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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③] 김근태, 돋보이는 총론, 부족한 각론

강산21 2007. 5. 14. 14:06
돋보이는 총론, 부족한 각론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③]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

이태경(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주목할 만한 김근태 의원의 부동산 관련 발언들

참여정부가 집권한 기간 동안 줄곧 계속된 부동산 가격 앙등과 이에 대응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국민들은 대체로 공통된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문제가 한국사회의 최대 고질(痼疾)이라는 점과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2007년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 자명한 지금 부동산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천명하는 대선주자를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자칭, 타칭의 대선주자들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백가쟁명하고 있지만 부동산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대선주자로는 단연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원이 눈에 띈다.

먼저 김근태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지 언론의 보도를 통해 살펴보자!

김 의원은 2006. 2. 24일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극화 심화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소유의 양극화”라며 “현재 입법 추진되는 각종 부동산정책이 시장의 강력한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서도 공개념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는 부동산 공개념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국민의 1%가 50%의 토지를 소유하고, 5%가 83%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현 구조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양극화 문제의 해소는 물론, 기업경쟁력 강화, 국가자산의 건전화 등은 요원한 숙제가 된다. 토지는 한정된 자산이다.”라며 토지공개념 개헌을 주장했다.

즉 김근태 의원은 부동산 문제를 양극화 심화의 가장 큰 원인이자 기업경쟁력 약화 및 국가자산의 부실화의 원흉으로 적시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토지공개념 개헌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는 여러 언론 매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김 의원은 2006. 5. 4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울화가 느껴진다. 많은 분들이 잘해달라, 부동산 투기 안 된다는 것이다. 양극화의 가장 중요한 것이 부동산 투기이다. 5% 국민이 80% 부동산 소유, 국민들이 갖고 있는 박탈감 대단하다.”라고 토로한 후 “(부동산 투기가)토지가격 상승시켜 지대를 임대료로 지불된다. 원가를 높여 경쟁력 떨어뜨린다. 땀 흘려 일할 필요 없다는 분위기 확신 시킨다.”며 부동산 문제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조목조목 적시하고 있다. 심지어 김근태 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부동산은 한국 사회를 파괴한다.”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무릇 모든 문제는 그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부동산 문제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정직하게 직시하고 있는 김근태 의원의 태도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김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봉책이나 몇몇 미시적 대책에 의존하지 않는 것도 칭찬할 대목이다.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김 의원은 토지공개념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필요하다면 토지공개념 개헌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있어서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제시 측면에서 김근태 의원이 자칭, 타칭의 대권주자들 중에서 돋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여기서 멈춰선 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 무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아

김근태 의원의 부동산 관련 발언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부동산 문제의 중요성과 사회적 해악에 대한 인식은 곳곳에 보이지만 정작 부동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문제의 핵심 원인은 부동산-특히 토지-의 소유 및 처분을 통한 불로소득의 사유화이다. 물론 참여정부 들어서 부동산 문제가 한결 악화된 데에는 저금리 등도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 이라기보다는 부동산 문제를 훨씬 심화시킨 요인으로 보는 것이 옳다.

결국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 부동산-특히 토지-의 소유 및 처분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의 사적 전유(專有)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올바른 해법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다. 만약 김 의원이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피력하는 동시에 부동산 문제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구체적 실행 수단은?

김 의원에게 아쉬운 것은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만이 아니다. 김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면서 내세운 대안에도 허술한 대목이 너무 많다.

그는 언론을 통해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도입을 부동산 문제 해결의 근본적 대안으로 수 차 제시했고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헌법 개정까지 고려해야한다
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김근태 의원은 자신이 주장한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실천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말한 바 없다. 즉 김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천명한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은 선언만으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김 의원이 분양원가 공개나 환매조건부 분양 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김 의원 스스로도 분양원가 공개나 환매조건부 분양이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핵심적 정책수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코노미 21 2007. 2. 26자 기사를 보면 김 의원은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본적 정책 골격은 이미 다 제시돼 있다. 이런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집행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론 부동산에 대한 관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위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추정컨대 김 의원은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구체적 정책수단들을 참여정부가 이미 다 내놓았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가운데 김 의원이 천명한 바 있는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핵심적 정책수단으로 취할 만한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김근태 의원이 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주창한 바 있는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정책 수단이 무엇이고 왜 그런 정책수단을 택했는지를 국민들에게 밝히는 게 옳았다.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을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대안으로 내놓는 건 좋다. 그러나 구체적 정책수단이 뒷받침 되지 않는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라 할 김근태 의원의 부동산 정책이 주로 레토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현실에 착근된 구체적 대안 없이 추상적 담론에 의존하는 진보개혁주의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돼 영 입맛이 씁쓸하다.

토지공개념 개헌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미흡해

또한 김근태 의원은 토지공개념의 도입을 위해 필요하다면 헌법개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담은 최고규범이라 할 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김 의원이 석연히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김 의원이 주장한 토지공개념 개헌이 국민들에게 널리 수용되기 위해서는 현행 헌법에 토지공개념의 정신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헌법에 명시해야 하는 이유와 효과 그리고 과거에 도입되었던 대표적 토지공개념 정책들-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제, 개발부담금제)-과 자신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이 어떻게 다른지가 조목조목 설명되었어야 했다.

그와 같은 설명이 생략된 채 제기되는 토지공개념 개헌 주장은 다분히 정치적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실기(失機)의 달인으로 만족할 것인가?

돌이켜 보면 김근태 의원이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마다 실기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부동산 문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만약 그가 진즉에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을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대안으로 천명하며 이를 실현할 구체적 정책수단들을 제시했다면, 그리고 청와대와 여당에 이를 관철시키고자 백방으로 노력했다면 대선주자로서의 그의 위상이 지금과는 사뭇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도 아주 늦지는 않았다. 김근태 의원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김 의원이 실기의 달인으로 만족할 것인지, 미래를 책일 질 정치인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될 수 있을지는 오로지 김 의원 자신에게 달려있다.
출처 : 참여시민네트워크
글쓴이 : 김성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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