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키운 책 1만권의 힘 들려주고 싶어요 | |
무산자·무학력·무건강·여성… 최악 조건 속 책읽기로 존재 확인 청소년 책읽는 계기 됐으면 “인세 아시아인원 위해 쓸 것” | |
1958년 경북 영주군 평은면 산골마을에서 셋째 딸로 태어났다. 두 돌이 채 안돼 소아마비로 하반신과 오른쪽 상반신이 망가졌다. 5살 무렵 부모가 짚어주는 교회 성경책을 따라서 보다가 홀로 글자를 깨쳤다. 22살이 될 때까지 바깥 나들이 해본 적 없이 줄창 책을 읽고 문지방을 베고 누워 하늘만 쳐다보며 살았다. 열여섯 때 이사간 부산에서 잘 나가던 아버지 사업은 석유파동 때 주저앉았고 그 이후 지금까지 홀어머니는 월셋방에 산다. 가진 것 없는 ‘무산자’, 배운 적 없는 ‘무학력’, ‘무건강’, 거기에다 ‘여성’…. 누구도 바라지 않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최하층 빈민 중증장애인에게 주는 지원금을 분기별로 18만원씩 받아 연명했다. 나중엔 월 34~35만원씩으로 늘었지만. 50년을 살아오면서 읽은 책은 1만권이 넘는다. 성경에서 시작해서 동생이 다니던 초등학교 도서관 책들을 통째로 삼키고 니코스 카잔차키스, 알베르 카뮈, 스콧 펙, 키에르케고르, 쇼펜하우어, 생택 쥐페리, 리처드 바크, 미셸 푸코, 김용택 등 닥치는대로 읽었다. 새 책이 없으면 읽은 걸 거듭 읽었다. 그에겐 책읽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밖에 할 수 없었고 코피를 흘려가며 책을 파고들었으며 결국 책이 그를 살렸다. “책을 읽는다는 건 자기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이자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껍질을 벗겨가는 것이다.” 여러 차례 껍질을 깨고 변태하면서 정신은 점점 깊어갔다. 스무살 넘어 비로소 바깥나들이를 하면서 청소년 선교모임 ‘영라이프’로 첫 사회활동을 그. 직업재활원에서 태피스트리를 배워 잠시 직장생활도 했고 짧고 활홀한 ‘연애’도 해봤다. 장애인 재정지원을 위한 ‘황금고리운동’을 거쳐 부산여성장애인연대를 만들었고 한국여성장애인연합도 만들었다. “사람의 힘과 능력, 인생을 만드는 건 외부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변화의 폭은 자신에게 달렸다.” 열쇠는 바로 독서다. 만리장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원래 영상미디어에 빠르게 물들어가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독서쪽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따뜻한 책얘기를 쓰고 싶었다. “종이에 인쇄한 활자문화를 통해 사색, 상상력을 기르는 것, 그것이 근본, 기본인데 그게 돼 있지 않으면 영상미디어라는 건 할리우드 문화처럼 실제 삶과 접속되지 못한 채 폭력과 성 등 편향에 빠져들게 된다.” 2004년 4월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순번 1번으로 국회의원이 되면서 인생살이가 바뀌었다. 보건복지위 소속인데 “가슴이 답답하다.” 노인수발법이나 자립생활문제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등 “장애인운동 방향 전환, 실질적 법적 보장”으로 직결되는 장애인관련법만 50여개에 이르는데 사학법개정 문제로 국회가 공전되면서 심사도 못하고 있으니 “너무너무 안타깝고 애가 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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