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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전하는 ‘인간광우병’의 의학적 소견

강산21 2008. 4. 25. 11:57
의사가 전하는 ‘인간광우병’의 의학적 소견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사료 먹여 집단사육으로 ‘생산’한 미국소가 문제
 
지 철 의사
 
전염병이란 병원체가 인간이나 동물들을 옮겨 다니다 인체에 침입하여 증식하면서 일으키는 질병을 말한다.

대체로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미생물로서 기생충, 곰팡이, 세균, 리케챠, 바이러스 등으로 밝혀졌으며, 이러한 병원체의 특성에 따라 약과 치료방법 등이 개발되어 왔다.

현재 대부분의 전염성 질환은 그 병원체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여 쉽게 치료하고 있으나, 생물체와 무생물의 중간단계라고 여겨지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직 그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그런 이유로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에 대해서는 약과 치료법의 개발이 부진한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프리온'이라는 또 다른 병원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병원체의 존재에 대해서는 2차대전 이후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그 병원체에 의한 질환이 드물기 때문에 일반의학계에서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치료법이나 약의 개발은 물론 병원체의 특성에 대한 연구성과도 거의 없었다.

세상이 '프리온'이라는 병원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86년 영국에서 수만 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걸려 죽으면서이다. 이때 죽은 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물질이 '프리온'이라는 물질이었으며, 영국정부는 인간은 이 물질과 무관하다며 애써 부정을 하였으나, 급기야는 '인간광우병'이 발병을 하였다.
 
'프리온(=Prion)'이란 단어는 단백질(Protein)과 비리온(Vrion=바이러스 입자)의 합성어로, 바이러스처럼 전염력을 가진 단백질 입자라는 뜻이다. 바이러스가 DNA나 RNA와 같은 개체증식에 필요한 핵산이라는 물질을 불완전한 형태로나마 가지고 있어 생물체와 무생물의 중간적 단계로 분류되는 데 반하여, '프리온'이라는 물질은 생물체가 가지는 자기증식의 기전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아 전혀 생명체로 볼 수 없는, 변형된 형태의 단백질입자일 뿐이다. 생명력이 없는 단백질입자에 의한 전염이라는 특이한 사실 때문에 그 학설자체가 부정되어오다가, 위에서 말한 영국에서 발생한 '인간광우병'으로 인해 그 학설이 인정받게 된 것이다.
 
'프리온'의 존재는 옛날(근대 혹은 그 이전)에도 존재했었던 것으로 추측이 되고 있으며, 그 물질은 주로 초식동물에게서 발생되어, 그 초식동물을 잡아먹은 육식동물에게로 전염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예전에도 소나 양 등을 잡아먹으며 살았던 사람에게도 전염이 되어 광우병으로 사망을 했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그 질환의 잠복기가 길어 대체로 늦은 나이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에는 인간의 수명이 짧았으며, 증세가 치매와 비슷하여, 별 의심 없이 지났으며, 또한 발생률도 그리 높지는 않았기에 관심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가축뿐 아니라, 야생의 산양, 들쥐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병원체가 발견되고 있다.

'프리온'이란 소에서 발견되는 변형단백질을 말하는 것이고, 다른 동물들에서 발견되는 비슷한 종류의 물질에게는 또 다른 이름이 붙여진다. '프리온'에 의해 발생되는 질병을 '광우병'이라고 한다.

'광우병'이 문제가 되고 관심을 끌게된 이유는 초식동물인 소에게 초식동물을 먹인 결과이다. 그 이전까지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초식동물에서 육식동물로만 전염이 되었기 때문에 그 전염의 속도가 매우 느렸다. 그런데, 욕심을 부린 인간들이 소에게 양의 내장과 뼈를 가루내어 사료에 섞어 먹임으로써, 초식동물이 초식동물을 먹는 비자연적이 현상이 일어나고, 그것도 대량으로 공급하였기에 '프리온'의 전염이 매우 빨라질 수 있었다.

