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 낄낄~ 4시간반 | |||
웃을일 없는 노부부… 긴장 연속 소방관… 석촌호수 나가 산책 시민들 전염시키기도
20일 오후 7시30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동호(湖) 나무데크(deck). 한국웃음연구소(hahakorea.co.kr) 이요셉(37) 소장과 10여명의 수강생들이 무작정 크게 웃기 시작했다. 지치지도 않는지 웃음은 25분간 계속됐다. 뒤에는 ‘7000만 대한민국이 웃는 그날까지’ ‘웃음이 세상을 바꾼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 3장이 걸려있었다.
산책하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췄고, 구경꾼은 순식간에 50여명으로 늘었다. 처음엔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는 표정이 많았지만, 점차 웃음이 전염됐다. 곧 “하하” “히히” “호호”하는 소리가 구경꾼 속에서 흘러나왔다. 이 소장이 구두까지 벗어던지고 땅바닥에 뒹굴자 구경꾼의 웃음도 점점 커졌다. 부인과 함께 산책 나온 양만승(46) 푸르덴셜생명 지점장은 “사회가 웃음이 부족한데 이렇게 호쾌한 웃음이 전파되면 계층간·세대간 화합도 가능할 것”이라며 “경제문제, 자녀 진학문제 등으로 걱정이 많은데 모처럼 웃었다”고 말했다. 산책 나온 김영희(여·56)씨는 “처녀 적 웃음 소리가 커서 콤플렉스였는데 이곳에선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조깅하는 것보다 훨씬 뱃살이 많이 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1시 송파구 가락동 캘리포니아호텔. 3층 100여평 연회장에서 이 소장이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30여명을 모아놓고 함께 배꼽이 떨어져라 웃고 있었다. 2004년 12월부터 수강료 5만원을 받고 매월 한 차례씩 열고 있는 웃음스쿨로, 4시간여 강의 내내 웃음은 떠나지 않았다. 이 소장이 “우리는 칠십 평생 잠자느라 26년, 걱정하느라 6년7개월, 화장실 가느라 3년을 보내는데 웃는 데는 고작 3개월밖에 쓰지 않는다”며 “바보 중 암환자가 없는 이유는 순수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수강생들은 영구 흉내를 내며 자지러졌다.
웃다가 사레가 걸려 “켁!켁!”대고, 얼굴이 벌게지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때까지 웃었다. 최규상(37) 부소장이 팔을 크게 벌리며 웃는
‘조개웃음’, 팔을 옆으로 흔들어대는 ‘나비웃음’을 가르치자 수강생들은 이번엔 자신들끼리 ‘웃음폭탄기차’, ‘말타기웃음’ 등 재미있는 포즈를
취해가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처음 만난 옆 사람을 마구 치며 웃다가 아예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이렇게까지 웃을 필요가 있을까. 이 소장은 “(크게 웃었던 경험이) 뇌에 강하게 기억되면 생활로 돌아가서도 웃음에 대한 좋은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의 인생경력도 다양했다. 생계를 위해 30년간 사람들과 만나지 못하고 골방에서 바느질만 하다가 웃는 법을 잊어 버린 68세 할머니는 자신을 괴롭힌 우울증을 털어내 버리려는 듯 파안대소했다. L 대기업 전략기획부 신입사원 김기성(26)씨는 “회사 부장께서 ‘우리 부서는 웃는 사람이 없어 비전이 없으니 막내가 가서 웃음을 배워 부서에 퍼뜨리라’고 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방문했다”고 말했다. 박찬석(65)·유혜숙(62) 부부는 “결혼한 지 41년 됐는데 둘만 사니까 웃을 일은 없고 싸움만 많이 해서 며느리가 신청해줬다”고 밝혔다. 5개 업체를 운영하는 중년의 사장은 “돈 많이 벌면 뭐하나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며 웃어댔다.
병원에서 암환자 상담직원으로 일하던 이 소장은 ‘웃음치료의 효과’를 확신하곤, 웃음을 본격적으로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에 2002년 이 연구소를 만들었다. 코미디 방송작가 출신 이성미 기획실장 등 웃음에 관심 가진 4명의 연구원들이 함께 외국논문도 번역하고 자료도 수집하며 웃음을 연구했다. 한 대장암 환자가 5일 동안 배를 잡고 웃고 나니 면역수치가 2배 가까이 높아져 의사가 놀란 일도 있었고, 삼성·LG 등 대기업 임원과 부산·창원·울산 검찰청 검사들까지 이 강의를 들으러 왔다.
이 소장은 “반드시 행복해야 웃는 게 아니라 억지로 웃으면 행복할 수 있다”며 “크게 웃으면 모르핀보다 강한 통증감소 호르몬 ‘엔케팔린’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 몸의 면역력은 더 좋아진다”고 웃으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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