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글 좋은글

장미란, "안웃으면 무서워해서요, 히히히~"

강산21 2006. 10. 14. 19:23
장미란, “안 웃으면 무서워해서요, 히히히~”
[한겨레 2006-10-13 19:54]    

[한겨레] [만나 봅니다] 세계역도선수권 2연패 장미란

 

만져보고 싶었다. 그래서 체면 불구하고 ‘다짜고짜’ 초면에 부탁했다. “저~손 한번 만져볼 수 있을까요?”

잠시 멈칫하더니 선뜻 손을 내민다. 심호흡을 하고 우선 악수하는 형태로 손을 잡았다. “헉” 나도 모르게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평생 마주한 손 가운데 비교할 손이 없을 만큼 거칠었다. 손바닥은 딱딱한 느낌뿐이다. 내색을 하지 않고 이번에는 손바닥을 펴 부드럽게 매만졌다. 손금이 깊이 파인 부분을 제외하곤 온통 굳은 살이다. 손가락 마디마디에서부터 손바닥 한가운데의 깊숙한 살점까지 자리잡은, 강인한 느낌을 주는 굳은 살이 보는 이를 단번에 제압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여인, 그것도 2년 연속 세계 정상자리를 지킨, 한민족 역사상 가장 기운이 센 여인으로 불리는 장미란(23·원주시청·사진)의 손바닥은 그렇게 생경하고 억센 느낌으로 다가왔다.

지난 8일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열린 2006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무제한급에서 인상 135㎏, 용상 179㎏을 들어올려 합계 314㎏으로 우승해, 한국 역도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에 성공한 장미란은 한국에 돌아온 이틀째인 지난 12일, 하루의 휴가도 없이 태릉선수촌에서 무거운 바벨을 또 다시 들어올렸다.

 

잠시 장미란을 가을낙엽이 쌓인 운동장 한켠의 긴의자로 불러냈다. 쉼없이 웃는다. “까르르, 까르르” 웃을 뿐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도 잘한다. “요즘은 식당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알아보고 밥값을 받지 않으시는 거예요, 글쎄. 키키키! 내가 얼마나 많이 먹었는데요, 크크크~윽!”

 

“원래 그렇게 잘 웃어요?”라고 묻자, 장미란은 작은 눈을 깜박거리며 “제가 안 웃으면 모두 무서워해요. 히히히.”

 

장미란은 무제한급 선수로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키 171㎝에 몸무게 113㎏이니 언뜻보면 ‘아담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장미란의 상대는 대부분 130㎏을 넘는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그 힘이 어디서 나오죠?” “아마도 유전이가봐요.” 폭발적인 힘을 내게하는 유전자가 있나보다. 왜냐하면 장미란의 아버지 장호철(52)씨는 역도선수 출신이고, 장미란의 여동생 장미령(21·원주시청)도 역도선수이다.

 

고려대 2학년인 장미란은 지난해에는 가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았지만 올들어선 한번도 못갔다. 미팅도 한번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영화배우 권상우를 좋아한다고 했다가 실제로 방송사의 주선으로 권상우와 식사를 같이 했던 장미란은 “아직도 나이드신 분들은 권상우와 사귀고 있냐고 묻는다”며 또 깔깔댄다.

 

“운동이 힘들어 ‘소풍’(선수촌을 뛰쳐 나가는것)간 적은 없나요?”라는 질문엔 “믿음(기독교)으로 버텨요. 그러나 하고싶은 것은 많아요”라고 답한다.

도핑 염려 때문에 감기약도 제대로 못먹는 장미란은 지난해부터 홍삼을 먹으며 면역력과 힘을 길렀다고 한다. 담배인삼공사에서 역도 국가대표팀에 홍삼액을 제공한다.

 

다시 체육관에 들어 간 장미란은 엄숙한 표정(무섭다)으로 바벨을 들어올린다. 굳게 자리잡은 굳은 살이 다시 벗겨지도록 장미란은 무거운 역기를 들어 올린다. 하루에 무려 5만㎏을 들어 올린다고 염동철 국가대표 감독이 설명한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