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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보물

강산21 2001. 4. 15. 01:10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우리 집엔 내가 보물처럼 여기는 게 하나 있다. 첫째 아이를 낳은 후 바로 청계천으로 달려가 2만 5천원에 구입해 온 이발기계이다.

   유난히 숱이 많고 검은 용훈이의 머리카락이 난발(亂髮)이 될 즈음 보무도 당당하게, 자랑스레 아이를 안고 미용실로 향했다.갓 스물을 넘겼을 법한 미용사의 추상같은 지시에 따라 아이를 안고 의자에 앉았다. 아이의 목에는 분홍 색 넓은 천이 감기고 이발 기계의 모터도는 소리가 용훈이의 귓전을 스칠 무렵,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와 함께 아이의 저항이 시작되었다. 태어나 처음 깎는 머리, 이쁘게 깎아주고 싶은굴뚝같은 애비, 에미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용훈이의 머리는 연신 이리저리 도리질을 해댄다. 역사는 여기서 끝났다. 목덜미를 감아 무릎을 덮은보자기 위로 용훈이가 토해내는 젖내나는 이물질에 미용사의 의기양양함이 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더 이상의 시도는 무모한 짓, 우리 부부는이발비를 세탁비 삼아 지불하고는 도망치듯 되돌아왔다.

   그 길로 달려가 사온 것이 나의 보물이었다. 이 보물은 용케도 7년이지난 오늘까지 별 탈없이 내 손에 쥐어져 있다. 둘째를 낳고도 이 보물은 여지없이 위력을 발휘했고, 나는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줄 때마다 애비로서느낄 수 있는 최상의 기쁨을 만끽한다. 이 세상 그 어떤 것을 준다해도 그 시간은 바꿀 수 없는 무한한 행복의 시간이다. 비록 아이들과의 씨름은여전하지만 그래도 익숙해진 아이들이 제 머리를 맡기는 그 시간이 한없이 좋다. 애비로서 아이들과 완전한 일체감을 느끼는 극치의 순간이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을 조심스레 다듬어 주고 면도까지 마치면 따뜻한 물을 받아 내 무릎에 아이를 눕힌 채 머리를 감긴다.아이의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향긋한 비누냄새가 나를 엑스타시로 이끈다.

   그런데! 그런데!

   7년의 캐리어가제법 모양새를 내어가는 요즘 어린이집엘 다니는 큰 아이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아빠에게 제 머리를 맡기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미용실을 가잔다.

   이 때 내가 느끼는 참담함이란... 아들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라 할까? 왠지 모를 마음의 동요가 있다. 결국 7년여만에한 두어 번 미용실엘 갔을까? 역시 기술자는 다르군! 하면서도 나의 허전함은 메꿔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 나의 기막힌행복을 그리 쉽사리 빼앗길소냐? 나는 여전히 아이들 앞에 나의 보물을 내놓는다. 애비의 마음을 아는지 아이들은 몇 번의 화려한 외출을 마무리하고애비의 서투른 손길에 과감히 제 머리를 맡기고 오늘도 여전히 나는 아이들의 단정한 머리카락을 만지고 또 만진다.

   나의 보물,나의 사랑하는 아이들! 불현듯 다가올 미래의 어느 날, 나의 손을 과감히 떠나 머리카락 깎기에 독립을 선언할 때쯤 나의 손때 뭍은 기계는아이들을 위한 보물상자에 보관해야지. 헌데 녀석들이 장가가면 손주녀석 머리도 깎아줄 수 있을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주님의교회(http://lord.kehc.org) 목사박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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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이야기 : http://column.daum.net/p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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