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과 시론모음

제발 국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지마라!

강산21 2008. 4. 28. 01:53
제발 국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지마라!
김성회 2008-04-26 오전 10:17:42  
강부자 내각에 이어 청와대 비서진과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재산공개 의무가 없는 직계 존비속을 비공개로 처리했음에도 강부자 내각보다 더 많은 재산이 신고되었다. 재산도 재산이거니와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핵심 수석들의 땅 투기 의혹까지 일고 있다. 고소영 S라인 => 강부자 내각 => 땅투기 청와대라는 오명이 이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청와대는 부자들이 모인 곳이라는 인상을 주는 듯"하다고 이야기 했겠는가?

이번 재산공개에서 의혹에 휩싸인 청와대 비서진은 한 두명이 아니다. 비서진 중에서 재산이 가장 많다고 신고된 곽승준 수석은 위장전입에 의한 땅투기 의혹이 있고, 동아일보 가계의 사람으로 알려진 김병국 수석은 땅투기 의혹을 불식하기 위한 위장증여 의혹이 일고 있다. 그리고 지난번 논문표절로 말썽을 일으켰던 박미석 수석은 영종도 땅 투기 의혹이 있으며, 이동관 대변인도 춘천에 불법농지매입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 비서진의 항변이 기가막힌다. 이동관 대변인은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선 안된다'고 하더니, 오늘은 "불법인지는 몰랐지만, 땅 투기는 아니다"고 한다. 가히 "땅을 사랑했을 뿐, 땅 투기를 한 것은 아니다"는 박은경 환경부장관 내정자의 발언을 능가할 만한 발언이다. 청와대 대변인의 입에서 어찌 저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참으로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질 않는다. 저런 말까지 들어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위장전입에 땅투기, 불법 농지매입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일말의 부끄러움도 찾아볼 수가 없다.

정말, 저들에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말은 소귀에 경읽기란 말인가? 공화주의적 덕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남의 나라 이야기란 말인가? 도대체 법치주의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어찌 '불법 농지매입'을 해놓고도 '재산이 많다고 비난 받아선 안된다'는 말이 나온단 말인가? 법을 어겨놓고도 저토록 뻔뻔한데, 그 사람들에게서 무슨 공직자의 윤리를 따지고, 도덕을 따질 수 있단 말인가?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러고서도 어찌 국민들이 애국을 하길 바라겠는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피흘리며 조국을 지켜내길 바라겠는가?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국가를 세운다. 또 피흘리며 싸운다. 왜냐하면 국가라는 조직, 그리고 국가를 운영하기 위한 법은 사람들의 자유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없을 때, 법이 무시될 때 사람들은 더 큰 폭력, 자의적인 폭력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힘있는 자가 자신을 함부로 지배해도 법이 없으면 자신을 지켜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국가에서 법은 곧 자유인 것이다. 우리가 법을 지키고, 애국을 하는 이유도 바로 자신의 자유를 지키고, 아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법을 힘있는 자들이 무시한다. '몰라서 불법은 했어도 땅 투기는 아니다'고 말한다. 법 어긴 것은 별 것 아니라는 식이다. 그들의 사고속엔 '모르고 행한 불법은 용서받아야 한다'는 관념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살인죄가 있는 줄 몰라서 사람을 죽였으면 용서받아야 하는 것인가? 그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란 말인가? 그렇게 힘있는 자들이 법을 무시하고, 가볍게 여기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그저 힘있는 자들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방어적 폭력기구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국민이 대한민국을 지키고, 싸우려 하겠는가?

민주공화국에서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 법을 어기면 처벌받아야 하고, 그에 응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고, 법치주의가 확고히 지켜질 때 사람들은 자유로울 수 있다. 그것이 자유이고, 평등이다. 자의적이고 인위적인 지배가 없는, 법이라는 질서속에서 유지되는 자유와 평등이 있어야, 그것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은 싸우고, 애국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 국민들은 그 나라를 지켜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따라서 고위 공직자에게 법을 지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애국적 덕성, 공익을 위한 헌신의 출발은 바로 법을 지키고, 수호하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직자가 법을 어길 때 훨씬 더 엄격하게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건 공직자의 윤리 이전의 문제이다. 적어도 근대 민주공화국이라면 법을 어긴 공직자는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달 전쯤 미국 스피처 뉴욕시장이 공직에서 사퇴했다. 매춘여성과 성매매를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민주당의 차차기 대통령감으로 거론되던 촉망받는 정치인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매춘여성과의 성매매로 뉴욕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반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르윈스키와의 스켄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이렇게 둘이 다른 처신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위법이냐, 아니냐의 차이다. 즉, 뉴욕시장인 스피처는 성매매 금지법을 어긴 것이고, 클린턴 전 대통령은 법을 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을 어긴 스피처는 즉시 뉴욕시장을 사퇴해야 했고, 클린턴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미국에서는 법을 어기면 누구도 용서받지 못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직을 물러나야 했던 닉슨도 마찬가지였다. 도청을 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 직을 이용해 그것을 감추려고 했기 때문에 '독직혐의'가 추가된 것이다.

로마 공화국의 예를 들어보자.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세운 부르투스의 아들이 왕정복귀 운동에 관련되었다. 그후 왕정복귀 운동을 제압한 부르투스는 자신의 아들이 왕정복귀운동에 연루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때 부르투스가 한 일은 아들을 재판정에 세우고, 그 아들에게 처형을 선고하고, 또 처형되는 아들의 숨이 끊어지는 것을 본 뒤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적어도 한 나라의 법을 세우기 위해 법치국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는 두 예를 보아도 충분하다. 법이 사람의 지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유행되는 사회와 국가의 미래는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그런 국가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최소한 대한민국에서 자유라는 말이 있으려면, 법의 권위가 바로 서야 한다. 법의 권위가 바로서기 위해선 누구라도 법 앞에 평등하고, 법의 잣대는 공평무사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법을 집행하고, 국민을 이끌어야 하는 공직자들은 법의 지배(법치)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살아야 한다. 그것이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도덕이며, 애국의 시작이다. 그런데..."불법인지 몰랐으나, 땅 투기는 아니라고?" 불법적 농지 매입이 땅 투기가 아니면 무엇인가? 불법을 저질렀으면 깨끗이 물러나야지, 그 무슨 해괴한 변명인가? 음주운전을 해놓고, "음주운전이 불법인지 몰랐으나, 차선은 위반하지 않았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그럼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지 않는 것인가?

긴 말할 것 없다. 공직자가 불법을 저질렀으면, 공직에서 물러나라! 그것이 법을 바로 세우는 길이며, 법이 바로 서는 길이다. 대한민국이 바로 서는 첫걸음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문 지식이 없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공직자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기본적인 국가관, 철학이 부재한 것이 문제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청와대 비서진들, 곽승준, 박미석, 이동관, 등은 대한민국이 왜 민주공화국인가를 곱씹어 생각하며, 자신의 처신을 결정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지말란 말이다!

김성회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