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시위대를 과잉 진압하는 전ㆍ의경의 사진과 신상 정보를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이 경찰에 고소를 당하면서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법 조항이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을하늘'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30대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시위자의 목을 조르거나 뒤통수를 때리는 등 과잉 진압을 한 전.의경의 사진과 개인신상을 올렸다가 해당 전.의경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당해 경찰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았다고 11일 밝혔다.
이 네티즌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이 적용될 수 있다. 그것 자체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냐"라며 "사실인 경우에 이를 알리는 것이 공권력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 수단이 될 수 있는데 그것마저 제한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형법 제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 실제 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을 퍼뜨리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
형법 제310조에서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단서를 달아놓기는 했으나 실제 법원에서 예외로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비자금이나 비리의혹을 받는 정치인들이 이 조항을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법원에서는 310조를 좁게 해석해 인정되는 예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시위에 나서는 일반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과잉진압 전과'가 있는 전ㆍ의경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공익 목적의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고소당한 네티즌은 "내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시민들이 위험한 전ㆍ의경을 피할 수 있고 과잉진압을 한 당사자들에게 경각심을 줘 앞으로 조심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것으로 시민들이 최소한 자기보호를 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도 "이번 네티즌 사례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와 폭력진압의 예방이라는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네티즌이 올린 `과잉 진압' 전ㆍ의경 신상정보 가운데 실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 해당 전ㆍ의경이 억울한 피해를 봤기 때문에 게시물 내용이 100% 사실로 검증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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