실용의 철학의 원칙과는 상반된 정치를 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과 각료들의 안이한 상황인식까지 맞물리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추부길 홍보기획 비서관의 발언은 과유불급(過猶不及)하고도 넘친다. 청와대에서 맡고 있는 직책의 중요성을 차지하더라도 현 시국에 적절치 못한 언행이며, 본인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다시 담을 수 없는 이명박 정부의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기독교 인사들이 청와대와 정부부처 기관장으로  대거 임용되는 것을 넘어서 종교적 재판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장관들이 공식 업무에서도 공개적으로 기도를 진행하고 특정종교의 언행 등의 내용을 이루고 있으며, 청와대의 주요인사중에는 공무원 성시화운동을 전개하고 있거나  심지어 청와대에 선교센터를 짓겠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이 특정종교행사에 참석하여 민심의 표출인 촛불집회를 폄하하고 참가자들과 시민들에게까지 ‘사탄의 무리’로 표현한 것은 과연 성직자의 신분인 청와대 홍보 수석관이 성직자의 관행으로 할 수 있는 발언인가!

  청와대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의 발언에 관한 해명에서도 이와같은 특정종교의 성향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섬김의 철학은 곧 특정종교를 선교하는 것인가? ‘사탄의 무리’라는 추부길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의 발언은 그간 이명박 정부가 종교적인 편향을 하지 않겠다는 정치입장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작금에 이르러 본 위원회로 국민의 희망과 열망을 ‘사탄의 무리’와 촛불괴담으로 폄하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공개 입장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다       음  -


하나. 청와대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은 금번 발언을 책임지고 깨끗하게 사퇴하라.

하나. 청와대는 청와대 주요인사와 중앙부처의 기관장들이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와 종교중립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무지하게 종교편향적 발언과 행동들에 대하여 국민 앞에 즉각 사과하라.

하나.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금번과 같은 불상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국민들에게 공개 약속하라.


불기2552(2008)년 6월 9일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손안식


953호 [2008-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