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글 좋은글

윤기나는 머리칼

강산21 2001. 5. 30. 00:14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윤이나는머리칼

지하철 3호선 열차가 대청역을 막 출발하려고 출입문이 닫히려는 순간에 한 아가씨가 급히 열차속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타자마자 한쪽 손을 쭉 뻗어 출입문밖으로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이내 출입문이 닫히면서 그녀의 손이 양쪽문사이이 끼었습니다.

몹시 아픈 표정을 지었고이어 비명이라도 지를 듯 한데, 되려 미소를 지었습니다. 나는 속으로별스러운 아가씨도 있다 싶었는데..... 이어 출입문은 다시 열렸고,그 사이에 허름한 옷을 입은 노인 부부가 열차를 탔습니다. 아기씨의별난 행동은 그 분들을 태우기 위하여 한 돌발 행동일임을 바로 알 수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넥타이를메고 있었지만, 양복은 퍽 오래된 것이며 할머니는 무명베 옷을 입으신것이 어쩌면 시골에서 서울에 사는 아들네 집에 다니러 오신 것이 아닌가싶었고, 아가씨는 손녀딸쯤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열차를 타신 노부부는마침 비어있던 경로석으로 걸어가며 가볍게 아가씨 쪽에 목 예를 하고앉으셨고, 아기씨는 건너편 의자에 앉을 것을 보니 전혀 이들은 서로가모르는 사이었습니다.

손목에 아마 멍이 들었을뻔한데 아가씨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내 가방에서 CD 푸레어를꺼내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자기 세계로 들어갔습니다. 정말 보기 좋은모습이었습니다. 또 매우 싱그러운 풋과일처럼 한 입 꽉 씹으면 푸른냄새가 입안에 가득히 배일 듯한 젊의 향기가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열차가 양재 역에 도착해나는 내리려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 때 아가씨도 일어섰습니다.그러자 건너편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아가씨를 바라보며 몹시 고맙다는표정으로 가볍게 눈 웃음을 지어 보이셨고, 아가씨는 공손히 인사를드리고 열차에서 나와 총총히 계단을 오르는 것입니다. 뒤따라 오르던내 눈에 그녀의 차림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약간 낡은 진 바지에퍽 오랫동안 입었던 듯 싶은 털 반코트에다 전혀 물들이지 아니한 생머리털이 윤기를 반짝 반짝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세상만들기>는 작으나마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방입니다. 따뜻한 글을 싣고서로 좋은 글을 공유하며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칼럼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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