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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 주역이 말하는 오늘의 시위 문화

강산21 2008. 6. 12. 13:56
■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유시춘(58)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은 당시 국본의 상임위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민주헌법쟁취 범국민대회가 열린 6월 10일 성공회 대성당 종탑에 올라갔다.

99년 작고한 계훈제 선생의 제한으로 체육관 선거를 통해 발표된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권력승계 무효화를 선언하고 분단 독재 세월(42년)을 상징하는 42번의 종을 치기 위해서였다. 낭독은 국본 상임 공동대표인 지선 스님이, 타종은 유시춘 전 상임위원이 담당하기로 했다.

“지선 스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시청과 광화문에 울려 퍼졌죠. 종을 치니까 종소리에 놀란 비둘기들이 확 날아올라 흩어지는 거예요. ‘아 오늘 대회가 성공할지도 모르겠구나’ 느낌을 받았죠.”

오후 6시 성공회 대성당에 있던 집행부는 거리 시위를 위해 정동 세실레스토랑 방향으로 나오는 길에 10분만에 전부 연행됐다. 당시 유 이사장은 구로경찰서 앞마당을 가득 메운 대학생 2,000여명과 마주치고 “예삿일이 아니구나”를 직감했다.

“마포로 해서 광화문으로, 청량리로 가는데, 종로통이 완전 전쟁통이더라고요. 이게 보통 성공한 게 아니구나 생각했죠. 가슴이 벌렁벌렁 뛰더라고.”

유 전 상임위원은 오늘날의 시위와 당시 시위를 비교하면 “구석기 시대와 산업사회 시대만큼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 전 항쟁은 지도부가 정보를 독점하고 상황을 진단하면 국민이 동의해 주는 형식이었지만, 수동과 능동의 구분이 없어진 것 같다고.

“분노의 강도라는 점에서 그때가 훨씬 더 했죠. 지금은 완전히 자발적 시위라는 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자발적 불특정 다수가 모였음에도 굉장히 평화적인 시위가 인상적입니다.”

유 전 상임위원은 “시민의식은 21세기 이지만, 정부의 발상은 19세기 인 현실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 본질”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는 과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만, 저는 권리의식을 쟁취한 10년이라고 봅니다. 매체환경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 정부는 지난 10년간 국민 의식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모를 뿐만 아니라 알고 있다고 해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