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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⑤] 천정배, 문어발식 정책으로 부동산 잡겠다고?

강산21 2007. 5. 14. 14:07
문어발식 정책으로 부동산 잡겠다고?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⑤] 천정배 의원 부동산정책은 ''종합선물세트''

고영근(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부장)

‘천정배’ 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아마도 인권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창립 주도, 3선 국회의원, 전 법무부 장관, 노무현 대통령과의 끊을 수 없는 애증(愛憎), 최근 한미FTA반대 단식투쟁 등의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깔끔하고 화려한 경력과 함께 개혁적인 이미지로 일반인들의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천정배 의원의 소개는 이쯤에서 끝내고, 이제 그의 부동산정책은 얼마나 ‘개혁적’이고 ‘깔끔한’지 한번 짚어보기로 하자.

천정배 의원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공정한 평가를 기하기 위해 의원실에 부동산정책에 대한 자료를 문의해 보았으나, 한미FTA반대 단식투쟁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인지 의원실의 대답은 “부동산정책 자료를 따로 만들어 둔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으나 자료를 따로 만들어 둔 것은 없고,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것과 천정배 의원이 했던 부동산대책 토론회 등이 전부라는 게 대답이었다. 대선이 올 12월로 코앞인데, 아직도 이렇다 할 부동산정책이 확실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높은 점수를 얻기에는 미흡한 것 같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로드맵, 정책방향 및 구체적인 정책수단 등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것은 다른 대선주자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천정배 의원의 부동산 관련 발언과 함께 천 의원이 개최했던 부동산대책 토론회, 그가 속한 민생정치준비모임에서 발표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그의 부동산해법을 평가하기로 한다.

개혁적인 이미지만큼 그리 개혁적이지 못한 부동산정책

천정배 의원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평가를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이렇다. 천정배 의원의 깔끔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만큼 그의 부동산정책은 그다지 깔끔하고 개혁적이지 못하며 근본적인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천정배’ 하면 뭔가 근본적이고 화끈한(?) 부동산정책이 있지 않을까 필자가 미리 기대해서였는지 몰라도, 그의 부동산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부동산문제의 ‘뿌리(根)’와 ‘근본(本)’을 흔드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은 못 된다. 즉, 모든 부동산이 뿌리박고 있는 근본인 토지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동산문제라고 하면 아파트 ‘건물’이나 부동산 ‘가격’을 생각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모든 부동산문제의 본질은 사실상 부동산의 위치와 공간을 제공하는 ‘땅’에 있다. 건물도 공간을 제공한다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땅이 없는 건물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에나 나오는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천공(天空)의 성(城) 라퓨타’밖에는 없을 것이다.(''라퓨타(Laputa)''란 원래 조나단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하늘의 도시를 뜻한다). 이러한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땅’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은 사실상 부동산문제의 핵심은 제대로 손대지 않은 채,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뜬 구름 잡는 허공만을 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천정배 의원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속한 열린우리당 탈당파 모임인 민생정치준비모임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주로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공개 등을 통한)분양가 인하와 공공주택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즉,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공공주택확대를 통해 서민주거복지를 보장하면 된다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은 그러면서 일면 보유세의 강화도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분양가 인하와 공공주택확대에 부동산정책의 방점이 찍혀있다. 그리고 천정배 의원의 부동산정책에서 특기할 점은 부동산문제를 국가 전체 경제의 차원이 아닌 복지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경제 차원 아닌 복지 차원에서 부동산문제를 접근

천정배 의원이 속한 민생정치준비모임이 지난 3월 22일 부산에서 개최한 제3차 정치토론회 자료를 보면, 천 의원은 ‘민생평화개혁을 위한 비전과 정책, 대통합신당의 추진방향’이라는 글에서 ‘사회적 대연대를 통한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중에서 부동산 부문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면, 천정배 의원은 “보편적 복지로 민생을 안정시키겠다.”며 수행과제 중에서 ‘공공주택의 공급확대와 집값 안정 등으로 주거복지를 확립’하겠다는 것을 언급한다. 그리고 천정배 의원이 지난해 11월 16일 개최한 부동산대책 토론회 자료를 보면, 천정배 의원은 토론회의 인사말을 통해 “당장의 근시안적인 해결책보다는 근본적으로 분양가를 인하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실질적인 서민주거복지 확립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을 살펴보면, 천정배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정책 시스템을 주거복지의 관점에서 개편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고, 재정경제부 주도의 부동산정책 결정에 보건복지부의 참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점을 미루어보면 천정배 의원은 부동산문제를 주로 복지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주거권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하리만큼 우리나라의 부동산문제는 심각했고 지금도 심각하다. 이제는 부동산정책을 주거복지의 측면에서도 생각해야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부동산 특히 토지는 우리가 땅에 받을 딛고 사는 한 피할 수 없는 필수생존물자라는 점에서 전체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천정배 의원이 종합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점은 조금 아쉽다.