동물성 사료는 가축의 성장을 매우 빠르게 만들어줘 목축업자들에게는 매우 커다란 유혹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에서 '인간 광우병'은 동물성 사료를 쓰지만 않는다면 발생을 현저히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질환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프리온'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일으키는 광우병은 어떤 병인가?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프리온'은 변형된 형태의 단백질이다. 생명이 없으므로 죽일 수가 없다. 대부분의 병원체에 대한 인간의 대응은 그 병원체의 생명력을 없애는 방법과 번식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대응해 왔으나, '프리온'의 경우는 그러한 방법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변형된 단백질로서 매우 안정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화학적, 물리적으로 그 형질의 변형 즉, 감염성 및 병원체로서의 성질을 없애는 일이 쉽지가 않다. 열에 강해서 섭씨 300~400도 정도의 열에 의해서 변성이 된다고 한다. 웬만한 화학물질에는 별로 반응을 하지 않으며 락스나 가성소다에 하룻밤 정도 담가놓으면 변성이 일어난다고 한다. 즉, 광우병에 걸렸을 경우 소든 사람이든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프리온'에 감염된 소나 사람의 경우 일단 침범 받는 곳이 뇌신경이다. 뇌신경을 변형시키면서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다. 뇌의 어떤 부위가 먼저 침범되는가에 따라 증상이 다양해질 수 있겠으나, 인간 광우병의 경우 치매에 가까운 증상이 일반적인 증상이라고 보면 된다.

초기증상으로는 자기 무시, 무감동, 안절부절, 쉽게 피로가 오고, 과다수면 혹은 불면 등의 수면 장애와 방향감각 상실, 간대성 경련, 기억력 감퇴와 감각 부조화, 평형감각 둔화 등 뇌기능의 장애와 관련된 거의 전부가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감염이 된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길고, 또,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증상들이 대체로 치매와 비슷한 형태로 오기 때문에 그것이 '인간 광우병'인지를 모르고 지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들에게서 올 경우가 많은 반면 그 경우에 그저 치매의 증상으로 치부해 버리고 지나갈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자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많은 '인간 광우병' 환자가 밝혀지지 않고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왜 미국산 쇠고기가 문제가 되는가?
 
예전에 광우병파동이 일어났던 곳은 미국이 아닌 영국이었지만, 영국은 그 이후로 동물성사료를 쓰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파동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국에서는 여전히 대량의 동물성사료를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소를 키우는 방법이 TV에서도 방영이 되었지만, 미국에서 소를 키우는 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할 정도로 비자연적이다. 소가 한가로이 방목되어지는 것을 목장이라고 생각한다면, 미국 대부분의 목장은 그러한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가를 깨닫게 해 줄 것이다. 좁다란 틀 안에 소를 가두어 놓고 전혀 운동도 시키지 않은 채 먹이만을 먹여서 살만 찌우는 것이다. 마치, 양계장에서 닭을 기르는 것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즉, 미국에서는 소를 키운다기보다 대량생산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식물성 사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동물성 사료는 값싸면서도 효과가 그만이다. 동물성 사료라고 값비싼 살코기가 들어가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것이다. 내장, 뼈 등을 말려서 갈아 식물성 사료와 섞어 쓴다.

'프리온'이 침범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곳이 뇌신경이지만, 그 곳만 가는 것은 아니다. 뇌 다음으로 분포가 많은 곳이 뼈와 내장이고 흔히 살코기로 불리는 근육에도 분포할 수가 있다.  

그런데 분포가 많은 뼈와 내장을 서양에서는 먹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많이 먹는 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다. 물론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 아직 동물성 사료의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어 어느 정도의 동물성 사료가 섞이기 때문에 전혀 광우병의 염려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와는 그 정도가 다르다고 볼 수가 있다. 
 
 

 
 
필자는 충북의 한 병원에서 외과의사로, 경희대학교 총민주동문회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