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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간 휠체어

강산21 2001. 5. 29. 00:12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병원에간 휠체어


박상희 - 1977년 생입니다. 여섯 살 때 교통사고로 인해 1급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방통대 교육과1학년에 재학 중이며, 대한항공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아… 네, 오후에 오시겠다구요? 네알겠습니다.”
어디서 걸려온 전화냐구요? 제 휠체어가 병원(?)에서 치료받아 저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전화랍니다. 저의 휠체어는고장이 나서 며칠 동안 수리점에 가 있었답니다.
그리고 보니 휠체어가 제 발이 된 지도 어언 20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군요. 교통사고후 처음 휠체어를 접했을 때, 제 나이 여섯 살이었죠. 철부지였던 저는 영원히(?) 이 휠체어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걸 모르고 새로운 장난감을만난 듯 마냥 신기해 했었는데…. 이 휠체어는 제 ‘발’입니다. 제 휠체어도 발과 마찬가지로 많이 돌아다니다보면, 유리 조각에 찔려 상처가나고, 고르지 못한 길 때문에 나사도 헐거워지고, 비가 오면 철로 된 부분도 녹슬어 보기 흉하게 되고…. 이렇게 저의 무거운 몸을 365일 비가오나 눈이 오나 싣고 다니다 보니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거죠.
휠체어 덕에 ‘월계동 발바리’라는 소릴 들으면서까지 참 많은 곳을돌아다녀 보았네요. 서울의 종로가 어디에 붙어 있는 곳인지도 몰랐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타이어의 실밥이 보일 정도로 돌아다니며 눈으로 익혀두고먹거리를 찾아 헤매다녀 이젠 종로 지역이 눈에 훤할 정도랍니다. 지하철에서 휠체어 때문에 얽힌 해프닝도 많았어요. 예전엔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닐때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곤 했지요. 마치 무슨 구경거리가 된 듯해서 기분이 상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절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승리의 브이 표시를보이며 씨익 웃음을 지어주죠. 사실은, 휠체어 때문에 얼굴을 붉힌 일도 있었답니다. 리프트도 없고 에스컬레이터만 덩그라니 설치되어 있어 이용하던중에 뒤로 발라당 넘어지기도 했고, 어떤 날은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그날따라 저와 같은 방향의 사람들이 오질 않아 저 멀리 건장한아저씨에게 좀 도와달라고 했다가 무안만 당했습니다. 그때 휠체어에 의지했던 제 모습이 왜 그리도 초라하게 느껴졌는지…. 이제 휠체어가 돌아오면할 일이 많아질 듯하네요. 잠시 동안 헤어져 있었지만 없어서는 안될 저의 발이기에….

월간 샘터

 

<따뜻한 세상만들기>는 작으나마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방입니다. 따뜻한 글을 싣고서로 좋은 글을 공유하며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칼럼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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