한편 천정배 의원의 여러 언급을 살펴보면, 천정배 의원은 분양가를 인하하고 서민주거복지를 확립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천정배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 등을 통해 신규아파트의 분양가를 인하하고, 공공주택을 더 많이 지으면 부동산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신규로 분양되는 주택의 분양가를 분양가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 등을 통해 찍어 누르고 공공주택을 지금보다 더 많이 지으면 과연 기존에 미친 듯이 폭등했던 부동산가격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되고 투기가 없어져 부동산시장에 아무런 문제가 안 생길까?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었듯이, 신규주택의 분양가를 억제한다고 해서 기존에 존재하는 훨씬 더 많은 주택들의 거품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분양가를 낮추는 시도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분양가를 낮추는 것은 신규주택시장에 국한된 것이지 전체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빼는 유효적절한 수단은 아니고, 또 근본적이고 자연스러운 대책도 아니라는 말이다. 공공주택의 비율을 확대하는 방향은 어느 정도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공공주택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도 없지는 않으며 공공주택이 그다지 좋은 주거수단과 주거정책은 아니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환매조건부 방식과 주택소유제한도 주장

기존의 전체 부동산시장의 거품과 투기적 가수요를 없애지 않으면서 단지 신규분양주택의 분양가만 인하한다면 이는 또 다른 양상의 부동산투기와 부동산불로소득을 용인하는 꼴이 될 수도 있으며, 돈이 없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살기 꺼려하는 공공임대주택에 ‘게토(ghetto, 격리수용)화’시키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시쳇말을 빌려서 쉽게 말하자면 “돈 있는 사람들은 계속 투기해서 돈 벌 수 있도록 놔두고,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거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살 수도 없는 개집하나 던져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은 분양가인하와 공공주택확대 외에도 자신이 속한 민생정치준비모임의 회원인 이계안 의원이 대표 발의한 환매조건부 분양방식도 찬성하고 있다. 환매조건부 방식이 형식은 다르지만 실제 내용에 있어 공공임대주택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천정배 의원의 주택정책은 주로 공공주택을 선호한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언론에 보도된 그의 발언을 살펴보면, 천정배 의원은 투기불로소득에 대해 철저한 중과세와 함께 부동산임대소득의 과세체계 정비, 다주택수요 억제, 주택담보대출제한 등도 문어발처럼 다양하게 주장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보유세 중과에는 찬성하는 편이다. “투명한 거래를 위한 제도는 지속적으로 추진해 정착시키는 한편, 거래비용을 경감하기 위해 거래세를 낮추어 가고 보유세는 세부담의 형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천 의원의 언급을 보면 알 수 있다. 보유세는 현실화 시키고 거래세는 낮추어 가는 것은 바람직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주택소유의 제한까지도 찬성하고 있는데, 이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그가 주장하는 주택소유의 제한이 전체 국민의 1가구1주택 보유가 아닌 “버블세븐 지역 등 투기가 극성스러운 지역은 한시적으로 주택소유를 제한하는 방안(1가구 3주택 이상 소유제한) 등 강력하고도 직접적인 규제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역시 현실정합성과 실현가능성 등의 문제에 있어 여의치 않고 그다지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이다.

주택소유제한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선주자평가 두 번째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부동산정책을 평가할 때 이전에 자세히 설명하였으니 그 글을 참조하기를 바란다. 여기서는 주택소유의 제한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말로 짧게 천정배 의원의 주택소유제한정책의 평가를 내리고 싶다.

보다 근본적인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에 방점을 찍길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천정배 의원의 부동산정책은 주로 (분양가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를 통한)신규주택의 분양가인하 및 공공주택의 확대 등이 핵심을 이루면서, 환매조건부 분양방식과 보유세 강화 및 거래세 인하, 주택소유의 제한, 주택담보대출제한 등이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들어가 있다. 이중에서 부동산문제의 핵심인 토지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면서 동시에 경제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정신과 원리에 가장 가까운 것을 굳이 하나 들라고 하면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인하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환매조건부 방식도 토지의 공공성을 계속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환매조건부 방식은 토지임대부 방식과 함께 결합될 때 더욱 유의미하고 효율적인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천정배 의원은 한때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도입을 언급한 적도 있었다. 지난 2006년 12월 2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보면 천정배 의원은 “주거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환매조건부 분양을 도입해 1%만 적용하면 무의미한 것 아니냐. 공공 부문에서 이윤이나 차액을 남기는 것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천정배 의원의 생각은 그 이후에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고, 부동산정책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살짝 언급하다가 다시 입장을 바꾼 천정배 의원의 후퇴가 아쉬울 따름이다.

또한 지난 2월 21일 한겨레신문에 천정배 의원이 기고한 칼럼을 보면, “우리는 시장원리에 반한다는 보수세력의 비판에 부딪혀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집값은 폭등하고 중산층과 서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헌법 제122조는 토지공개념을 표현하고 있으며 헌법 제35조 제3항은 주거복지의 취지를 담고 있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국가가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편 외국의 사례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뒤늦게 헌법정신과 외국의 사례를 깨닫고, 최근에야 1.11 조치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일부 도입하였지만, 너무도 때늦은 감이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는 온데 간데 없고, 분양원가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지 못해 집값이 폭등했다는 잘못된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이미 헌법에서 토지공개념과 주거복지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국가가 얼마든지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펼 수 있다는 논리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이 토지공개념을 지지하고 있다는 말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현실에 비춰보자면 우리나라 헌법의 토지공개념 표현은 사실상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형식적인 선언일 뿐이다. 헌법에 시장 친화적인 토지공개념의 정신과 원리를 구체적으로 명기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만들어도 다시 무너질 수 있으며, 끊임없이 제기되는 위헌논란과 이데올로기 공세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천정배 의원이 이러한 점을 인식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천정배 의원은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여, 무엇은 취하고 무엇은 버려야할지 심사숙고하여 제대로 된 부동산정책을 준비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제대로 된 정책방향이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핵심은 부동산문제의 근본원인인 땅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사전에 미리 차단하거나 아니면 사후에 환수하는 정책을 통해 부동산시장을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시키고, 부동산거래와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들을 동시에 감면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토지의 공공성을 확대해 가면서, 부동산을 ‘소유’와 ‘재테크’가 아닌 ‘주거’와 ‘이용’의 차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올해 대권을 잡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부동산을 잡아라! 이러한 당부는 천정배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대선주자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출처 : 참여시민네트워크
글쓴이 : 김성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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