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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발언’ 스타벅스 커피 안 마셔요

강산21 2006. 12. 20. 16:05
‘인종차별 발언’ 스타벅스 커피 안 마셔요
[한겨레 2006-12-20 09:51]    

[한겨레] ‘대안적 삶’과 ‘소비’는 흔히 물과 기름 같은 관계로 인식된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비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사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어떤 기업의 제품을 사는 행위는 세계 평화를 향한 도발이거나 부당 노동행위와 같은 의미다. 해당 기업이 전쟁 물자를 만들거나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물자 만드는 기업 제품 노동탄압하며 만든 옷들
안사고 안 입는 운동도 가리면서 소비하는게 미덕이죠

30대 회사원 박아무개씨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중동 평화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탓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팔레스타인 사람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등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이는 점이 근거다. 그는 “유대인들도 고난의 역사를 가졌지만, 최근 팔레스타인이나 레바논 등지에서 하는 행태를 보면 평화나 인권과는 거리가 멀다”며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커피가 중동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연대 단체 ‘경계를 넘어’에서 활동하는 이지은(27)씨도 “현대 도시생활의 상징인 스타벅스가 나에겐 죽음을 상징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활동가인 조아무개(34)씨는 아예 대기업 제품을 사지 않은 지 5∼10년이 됐다. 자신이 치른 물건값이 사람을 죽이는 도구를 만드는 데 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한데, 국내 대기업이 대부분 무기를 만드는 업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카메라 ‘삼성케녹스’를 만드는 삼성테크윈은 조씨에겐 장갑차와 자주포 등 무기를 만드는 기업이다. 국방부 누리집(www.imnd.or.kr/customer/LinkSite_02.html)에 공개된 국내 방위산업체 명단에는 대우정밀, 두산중공업, 삼성전자, 한진중공업, 한화 등 웬만한 재벌기업들이 다 들어 있다. 모두 조씨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이다.

노무사인 이수정(35)씨는 의류업체 이랜드의 제품을 이용하지 않는다. 이씨는 이랜드가 노조 탄압과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자를 할인해 (이랜드 옷을) 사는 일은 죽어도 못하겠다”고 밝혔다.


2002년에는 한국과 북한의 실상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은 영화 <007 어나더데이>가, 이듬해에는 이익금만 챙기고 대리점들을 해체한 한국네슬레의 초이스 커피가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다. 지난해에는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만든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후원한 ‘혐의’로 미쓰비시, 가와사키, 후지쓰 등 일본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모두 제품의 품질 대신 생산 기업의 정치사회적 행태에 항의하는 소비자 운동이었다. 이들은 아무리 신자유주의가 판을 치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할지라도 ‘가려가면서 소비하는 게 미덕’이라고 믿는다. 불매라는, 작지만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전종휘 이재명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