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형조종술사 이명박 대통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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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 충북대학교 교수
며칠 전 청와대는 촛불집회에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것은 곧 배후가 조종을 하고 행동대는 행동을 한다는 뜻이다.
인형극에 나오는 조종술사와 인형과의 관계를 촛불집회에 적용한 해석이다. 그러니까 인형조종술사인 배후세력이 장막 뒤에서 조종을 하면 인형인 국민은 꼭두각시가 되는 것이다.
이 분석에 따르면 청계천 광장, 서울시청 앞, 청주 철당간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생각이나 감정이 없는 인형인 셈이다. 반면 배후세력은 반정부 운동을 하거나 반미반제투쟁을 하는 등의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있는 인형조종술사인 셈이다.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내가 배후다'라고 자처했다. 그리고 '철창에 갇히게 해달라'고 청원했다.
그리고는 '노무현이 이명박 당선의 일등공신이다'라는 문장을 패러디해
'촛불집회의 배후는 이명박이다'라고 선언했다.
이것은 마치 '배후를 색출하라'는 삼엄한 비수(匕首)를 시민들이 맨손으로 잡고 피를 흘려가면서 빼앗아 버린 형국이다. 그런 다음 피를 머금은 비수를 현 정권에 들이댔다.
그러면서 '나도 배후고 너도 배후다'라는 자살특공대의 비장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것이 2008년 5월과 6월 한국의 지형도다. 이 배후론(背後論)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국민 또는 시민을 조종당하는 인형으로 간주한 점이다.
배후론은 국민은 우매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즉, 국민들은 바보 같기 때문에 누군가가 조종을 하면 조종을 당하는 종속적 존재다. 일제시대 김동인은 작가를 인형조종술사로 보고 작중인물을 인형으로 설정한 바 있다.
이 인형조종술은 작가의 창조적 능력을 강조한 이론이므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촛불집회에 대한 배후론은 근거와 실체가 없고 이론적이지도 않으며 비현실적 추측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현 정권의 대국민 인식은
식민지시대의 통치개념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대통령은 국민을 인형으로 보고 국가를 인형극 회사로 보며
자신은 그 회사의 대표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 시각에서 보니까 촛불집회에
배후가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대통령 자신이 인형조종술사이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錯視現象)이다. 불행하게도 대통령은 미국에 가서
'나는 대한민국의 최고경영자, CEO'라고 표방했지만 촛불집회를 두고 국민을
무정물(無情物)인 인형으로 보았다.
이런 의식 속에서 대통령은 국민을 계몽하고 선도해 잘사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했던 것이니, 과연 그런 경제계몽주의가 21세기에 필요한 것인가?
국민은 누구의 지시를 받고서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다. 당연히 배후에서 인형을 조종하는 조종술사도 없다. 있다면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다중(multitude)이 있을 뿐이다.
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다중은 민중이나 인민 또는 대중과는 다른 새로운 인간이다.
다중은 계급화되거나 조직화되지는 않지만 자기규율과 자기처벌을 행사하는 역사의 주체다. 이런 이유로 다중은 누구의 지시를 받거나,
지시를 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한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제자 격인
안토니와 네그리(A. Negri)가 창안한 이 다중이란,
자본주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저항주체이자 자기규율을 가진 건강한 세계시민이다.
물론 다중은 정치적으로 각성한 존재이며 자기주체를 인식하는 존재이고
또 리좀(rhizome)처럼 자유로운 존재다.
2008년 한국사회에 다중이 출현했다. 이번 촛불집회를 분기점으로 다중이라는 새로운 인간군상이 역사의 주체로 부상한 것이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보아도 큰 의미가 있는 현상이다.
이들 다중은 촛불을 들고서 종속적이고 타율적인 하위주체를 벗어던지고,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역사의 주체로 당당히 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촛불집회의 가장 큰 의미는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시민이자
새로운 민중인 다중이 출현했다는 점이다.
부디 인형조종술사의 인식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께서 인간존재의 본질을 보시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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