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현안

‘갑호비상’속에 청와대 경비대원 등 당구 치다 적발

강산21 2008. 6. 12. 11:46

‘갑호비상’속에 청와대 경비대원 등 당구 치다 적발 VOP only

청와대 경비 맡은 202 경비대, 특수기동대원 등 10명

촛불 든 시민들, '큐'를 든 경찰들
  • 촬영, 편집 홍민철


11일 새벽 경찰의 최고 경계령인 갑호비상이 발령된 상황에서 청와대 경비대원 등 10명의 경찰관이 당구를 치는 장면이 <민중의소리>에 적발됐다.

100만 촛불대행진이 한창이던 11일 새벽 청와대 외곽경비를 담당하는 경찰 모 부대 소속 경찰 간부들이 서대문 인근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고 있다.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100만 촛불대행진이 한창이던 11일 새벽 청와대 외곽경비를 담당하는 경찰 모 부대 소속 경찰 간부들이 서대문 인근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고 있다.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새벽 2시경 10명의 경찰관들은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근처에 위치한 A당구장에서 당구를 치고 있었다. 당구를 친 경찰관들은 청와대 경비를 맞고 있는 202경비대 소속 홍모 경장, 특수기동대 소속 정모 경장 등 경장 3명과 순경 7명이다. <민중의소리>가 당구장을 찾은 시각, 이들은 모두 전투복과 전투모, 전투화를 착용한 채 당구에 열중하고 있었다.

당구장에서 나온 경찰 간부는 동영상 촬영을 하지 말라며 영상 카메라를 손으로 내리치기도 했다.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이들은 <민중의소리> 카메라가 들이닥치자 “경찰은 쉬는 시간도 없냐”며 카메라 렌즈를 막고 마이크를 파손하거나 기자를 밀치며 촬영을 방해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이들은 급히 당구장을 빠져나갔으며 당구비도 내지 않고 가려고 했다가 112에 신고하자 그때서야 당구비를 지급했다.

당구장 주인 B모씨는 “경찰관들이 새벽 2시가 조금 못돼서 당구장에 들어와 당구대 두 개에서 약 1시간 정도 당구를 쳤고 요금은 8천원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당구를 친 시간은 전국의 경찰에 경찰의 최고 비상 경계령인 갑호비상이 발령된 상황이었다. 갑호비상령이 발령되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경찰관이 비상 근무명령을 받게 돼 상황종료시까지 현장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

경찰은 이날 낮부터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길목에 컨테이너 박스로 통행을 차단하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경비를 책임져야 할 경찰 간부들은 당구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전경도 세워놓고 시민들도 세워놓고 간부들이란 사람들이 당구장에서 여흥을 즐기고 있다니 참으로 한심하다"며 "비상령까지 발령한 상황에서 한가하게 놀이나 하고 있다니 국민이 경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상황실장은 "그렇게 놀려면 차라리 국민들이 자유롭게 청와대에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컨테이너 박스나 치워놓는게 어떠냐"고 힐난했다.

한편 이날 새벽 2시경 서울 세종로 사거리 주변에는 경찰 추산으로도 8천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사거리를 가득메우고 집회를 계속하고 있었다.

경찰이 기자의 취재가 계속되자 비디오카메라 마이크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
ⓒ 사진제공 경향신문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