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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대한민국 여성축제 "여,남이 평등한 새하늘이 열렸구나"

강산21 2005. 10. 3. 21:43
“여·남이 평등한 새하늘이 열렸구나”
[한국일보 2005-10-03 19:06]    

“집 밖에선 김씨 부인 / 집 안에선 개똥 엄마 / 성도 없이 살아왔네 / 이름도 없이 살아왔네”

3일 오후 서울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는 신명나는 굿 한판이 벌어졌다. 인고의 세월을 살아온 이 땅의 어머니들은 한 맺힌 넋두리를 거침없이 토해냈다. 저출산에 대한 여성들의 현실적 고민과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제3회 대한민국 여성축제’의 마당극 ‘애들이 줄었어요’를 통해서다.

여성들에게 올해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 해이다. 지난 3월 가부장 문화의 상징으로 여성들을 오랫동안 짓눌러온 ‘호주제’가 폐지됐고, 8월에는 여성의 종중원 자격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이 났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축제가 열린 인사동 주변은 온통 떠들썩한 잔치 분위기였다. 이날 행사에는 마당극 외에 ‘쓰개치마 벗고 고쟁이 던지기’, “신(新) 삼종지도, 신 칠거지악’퍼포먼스, 전시회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가부장적 전통 사회에서 여성을 남성에 매이게 했던 삼종지도와 남편이 아내를 마음대로 쫓아버릴 있는 구실을 한 칠거지악을 현대 여성 편에서 익살스럽게 바꾼 것이다.

이처럼 무거운 주제를 흥겨운 잔치로 엮어낸 주인공은 총연출을 담당한 김정희(49)씨다.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성(性) 평등 의식은 사회변화와 무관하게 고착화된 면이 컸어요. 여성과 남성을 동반자 관계로 인식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디딘 셈이지요.”

그는 우리 사회의 불균형적인 성의식을 일종의 풍토병이라고 진단한다. “저희 어릴 적에 ‘사내아이는 ‘파란 셔츠’, 계집아이는 ‘분홍 치마’란 말이 있었어요. 분홍색과 치마는 여성을 규정하는 상징물과 같은 역할을 했지요. 쓰개치마 벗고 고쟁이 던지기 퍼포먼스나 다듬이

절구 떡메 등 여성의 일상과 관련된 소도구를 이용한 난타 공연은 이런 고정관념을 탈피해 보자는 의도입니다.”

김씨는 마당극 연출가로 20여 년간 활동해 왔다. “메시지를 전하는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볼 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당(난장)과 씻김굿이 갖는 매력이 바로 그 점이지요.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는 마당에서 씻김굿 한 판을 보고 나면 관객 누구나 후련함을 느끼게 됩니다.”

여성 종회 회원 확인 판결을 받아낸 주인공으로 이날 ‘딸들의 성명서’를 낭독한 청송 심씨 심정숙(69) 할머니도 “판결 이후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했는데 행사를 직접 체험해 보니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지 않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씨는 끝으로 “요즘 여성 문제를 단순히 문화적 이슈로 치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여성 운동에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 新 칠거지악(여자가 남자를 내보낼 수 있는 7가지 경우)

1. 남자가 명절 때 시부모는 30만원, 친정부모는 10만원을 줄 때
2. 딸을 낳았어도 남자가 아들타령을 할 때
3. 섹시한 아내의 눈빛을 애써 외면할 때
4. 아내가 직장 동료와 회식하는 것을 알고도 자꾸 전화할 때
5. 의처증, 아내구타, 알코올 중독 등 몹쓸 병에 걸렸을 때
6. 밥상에 앉아 반찬이 짜네 싱겁네 등 말이 많을 때
7. 아내 지갑 속의 비상금을 집어가고 시치미 뗄 때

김이삭기자 hiro@hk.co.kr